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기, "'더킹'에서 잃은건 시청률 하나"
이승기, "'더킹'에서 잃은건 시청률 하나"
  • 티브이데일리 권지영 기자
  • 승인 2012.06.12 09: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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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승기.[사진=티브이데일리]

MBC 종영 드라마 '더킹 투하츠'(극본 홍진아, 연출 이재규)는 참 여러가지 이야기를 담았다.

'더킹투하츠'는 입헌군주제라는 독특한 설정에 민감할 수 있는 남북관계를 등장시켰고 끊임없이 남북을 위협하는 거대 자본 클럽M, 북한 특수부대 교관 출신 김항아(하지원 분)와 천방지축 안하무인 남한 왕제 이재하(이승기 분)의 사랑을 완성해나가는 휴먼 멜로 블랙 코미디를 표방했던 것.

멜로와 복수, 블랙 코미디 외에도 날라리 왕제 재하가 선왕 재강(이성민 분)이 죽고 난 이후 갑자기 왕위에 올라 '힘센 왕'이 되어가는 과정을 담은 성장 드라마 '더킹 투하츠'는 매회 예측할 수 없는 반전을 선사했고 마지막 회까지 남북 전쟁 발발의 위기를 그리며 긴장감 넘치는 스토리를 완성했다.

그 중심에 있는 재하 역 이승기(25)는 이순재 윤제문 하지원 등의 쟁쟁한 배우 사이에서 발군의 연기실력으로 극의 순항에 지대한 역할을 '해냈다'. 전작에서 보여주던 상큼 발랄한 로맨틱 코미디 물의 청춘 스타 이승기가 아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라는 의문이 생길 정도의 급 성장한 연기력으로 재하의 시시각각 변하는 감정을 무리없이, 그 이상 표현해냈다.


"입헌군주제 국왕은 쉽지 않은 캐릭터였죠. 대의 명분이나 왕으로서의 포스를 잃지 않으면서 독특한 설정을 채워가야 했어요. 재하는 왕스럽지 않게 깐족대잖아요. 그런 설정 후에 재하가 국왕이 되면서 감정적인 발언을 보여주는 부분에서는 사람들을 이해시켜야 했어요. 그런 지도자가 있으면 신선하겠다고 생각해요. 국민의 마음을 대변해서 감정적으로 반응하면서, 해결할 능력 있다면 괜찮지않나요?"

극 중 재하는 왕제일 때 까불거리고 깐족거리는 개철처리의 모습과 그럼에도 자존심 하나는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는 막강 뒤끝을 완벽 소화해 '정말 때려주고 싶다'는 반응을 몰고 왔으며, 왕이 된 후에는 남과 북의 사이를 이간질 하는 강대국과 세계를 움직이는 거대자본 클럽M 봉구(윤제문 분)앞에서 "왜 이렇게 오지랖이 넓어", "워낙 소문난 또라이라, 빡 돌면 아무도 못 말린다"고 일명 '돌직구'를 날리는 믿음직한 국왕, 또 한 여자를 '죽이고 싶을 만큼' 믿는 지고지순한 순애보까지 다양한 모습을 보여줬다.

"참고했던 지도자상은 없어요. 재하같은 지도자가 있다면 해외토픽에 나올일 아닌가요. 하하. 아니, 남자 주인공이 똘끼를 보이잖아요. 한끗차이라고 생각해요. 봉구는 그렇게 하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못 느끼고, 재하는 자기 사람에 대한 미안함을 느끼는 한끗이요"


 

'더킹투하츠'는 스케일이 대단했다. 의원들의 밥그릇 챙기기 풍자부터 남북관계에 얽히고 설킨 이해관계와 거대 자본으로 인해 움직이는 국제 정세 등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모를 블랙 코미디로 시청자들에 통쾌함을 선사했다.

"정치적인 발언 모두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죠. 사실 세게 발언한 건 없어요. 뉴스에 나오는 정도로 말했어요. 적당하다고 생각했어요"

"좋은 시도였어요. 신기한 건, 우리나라 드라마의 소재 자체가 남과 여가 만나서 티격태격 사랑하다가 이뤄지는 거에서 크게 안 벗어 났었었는데, 제가 우리 드라마를 해서 그런건 아니고요. 우리 드라마 이후로 전연령층을 포섭할 수는 없지만 말하고자 하는게 분명한 드라마가 많이 나왔어요. 지금 '추적자', '유령' 등 일반화 되기 힘든 주제의 드라마가 나왔는데 사람들이 관심을 갖잖아요. 사람들은 '더킹'도 그렇게 얘기 해요. 그런 부분은 소재가 다양해야 한다고 생각해요"

사실 이승기의 말대로 '더킹투하츠'는 첫회 이후 줄곧 하락세를 탔다. 수목 드라마 1위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곧 경쟁 드라마 '옥탑방 왕세자'와 '적도의 남자'에 우위를 내주고 말았고 결국 동시간대 3위로 마무리 됐다.

