컬러밴드의 시각언어로 만들어진 조형적 공간, 하태임
컬러밴드의 시각언어로 만들어진 조형적 공간, 하태임
  • 정민희
  • 승인 2012.07.06 11: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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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Un Passage 140 x200cm Acrylic on Canvas 2010

조형의 기본요소는 점, 선, 면이다. 화가들은 미술작업의 초년병시절 이 세 가지 요소에 충실하며 어떠한 여백의 미나 단순함은 미완성, 불성실이라 생각하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인생의 그릇도 그러하듯 많은 작업량과 경륜이 쌓일수록 꽉 차있던 요소들은 비워지고 또 비워진다. 그럼에도 농축된 화면에서 오는 감동은 더욱 강하게 와 닿는다.

원색의 마술사, 타고난 감각과 충실한 안목유지를 위한 열정 없이는 누구도 흉내 낼 수 없는 것이 컬러조합이다. 보기만해서도 안 되고 습득으로도 안 되고 단시간에는 더욱 불가능한 것이다. 오랜 시간 몸에 스며들어 있어야 즉흥적인 색조합의 분출이 가능하다. 시각적 효과는 파노라마같이 흐르는 컬러와 컬러의 조합이 연출하는 색의 교향악이다.

파리 국립미술학교를 졸업한 하태임은 어린 시절 한국추상미술계의 거목 하인두 작가와 류민자 작가의 장녀이다. 청년기까지 화가를 꿈꾸지 않았지만 자연스럽게 차근차근 미적에너지를 배어나오게 하는 큰 힘의 원천을 가졌다.

시대의 유행에 얽매이지 않고 자기만의 컬러, 조형적 실험을 단계적으로 밟아 온 하태임의 작업이 과도기를 넘어 감정의 평안을 찾은 듯하다. 다양한 컬러밴드의 조합이 이제는 더욱 단순, 명시적으로 경쾌한 메시지를 준다.

하태임 작업의 조형적 요소인 컬러밴드는 컬러패턴의 윤곽이 만곡선으로 되어있으면서 선의 면적이 밴드처럼 협소하게 보인다.

그렇지만 반복되는 원색의 컬러밴드로 선적회화(liner painting)를 이루며, 2차원 평면적 캔버스 속에서 최대의 역동성을 추구한다.

이제는 단편적인 ‘선’이라는 요소 하나로 밋밋한 평면캔버스에서 공간개념으로 확장되어 3차원 입체로 옮겨져 새로운 재료와의 만남을 상상해본다. 각각의 컬러밴드는 강한 에너지를 분출함으로써 삭막한 도심공간에 원색의 생명력이 한가닥 한가닥 뻗쳐나가리라 생각된다.

■하태임展. ~7월 9일. 인사아트센터. (02-736-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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