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고급아파트, 경매시장 ‘깡통아파트’ 전락
서울 고급아파트, 경매시장 ‘깡통아파트’ 전락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6.29 13: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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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정가 10억 낙찰가율 70% 불과, 금융권 연쇄 파장 불가피

경매에 나온 서울의 고급 아파트 낙찰가의 바닥이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경매정보전문업체 T부동산에 따르면 올해 1·4분기 서울시내 감정가 10억 원 이상 고급아파트의 평균 경매 낙찰가율은 72.0%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79.80%에 비해 8% 포인트 가까이 떨어졌다. 이에 따라 고급아파트들이 경매시장에서 잇따라 유찰되면서 ‘명품아파트’마저 ‘깡통아파트’로 전락하고 있다.

실제로 사업에 실패한 A씨(55)는 은행대출을 갚지 못해 감정가 19억 원의 잠실 롯데캐슬골드 166㎡(전용면적 기준)이 압류되면서 경매시장에 나갔지만 몇 차례 유찰 끝에 11억50만 원에 낙찰됐다. 손에 쥐고 있었던 8억 원이 날아간 셈이다.

이러한 경매가 하락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많은데다 매수자까지 나서지 않기 때문에 앞으로 더 심각해질 전망이다. 올해 1·4분기 경매시장에 등장한 10억 원 이상 고급아파트는 모두 321건으로 2009년(263건)보다 22% 증가했다.

하지만 경매 1건당 입찰자 수는 4.5명으로 2009년 8.96명에 비해 절반 수준으로 줄었다. 문제는 앞으로 입찰자가 더 줄어들 가능성이 높다는데 있다.

부동산 경기가 좀처럼 살아나지 않으면서 대부분의 아파트가 분양가 이하로 떨어지는 마당에 투자 목적으로 고급 아파트를 구하는 입찰자가 나타나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다 경매 매물은 앞으로 더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한 경매 전문업체 관계자는 “일반매물로 내놔도 안 팔려 경매에 나온 것을 감안하면 당분간 고급 주상복합이 경매시장에 더 많이 쏟아져 나올 전망”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경매시장 불황은 금융권에 직접적인 타격을 주고 있다. 대출금 상환을 위해 부동산을 차압, 경매시장에 내놓아도 낙찰가가 대출원금에도 미치지 못하기 때문이다.

지난 19일 서초아크로비스타 전용 174㎡는 감정가 20억 원의 70%인 14억여 원에 낙찰됐지만 2순위 근저당권자인 H은행은 12억7000여만 원 중 7000만 원만 경매로 회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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