"시청률 역전됐을때요? 깜짝 놀랐어요. 그런데 기는 안빠졌어요. 왜 그랬는지 모르겠어요. 시청률은 배우가 좌지우지 할 수 있는거는 아니니까요. 시청자를 끌어다가 TV 켜놓으라고 할 수는 없는 거잖아요. 시청률이 떨어지면 다음날 현장에 가서 스태프들 보기도 힘든데, 이번에는 그런일은 절대 없었어요. 흔들리지 않고 촬영했어요. 시청률에 흔들렸으면 완성도가 떨어졌을거에요. 사실 '더킹 투하츠'처럼 처음에 1위했다가 거꾸로 간 적은 없었어요. 처음에 나올때는 엎어질 수 있는 시청률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는데, 그런데 이런 경우도 있더라고요. 하하"

이승기는 손가락으로 허공에 하향 곡선을 쭉 그려보이며 씩 웃었다. 그러나 이내 이승기는 "시청률은 언제든 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지금 시기에서는 화려한 포장지 보다는 내용물 준비가 필요했다고 생각했어요. 다시 생각해도 '더킹투하츠'를 선택했을 꺼에요. 시청률도 안되고 새로운 시도도 없었고 연기적인 발전도 없었다면 아니겠지만, 딱 잃은거 하나는 시청률이에요"라고 똑 부러지게 설명했다.


 

또한 이승기는 극 중 항아와의 멜로에 대해 말문을 열었다. "국왕의 리더십도 중요했지만 항아에 대한 감정선이 정말 부담스러웠어요. 그 멜로가 진짜 중요했어요. 판타지가 진짜 중요했죠. 여자와 남자가 변치않고 지고지순한거는 판타지죠"

"깐족거리던 재하가, 목숨걸고 사랑하는거요. 판문점을 넘어가는 신에서, 북에 있는 사랑하는 여자를 만나러 총을 맞을 수도 있는데도 넘어가잖아요. 죽음을 불사하는 그런 재하의 모습이 정말 매력적이었어요. 그런 위치가 되는 왕이니까 더 멋있었어요"

"항아한테 전화하면서 '데이트 하자'고 하는 신이 있어요. 항아에 '누구랑 전화했어? 남자랑 했어?'라는 대사요. 정말 인간다웠어요. 저도 그럴때 있어요. 내가 누구를 좋아하면 신경쓰이고, 걱정하면서 '그 남자 누구야?'라고 하는 심리. 그런게 너무 재밌는거 있죠. 다른 드라마에서 나왔으면 일반적인 대사인데, 우리 드라마는 달랐잖아요"


 

그러나 초반에는 너무나 '밀당의 고수'로 등장했던 재하에 드라마가 중반이 다 되도록 '남자주인공이 정말 여자주인공을 좋아하는게 맞냐'라는 원성이 쏟아지는 기현상이 일어나기도 했다.

"밉상 재하요? 저도 재하가 '굳이 항아에 또 한번 상처를 줬어야 했을까'라고 생각했던 건 있었어요. 자제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도 있었죠. 인간 이승기라면 너무하다 싶었는데, 재하니까 이해됐어요. 재하가 밀당의 고수였죠. 시청자들이 헷갈려 하는 포인트가, 드라마에서 설명이 부족해서 그랬어요. 재하가 '항아가 날 좋아하게 만든 다음에 차버리겠어'라는게 이미 재하도 항아를 좋아한다는 거거든요. '사랑한다'고 연극하면서 사랑해버리는, 그걸 더 신으로 풀었으면 시청자도 쉽게 이해할 수 있었을텐데. 재하는 항아에 그런 연극을 하면서 한 마디라도 더 하고 싶었던 것 같아요"

"초반에는 다 아쉬워요. 힘이 많이 들어가 있었어요. 상대가 하지원이니까, 제가 누가 되면 안되잖아요. 잘하고 싶은 욕심에 힘이 들어가있었어요. 그런데도 호평으로 말씀해주셔서 감사했어요. 제가 대사 한줄 한줄 너무 정성스럽게 했던거죠. 그게 아쉬웠어요. 어떤 계기가 있었던건 아닌데, 중반 이후에는 많이 풀어졌어요. 계기 없이 자연스럽게요"

이승기는 "아직 재하를 다 털어내지는 못했어요"라고 말하며 만면에 미소를 활짝 머금었다. "여운이 많이 남아요. 이런건 처음이에요. 당분간은 조금 더 이럴 것 같아요"

"이 작품을 통해 연기에 대한 재미와 즐거움, 자신감을 얻었어요"라고 말하는 이승기는 정말로 자신감이 흘러 넘쳤다. '준비됐지? 사랑해. 가자'고 말하며 항아의 손을 잡고 앞으로 걸어가던 재하의 당당했던 마지막 모습의 연장선상에 선 이승기는 앞으로도 특유의 서글서글함과 당당함으로 가수와 연기, 또 예능 등 다방면에서 밝은 긍정의 에너지를 선사할 예정이다.

[티브이데일리 권지영 기자 news@tvdaily.co.kr/사진=송선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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