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군자 매화는 순결한 처녀 - “매화야 옛등걸에 봄이 오니”
사군자 매화는 순결한 처녀 - “매화야 옛등걸에 봄이 오니”
  • 송홍선 / 민속식물연구소장
  • 승인 2010.04.30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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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홍선의 '풀꽃나무 타령' 6]

▲ 옛부터 시인 묵객들 사랑을 받아온 매화. ⓒ송홍선

매화의 한글 정명은 매실나무이다. 그렇지만 여기에서는 널리 알려진 매화 또는 매화나무의 이름으로 부른다. 매화는 갈잎의 넓은 잎 버금큰키나무이다. 이른 봄에 흰빛 등으로 잎보다 먼저 나와 피는 꽃이 아름다운 꽃나무이다.

매화는 사군자(四君子)의 하나로 시인이나 묵객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 매화를 호문목(好文木)이라 별칭하는 것은 이 꽃이 시객들의 친구로서 잘 지내왔기 때문이다. 매화는 시객들로부터 사랑을 받았기에 그 상징성 또한 많다.

임금님 똥을 ‘매화’라 지칭

조선시대 학자 성삼문은 호를 매죽헌(梅竹軒)이라 하여 단종에 대한 연군의 뜻을 눈 속에 피는 매화로 표상하고 대나무의 절개의 뜻을 더하여 충신의 의지를 나타내었다. ‘매화도 한 철, 국화도 한 철’이라는 속담은 매화가 아무리 사람들의 애호를 받는 꽃이라 하더라도 그 생명은 한 철에 그치므로 결국 사라지고 만다는 뜻이다.

또한 옛날 우리의 궁중어로 똥을 ‘매화’라 하고 임금의 대변기를 ‘매화틀’이라고 한 것은 왕의 신성성을 높이고자 한 데서 생겨난 상징성이다. 매화는 빙기옥골(氷肌玉骨)이라 하여 천진하고 순결한 처녀에 비유하기도 했으며, 몸종이나 시녀 이름에서도 흔히 찾아볼 수 있다.

예컨대 기생집 침상 도구에는 매화 그림이 놓이며, 재혼을 말할 때는 이도매(二度梅)라 하였고, 양매병(楊梅病)은 매화의 독성을 뜻하는데 이는 몸에 매화 같은 반점이 보이는 데서 유래하고 있다. 조선시대 평양 기생의 이름에도 매화가 있었다.

매화야 옛등걸에 봄이 돌아오니 / 예 피던 가지에 핌즉도 하다마는 / 춘설(春雪)이 하 분분하니 필동말동 하여라. - 매화, ‘매화가’

이 가사는 잘 알려진 ‘매화가’ 12가사 중 하나로 평양기생 매화가 춘설(春雪)이라는 동료 기생에게 애인을 빼앗기고 탄식하여 읊은 것이다. 매화가 매화를 소재로 하여 시를 읊었던 것이다. 여기에서 매화는 눈이 올 때에 피어나고 있어 이른 봄을 상징하고 있다.

▲ 중국의 설화에서는 매화가 호색호녀를 상징. ⓒ송홍선

매실주는 불로장생 술

매화의 열매는 식용하거나 약용하는데, 덜 익은 열매를 높이 친다. 덜 익은 열매는 청매(靑梅)이며, 열매의 씨껍질을 발라내고 볏짚을 태운 연기에 그을려 만든 것은 오매(烏梅)이다. 청매와 오매는 한방이나 민간에서 기침, 구토, 회충구제 등의 약재로 쓰고 있다. 그리고 청매에 소주와 설탕을 넣어 숙성한 매실주는 예로부터 불로장생의 술로 전해졌다.

게다가 매화의 꽃봉오리를 따서 말린 후에 끓는 물에 넣어 먹는 매화차와 함께 매화의 꽃을 깨끗이 씻어 죽에 넣어 끓인 매화죽은 우리 고유의 전통음식으로 즐겨 먹었다. 식용의 매화는 두뇌를 많이 쓰는 학생이나 정신 근로자에게 특히 좋단다.

한편 일본에서는 매화의 어린 가지가 사악한 기운을 물리치는 영력(靈力)이 있다고 믿었다. 그래서 새 집을 지어 이사하거나 제사 지낼 때는 매화의 나뭇가지 지팡이로 집안을 두드려 악귀를 쫓아내었단다.

그런데 중국의 설화에서는 매화가 호색호녀를 상징하였다. 북미 인디언 중에는 꿈에 매화종류 열매가 나타나면 에로틱한 의미가 있으며, 성적 쾌락의 욕망을 보여 주는 것으로 간주하였다. 꽃말은 결백, 미덕 등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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