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부동산 시장 5월 더위에도 ‘꽁꽁’
서울 부동산 시장 5월 더위에도 ‘꽁꽁’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5.25 10: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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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3구 투기지역 해제 5·10 부동산 대책에도 변동 없어
▲ 정부의 5·10 부동산 대책에도 서울 강남3구를 비롯한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재건축을 추진 중인 강남구 개포주공 아파트단지 모습. [사진=뉴시스]

송파구 방이동에서 30년 이상 부동산중개업을 해온 한명자(68·여) 씨는 오는 6월 폐업하기로 했다.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가 살아나길 기다리며 버텨왔으나 더 이상은 무리라는 판단에서다. 결정적인 동기는 지난 10일 정부가 발표한 5·10 부동산 대책이 ‘헛발질’로 끝난 일이었다. 강남3구의 투기지역 해제를 앞세운 5·10 부동산 대책에 따라 송파구의 매매가 살아날 것으로 기대했으나 시장은 미동도 하지 않았다.

한씨는 “사무실 운영비와 세금 등으로 매월 적자만 늘어났다”며 “지난해부터 부동산 경기가 살아날 것이란 기대감만으로 버텨왔지만 이제 한계에 왔다”고 말했다.

서울 아파트 거래량 2008년의  30%
한씨뿐만 아니라 서울의 많은 부동산중개업자들이 전업을 고려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부동산 가격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거래가 뚝 끊겼기 때문이다. 올해 1~4월 서울지역 아파트 매매거래량(신고일 기준)은 총 1만2658건으로 2008년(3만1380건)의 3분의 1 수준에 불과하다. 부동산중개업자들의 기대를 모았던 이사철인 4월의 거래 건수도 3802건으로 지난해 같은 달(5101건)보다 1300여 건이나 줄었다.

재건축에 대한 기대감도 살아나지 않고 있다. 강남권 재건축아파트 매매가 변동률을 보면 강남의 경우 지난 12일까지 소폭 상승했지만 5·10 부동산 대책 발표 일주일 후인 19일 오히려 -0.05%를 기록했다.
송파구는 낙폭이 더 커 같은 날 0.35%나 떨어졌다. 서초구는 지속적인 하락세를 보이다 주춤했으나 일시적인 조정세로 보인다.

서울의 이같은 부동산 경기 침체는 아파트 수요가 투자자에서 실거주자 중심으로 빠르게 바뀌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결국 투자목적으로 아파트를 구입했다가 팔려는 사람은 많지만 매입하려는 사람이 없어 매매가 이루어지지 않는 것이다.

정부는 이러한 하락세를 막기 위해 강남3구의 투기제한지역이라는 빗장까지 풀었으나 투자자들의 주머니를 풀지 못했다. 박원순 시장의 서울시 부동산 대책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부동산 실수요자 중심으로 변화
대단위 개발보다 마을공동체 등 새로운 주거모델 중심의 주택정책이 나오면서 부동산 시장에 일정한 작용을 하고 있다. 건설·부동산업계는 서울시 부동산 대책에 대해 찬반이 엇갈리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부동산정보업체의 조사에 따르면 무조건 개발보다 새로운 주택개념을 도입해야 한다는 건설사와 부동산중개업소도 절반 이상이었다. 일부 건설·부동산업자들은 국내 부동산경기가 바닥을 친 만큼 반등세로 돌아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으나 오히려 앞으로 더 떨어질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건설업계의 한 관계자는 “서울시민들의 부동산에 대한 관점이 변화하고 있다”며 “아파트가 더 이상 투자 수단이 아니라는 점이 최근 부동산경기가 살아나지 않는 원인이라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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