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개의 문’ 극장 개봉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개의 문’ 극장 개봉
  • 이계덕 기자
  • 승인 2012.06.18 1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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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특공대원의 생생한 증언 토대로 새로운 시각 접근
▲ 용산참사를 다룬 영화 '두개의 문' 중에서 [사진=시네마달 제공]

용산참사. 2009년 1월 19일 용산 4구역 재개발의 보상대책에 반발해 온 철거민과 전국철거민연합회 회원 등 30여 명이 적정 보상비를 요구하며 새벽부터 용산구 한강로 2가에 위치한 남일당 건물을 점거했다. 그리고 다음날인 20일 경찰과 대치하던 중 화재가 발생해 철거민 5명과 경찰 1명이 사망하고 24명이 부상을 당했다.

검찰은 검찰은 사건 발생 3주 만에 철거민의 화염병 사용을 화재의 원인이라고 발표하고 경찰의 점거농성 해산작전은 정당한 공무집행에 해당한다는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대법원은 2010년 11월 용산참사 철거민들에 대한 ‘유죄’를 확정했다.

용산참사 다룬 영화, 극장에서 첫 개봉

▲ 불타는 남일당. [사진=시네마 달 제공]
그렇게 종결돼 사람들에게 잊혀질 뻔했던 용산참사 기록이 ‘영화’로 만들어져 이달 21일(목) 전국의 극장에서 개봉한다.  영화 '두개의 문'은 유가족 동의 없는 시신 부검, 사라진 3000쪽의 수사 기록, 교묘하게 삭제된 채증 영상 등 용산참사 과정에 있었던 ‘불편한 진실’을 고발한다.

그동안 용산참사를 영화들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극장에서 개봉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대부분의 영화들이 사건이 발생하게 된 경위를 좇거나, 철거민의 투쟁과정을 충실히 담아냈다면, 이번의 개봉하는 영화 ‘두 개의 문’ 은 그 시작부터 다르게 접근했다.

‘두개의 문’은 당시 진압작전에 참여했던 경찰 특공대원의 시선으로 사건을 재구성 했다. 2010년 8월부터 진행된 법정 재판 과정을 담았고,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전혀 새로운 시각으로 용산참사를 바라봤다.

“망루 구조에 대해서는 들은 바가 없다” “시위대가 휘발유나 시너 같은 인화물질을 소지하고 있다는 것도 알지 못 했다” “만약, 내가 팀장쯤 되고, 경력도 오래 되었다면, 진압작전을 보류 했을 거라고 생각한다.”라는 경찰 특공대원의 생생한 증언은 철거민 뿐만 아니라 철거 작업에 참여한 경찰특공대원들도 국가권력의 피해자라고 지적한다.

이 영화는 그동안 어떤 매체에서도 볼 수 없었던 기록들을 담았다.

“유독가스와 화염에 싸여 고통을 호소하는 상황은 생지옥과 비교될 정도였습니다” “2층에 전부 다 불이 붙었을 때, ‘이제 죽는구나’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등 고도로 훈련된 특공대원조차 두려운 현장이었음을 알 수 있는 자필 진술서, 물포를 흠뻑 맞은 채 망루로 진입하는 장면이 고스란히 담긴 경찰의 채증 영상, 거친 음성으로 다급하게 진압 명령을 내리는 무전기 수신음, 망루의 구조가 어떠한지, 시너의 양이 얼마인지 어떠한 정보도 하달 받지 못 했다는 증언이 담긴 법정 재판 기록 등이 영화의 구석구석 배치했다.

영화의 배급위원도 화려하다. <부러진 화살> 정지영 감독, <화차> 변영주 감독, <만추> 김태용 감독, <페스티발> 이해영 감독, <지금, 이대로가 좋아요> 부지영 감독, <경계도시 2> 홍형숙 감독, <어머니> 태준식 감독, 배우 맹봉학, 송경동 시인, 김별아 소설가, 만화가 최규석, 문정현 신부, 칼럼니스트 김규항, 지승호 인터뷰어, 서형원 과천시의회 의장, 이수호 전 민주노총위원장, 연세대 인류학과 김현미 교수 등 각계각층의 인사들을 포함한 800여명의 시민들이 배급위원으로 참여했다.

