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민의 무상급식 기억과 무상보육 논란
서울시민의 무상급식 기억과 무상보육 논란
  • 서울타임스
  • 승인 2012.07.0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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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상급식에 이어 무상보육 문제가 터졌다. 지난해 여름 전면무상급식 주민투표까지 치렀던 서울시민 입장에서 또다시 터진 무상보육 논란은 새삼스럽지 않다.

무상급식 주민투표는 결국 임기를 3년이나 남겨 둔 전임시장의 자진 사퇴로 이어졌다. 당시 오세훈 전 시장의 주민투표 강행을 말리던 한나라당(현 새누리당)은 그러나 지난해 12월 올해 예산안을 기습통과시키면서 무상보육 정책을 전격 채택했다. 이에 따라 당초 소득하위 70% 가정에만 지급하던 0~2세 보육비를 모든 가정에서 받게 됐다.

지난해 ‘복지 포퓰리즘’ 등의 조어를 앞세우며 선별적 복지를 강조했던 여당이 무상보육을 들고 나온 것부터 아이러니컬한 일이었다.

하지만 여당의 이런 예산안 통과가 보육 지원 대상 확대에 필요한 재원을 잘못 계산하면서 시작됐다는 점에서 또 한 번 패착을 둔 셈이 됐다. 정부예산 외에 절반 이상의 자체예산을 충당해야 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은 수차례 대책 마련을 촉구했으나 정부는 외면으로 일관했다.

그러다 갑자기 정부는 과거와 같은 선별적 복지제도를 검토 중이라고 밝혔다. 국가 정책을 시행 4개월여 만에 뒤집겠다는 일종의 자가당착이다. 하지만 이런 정부가 반성하는 기색은 전혀 찾아볼 수 없다.

무상보육에 대해 이명박 대통령이 직접 나서서 “국가가 5세 이하의 유아 보육과 교육을 책임지고 지원하는 것은 미래를 위한 투자”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최근 네티즌으로부터 ‘유체이탈’이라는 비아냥까지 듣고 있으니 그렇다 쳐도 엄중해야 할 정부 각 부처까지 부화뇌동하는 모양새가 좋지 않다.

기획재정부 고위 관계자는 아예 대놓고 “국가가 재벌의 아들과 손자에게도 보육비를 대줘야 하느냐”면서 선별적 복지 예찬론을 펼쳤다. 그는 이 대통령의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평가에 정면으로 반기를 든 셈이다.

어쨌든 무상보육은 정부가 필요 재원을 시급히 마련, 당초 정한대로 시행해야 한다. 지금 와서 정부가 스스로 정책을 뒤집는다면 국가가 자기부정에 나서는 꼴밖에 안된다. 이런게 바로 국기문란이고 소위 ‘국격’을 떨어트리는 일이다.

단순히 시민들의 보육비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어려움을 무릅쓰고 정책의 일관성을 유지하라는 주문은 아니다. 정부에 대한 신뢰가 걸린 문제에다 이 대통령의 말대로 ‘미래를 위한 국가의 투자’이기 때문에 하는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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