서울시가 ‘복마전’이란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서울시가 ‘복마전’이란 오명에서 벗어나려면
  • 김주언의 세상 톱아보기
  • 승인 2012.05.04 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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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측근 비리가 서울시로 불똥이 튀었다. 대통령의 ‘멘토’ 최시중 전 방송통신위원장과 ‘왕 차관’ 박영준 전 지식경제부 차관이 파이시티 조성사업 인허가 청탁과 관련해 수십억 원대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구속됐거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다.

그동안 실세로 군림해온 이들의 초대형 비리로 이명박 정부의 레임덕이 가속화하고 있다. 게다가 이들의 비리가 이명박 대통령의 서울시장 재임시절부터 이어진 것으로 드러나 서울시가 다시 ‘복마전’으로 되돌아간 것이 아니냐는 탄식이 이어지고 있다.

‘파이시티’는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225번지 일대 화물터미널 부지 9만6017㎡에 지하 6층, 지상35층, 연면적 75만8606㎡ 규모의 물류시설과 오피스 쇼핑몰 등 수조원 규모의 복합유통센터를 짓는사업이다.
파이시티 인허가 과정에서 현재까지 61억 원의 뇌물이 건네진 것으로 드러났다.

최 전 위원장은2005~2008년 5억~6억 원을 받아 이명박 대통령 선거자금 등으로 썼다고 밝혔다. 박 전 차관은 10억원을 받아 아파트 구입 등에 사용한 것으로 드러났다. 돈을 받은 시점은 대통령 당선자 비서실 총괄팀장으로 있던 2008년 1월이다.

이들의 비리행각은 이명박 서울시장 시절에 태동됐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터미널 연면적 보다 4배넘는 판매시설의 건설을 허용하는 시설변경 승인이 이명박 당시 서울시장의 임기종료 50일을 앞두고 확정됐기 때문이다. 일부 도시계획위원들은 “교통난이 가중될 우려가 있다”고 반대했는데도 불구하고 서울시의 뜻대로 처리됐다. “로비의혹의 위험이 있다”는 내부의견도 무시됐다.

이처럼 무리하게 밀어붙인 이유는 무엇일까.  이에 대해 청와대는 “변경사안이 경미할 경우엔 부시장 전결로 할 수 있는 만큼 시장결재가 이뤄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밝혔다. 그러나 누가 결재를 했든 시장에게 무한책임이 지워질 수밖에없다.

집권초기 자신의 잘못을 전임정부에 뒤집어 씌웠던 ‘네 탓 정권’ 병이 다시 도진 것일까. 아니면 급한 불을 모면하려는 ‘꼼수 정권’의 꼼수에 지나지 않는 것일까. 파이시티 사업은 이후에도 더 많은 특혜가 주어졌다.

이명박 시장의 후계자인 오세훈 시장 시절인2008년 서울시는 여러 도계위원들의 반발을 무시하고 오피스텔 등 업무시설(연면적의 20%인15만5000㎡)을 ‘터미널 부대시설’로 허용했다. 강남지역 사무실 분양가를 감안하면 시행사에 5000억 원대의 막대한 개발이익을 안겨주는 특혜라는 지적도 나왔다. 결국 서울시는 시민의 편의를 무시한 채 토건세력과 결탁한 셈이다.  

이들의 몰락은 ‘절대 권력은 절대 부패한다’는 고 김대중 대통령의 경구를 실감케 한다. 정권의실세(實勢)가 하루아침에 실세(失勢)로 전락한 것을 보더라도 그렇다. 이른바 ‘잃어버린 10년’을내걸고 정권장악에 성공한 이명박 정권이 무엇을 잃어버렸는지 이제는 알 것 같다.

사리사욕(私利私慾)을 챙기기 위한 권력을 10년 동안 잃어버렸다는 뜻이다. 정권 말기에야 드러나기 시작한 대통령 측근들의 비리행진은 빙산의 일각에 불과할 것이다. 서울시는 파이시티에 대한 조사에 착수했다. 인허가 과정은 물론, 용도변경안 결정 및 고시 과정, 시설계획안 의결 과정 등을 꼼꼼히 살펴보고 있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차제에 문제가 된 이번 사안뿐 아니라 이명박·오세훈 시장 시절의 각종 인허가 업무에 대한 종합적인 감사를 실시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비리를 도려내고 정책과 제도 등을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 그 길만이 서울시가 ‘복마전’이라는 오명에서 벗어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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