이번 영화는 ‘연분홍치마’에서 제작했고 김일란 감독과 홍지유 감독이 제작을 총괄했다.

▲ 왼쪽부터 김일란 홍지유 감독.[사진=시네마달 제공]
첫째,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의 의미를 전혀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특공대원들 대부분은 본인들이 투입된 작전이 어떤 정치적, 사회적 파급효과를 낳을지에 관해 예측하지 못했고 대부분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이들이 말하는 ‘특공대원으로서 진압 작전에 최선을 다했다’라는 말은 악의없이 순진해 보일 정도였다.

왜냐하면 그들에게는 진압작전이 가지는 사회적 의미에 대해 파악할 의무도, 권한도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러한 이들의 진술이야말로 가장 실제적인 현실이자 또한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들은 진실을 구성함에 있어서, 어떠한 권력도 갖고 있지 않았다. 우리가 발견한 것은 바로 이러한 점이다.

중요한 다른 한 가지는 검찰이 피력하는 경찰특공대의 전문성이 얼마나 허술한 것이며 특공대원의 생명과 안전을 무시한 채 말해지고 있는지에 관한 부분이었다. 특공대원들 스스로가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으로 어려움을 극복하는 것에 자부심을 지니고 있는 듯 했다. 하지만 그 강인한 체력과 정신력도 남일당 망루에서는 힘없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었다.

용산참사의 원인을 설명할 때, ‘살인 진압’이라는 표현을 쓴다. 이 표현은 공권력 행사에 대한 문제제기를 포함하고 있는데, 인권을 유린하는 공권력과 그 공권력을 실제적으로 행사하고 있는 개인들 사이에는 기묘한 긴장관계가 발생한다. 특공대원들은 ‘살인 진압’을 자행한 한 개인으로 법정 앞에 섰을 때, 집단 속에 숨을 수 없을 때, 그들은 자신들의 행동에 대해서 자괴감을 느끼는 듯 했다.

1심에서 사법부는 경찰의 손을 들어주었다. ‘합법’. 그들의 작전은 적법했다는 것이다. 윤리와 인권은 법이 판단하는 것이 아니다. 비록 법적으로는 승소했지만, 여전히 자괴감에 가득 찬 특공대원들의 감정이 바로 이러한 사실을 말해주는 듯 하다. 이와 같은 문제설정 속에서 제작진은 특공대원들의 진술을 통해 사건을 재구성했을 때 보일 수 있는 용산참사의 진실이 따로 존재할 수 있겠다는 판단을 하게 됐다.“

2009년 1월 20일 새벽, 망루에서 처참한 죽음을 맞이했던 사람들. 철거민 그리고 경찰. 이들은 서로 다른 위치에서, 서로 다른 입장에서 생과 사를 함께 넘나들었다. 서로가 적이 되어야만 했던 상황. 우리는 용산참사가 있던 그날 망루로 돌아가 결코 잊지 말아야 할 진실을 다시 묻고 동시에 답하고자 한다. 이러한 과정은 용산재판이 시작되면서 더욱 극명해졌다. 용산재판은 용산참사가 발생하게 된 배경과 그 사건이 은폐되는 과정이기도 했기 때문이다.

2009년 한국사회 인권의 리트머스지였던 용산참사를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이분법적 구도를 넘어 타인의 고통에 공감하는 능력으로서의 인권의 상실을 겪고 있는 우리 모두의 문제로 통감하도록 만드는 것이 다큐멘터리 ‘두 개의 문’의 목적이다. 이 다큐멘터리를 통해서 한국 사회가 묵인해왔던 재개발의 다양한 문제점들을 보다 다각적인 접근을 통해서, 재개발의 개발이익에 헛된 꿈을 쫓는 대중들에게 말 걸기를 시도해보고자 한다.

‘두 개의 문’은 잔인한 국가와 외면하는 대중 사이에서 갈등하는 주체들을 더 많이 확보한 사회가 변화가능성이 있는다고 믿는다. 폭력성을 극복할 수 있는, 타인의 고통에 공감할 수 있는 사회로 나아가는 유일한 길이라고 말을 건네고 싶다. 이 영화를 보는 모든 시민들을 증인으로 초대한다

([박스]글/김일란·홍지유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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