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장 '판'. 젊은 연출가 시리즈 두편 소개
소극장 '판'. 젊은 연출가 시리즈 두편 소개
  • 이계덕 기자
  • 승인 2012.05.30 11: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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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 놀땅 최진아 대표의 '본다'와 성기웅의 '다정도 병인 양하여'

‘국립극단’은 다음달 9일(토)부터 7월 15일(일)까지 ‘2012봄마당축제-젊은연출가시리즈’를 용산구 서계동 소극장 ‘판’에서 진행한다. ‘젊은연출가 시리즈’는 신인에서 중견으로 발전하고 있는 40대 연출가들의 창작마당이다.

올해 ‘젊은 연출가 시리즈’는 극단 ‘놀땅’의 대표 최진아가 연출을 맡은 ‘본다’(7월 3일(화) ~ 7월 15일(일), 소극장 판)와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대표’ 성기웅의 ‘다정도 병인 양하여’(6월 9일(토) ~ 6월 24일(일) 등 두 편이 무대에 오른다.

▲ 국립극단 '젊은 연출가 시리즈'로 소개되는 성기웅 연출의 '다정도 병인 양하여'[사진= 국립극단 제공]
극단 ‘놀땅’ 최성희 대표의 ‘본다’

2010년, 한국 연극계는 한명의 여류연극인에게 집중했다. 그녀는 그 해의 대산문학상 희곡상, 대한민국연극대상 올해의 연극베스트7. 동아연극상 작품상 등 온갖 연극상을 휩쓸었다. ‘1동 28번지 차숙이네’의 작가이자 연출가인 최진아였다.

그녀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에너지는 그녀에 대한 갑작스러운 조명에 놀라움을 낳으면서도 동시에 그녀가 준비된 차세대 작가, 연출가임을 인정하게 만들었다.처음 연극배우를 꿈꾸며 연우무대에 입단한 최진아는 1995년 윤호진 연출가의 뮤지컬 ‘명성황후’ 조연출로 참여하면서 본격적인 연출가의 길에 들어섰다.

2004년 주변의 지인들과 함께 ‘연애얘기아님’ 공연을 올리기 위해, 포스터 한귀퉁이에 써넣은 ‘극단 놀땅’은 자신의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를 꿈꾸던 최진아 연출의 연습실 이름이다.

최진아 연출의 작업은 일상에서 부딪치는 ‘인상적인 화두’를 다양한 방식으로 풀어내는 과정이다. ‘인상적인 화두’란 그녀에게 창작의 동기를 일으키는 것이다.‘차숙이네’처럼 집을 짓는다는 행위일수도, ‘예기치 않은’처럼 낯선곳으로의 여행일수도 있다.

그녀는 이러한 화두를 감정적, 개인적으로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이 화두들을 사변적이고, 지적인 방식으로 풀어간다.자칫 너무나 일상적일 수 있는 일들을 특유의 직감과 예리하고도 새로운 접근법으로 일상적이지 않은 낮선 감각을 불러일으킨다.

‘본다’에서 화두는 본다는 시감각에 대한 이야기로, 몇시간이고 보고있어도 질리지 않는 시감각의 즐거움, 그리고 보는 대상에 대한 아무런 가치판단 없이 본질로 향해가는 시선의 통찰력이다.
그녀는 오늘도 관객들에게 말을 걸고 있다, “넌 뭘 보고있니? 보니까 재미있지?”

‘제12언어연극스튜디오’ 성기웅 대표의 ‘다정도 병인 양하여’

고려 후기 문신 이조년의 시조 ‘다정가’의 “다정(多情)도 병(炳)인 양하여 잠 못 들어 하노라”에서 제목을 따온 ‘다정도 병인 양하여’는 “다정(多情)”을 ‘여러 애정을 가진’ 즉, 폴다중연애를 하는 ‘다정’이라는 여성과 사랑에 빠지는 ‘나(성기웅)’의 이야기로 풀어내고 있다.

그동안 한 인물이 여러 여자를 만나는 에피소드를 소재로 하여, 가볍고 유머러스한 상황극으로 무대화한 공연(라이어, 보잉보잉, 기막힌 스캔들 등)은 많았다. 그러나 ‘다정도 병인 양하여’는 단순히 다중연애를 즐기는 상황에서 비롯되는 에피소드를 흥미 위주로 그리는 것이 아니라, 다중연애 관계에서 비롯되는 독특한 심리 양상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처음 ‘사소설’ 형태로 자신이 직접 겪었던 이야기를 들려주겠다고 시작되는 공연은 실제 연애이야기에 등장하는 ‘나’와 그 주변 인물들과의 관계, 그리고 공연이 이루어지는 현재의 상황까지를 다룬다.시간과 공간을 끊임없이 교차시킨다. 그를 통해 극작가이자 연출가인 나와 다중연애를 즐기는 독특한 여자 ‘다정’이라는 인물의 연애이야기가 가볍지도 무겁지도 않게 그려진다.

‘다정도 병인 양하여’는 관객들이 공연에 몰입하는 것을 방해하기 위해 브레히트가 이야기한 서사극의 원리를 따르며 끊임없이 ‘거리두기’를 실현한다.이를 위해 공연에는 여러 가지 무대적 장치가 도입되었다. 무대의 배우들은 공연 속 인물과 실제 배우 자신을 넘나들며 무대에 등장한다. 실제시간과 극중 현재시간, 과거시간들이 교묘하게 교차된다.

무대 뒤쪽의 스크린에서는 ‘다정’에 대해 수집된 자료, 연애의 흔적들이 제시되는 한편, 토론과 PT등의 다양한 보조장치를 통해 연출은 관객에게 극과의 거리를 두게 하고 냉철하게 판단하기를 요구한다.이야기 흐름을 중시하는 전통적인 극의 형식을 벗어나 독립된 서사를 가진 에피소드가 나열된 열린 드라마 구조 역시 전개되는 사건들을 보다 더 객관화시켜 관객에게 성찰과 비판의 여유를 갖도록 하고 있다.

‘다정도 병인 양하여’를 구성하는 또 하나의 주요한 축은 ‘탱고’이다. 이 역시 관객과 공연의 ‘거리두기’용으로, 공연의 내용적 측면과 나타나는 인물의 특징에 부합되는 수단으로 공연 중간중간 탱고를 추는 모습이 보여진다.

무대는 장면에 따라 탱고를 추는 장소인 밀롱가가 되기도 하고, 때에 따라서는 배우들의 열띤 토론장, 관객에게 직접 브리핑하는 프리젠테이션의 장소로 변하기도 한다. 관객들은 공연이 진행되는 동안 다양한 인물과 시간, 공간의 변화를 통해 다양한 관점에서 인물을 판단하고 느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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