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정의 울타리 기대 바라본 어두운 시대’
‘서정의 울타리 기대 바라본 어두운 시대’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6.08 1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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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년 만에 10번째 시집 <북항> 펴낸 안도현 시인
▲ 안도현 시인(우석대 교수)과 이번에 편낸 시집 '북향'.

28년 동안 자신의 시어를 다듬어 온 시인이 새로운 ‘말’을 들이는데 4년이 걸렸다.
안도현 시인(51·우석대 교수)은 그렇게 긴 침묵을 깨고 열 번째 시집 <북항>(문학동네)을 펴냈다. 평론가 황현산 씨는 이번 시집에 대해 “한 편 한 편의 시가 저마다 시로 쓴 시론”이라고 했다.

안도현은 “아득하기만 한 당신아, 서정아, 이 몹쓸 년아, / 너는 어느 유곽에서 또 몸을 팔고 있느뇨?”(‘아득하기만 한 당신’)라고 자신을 책망하고 “내가 쓰는 몇 줄의 손수레 같고 가설 점포 같은 시가 바로 노점 같은 것”(‘노점’)이라고 자신의 시를 평한다.

또  “적게 먹고 적게 싸는 딱정벌레의 사생활에 대하여 / 불꽃 향기 나는 오래된 무덤의 입구인 별들에 대하여 / 푸르게 얼어 있는 강물의 짱짱한 하초(下焦)에 대하여 / 가창오리들이 떨어뜨린 그림자에 잠시 숨어들었던 기억에 대하여 // 나는 어두워서 노래하지 못했네 / 어두운 것들은 반성도 없이 어두운 것이어서”(‘그 집 뒤뜰의 사과나무’ 부분)라고 돌아본다.

시인에게 노래하지 못하게 한 어둠은 지금까지 그의 시에 묻어나지 않던 시대의 그늘과 상통한다. 안도현은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4대강 개발, 노무현 전 대통령의 죽음 등) 현 정부에서 벌어진 파국적 현실에 대해 발언하면서도 시의 미적 형식을 성취해야 하는 문제, 정치와 시라는 서로 상이한 개체의 미학적 결합을 어떤 형태로 구사할 것인지 고민했다”고 털어놓았다.

<북항>은 그런 고민 하나하나를 안도현 식 시어로 점찍고, 점들이 모여 새로운 세계를 그려내는 점묘화(點描畵)와 같다.

안도현은 자신의 9번째 시집까지 관류해온 서정적 시어를 버리지 않으면서 그 속에 시인과 시대의 불화를 투영한다.

황현산 씨는 시집의 해설에서 “안도현의 시가 진지하고 적절한 비평의 대상이 된 적은 드물다. 그의 시가 자명한 것으로 치부되고, 그를 ‘시 잘 쓰는 나쁜 시인’으로 만든 울타리는 알기 쉬운 은유였다”고 전제한 뒤, “(이번 시집에서) 은유의 울타리는 여전하나 이 은유는 시인이 잠시 의지하는 울타리일 뿐 그를 가두는 울타리가 벌써 아니다”라고 평가했다.

■북항  |  안도현 저  |  문학동네  |  2012년 5월  |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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