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훈 무릎 꿇린 8대 서울시의회
오세훈 무릎 꿇린 8대 서울시의회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2.07.1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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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환경 무상급식, 한강르네상스 제동, 학생인권조례 제정
▲오세훈 전 서울시장(왼쪽)과 허광태 서울시의회 전 의장이 2011년 8월 무상급식 주민투표와 관련해 기자회견을 열었다. 오 전 시장이 회견에서 "투표 결과에 따라 시장직을 걸겠다"고 발표하자, 허 전 의장은 "시장 직은 정치 흥정 대상이 아니다"라며 오 전 시장을 비판했다.

8대 서울시의회가 7월 12일자로 전반기 활동을 마쳤다. 4년여 임기의 절반을 마쳐 전환점을 돌았다. 지난 2년 동안 8대 서울시의회는 지역 정치의 중심에 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많은 시민들의 관심을 받았고 특히 언론의 관심도 많이 받았다.

그 만큼 논란과 이슈의 중심에 서기도 했다. 비판과 견제 역할에 충실했다는 평도 받는다. 그러나 반면 집행부 입장에선 곤혹스러운 면도 있었을 것이다. 이런 견제 기능은 존재감 없는 ‘지방의회’를 부각시키고 위상을 높였다는 평도 듣는다. 활발한 의정활동도 좋은 점수를 받는다. 8대 시의회 전반기가 마무리 된 시점에서 시의회 전반기를 되돌아 봤다.

■ 오세훈 전 시장 사퇴 부른 친환경 무상급식
전반기 시의회의 가장 큰 이슈와 성과는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 제정과 시행이다. 2010년 6월 지방선거에서 민주통합당(당시 민주당)이 절대 다수를 차지해 7대 구성과 역전이 됐다. 오 전 시장의 험난한 길을 예고한 것이다.

시의회는 민주통합당 당론에 따라 친환경 무상급식을 추진했다. 당시 한나라당(현 새누리당) 소속이었던 오세훈 전 시장은 선별적 급식을 주장하면서 민주당의 당론에 반대를 굽히지 않았다. 시의회가 조례를 제정하자 재의를 요구했고 재의결하자 대법원에 제소했다.

친환경 무상급식 문제로 시의회와 대립하던 오 전 시장은 급기야 오 전 시장의 사퇴를 부른 무상급식 주민투표 카드를 들고 나왔다. 작년 8월 24일 많은 논란 속에 치러진 주민 투표 결과 투표율 25.7%로 개함 기준인 33.3%에 모자라 투표 자체가 무효가 됐다.

오 전 시장은 시장 직까지 걸고 투표율을 높이려 했지만 ‘보편적 복지’를 선택한 서울시민의 선택에 무릎 꿇었다. 오 전 시장은 약속대로 시장 직에서 물러났다. 오 전 시장의 완패였다. 시의회 민주당의 ‘승리’라고 볼 수만은 없지만 민주당의 역할이 중요했다는 평가엔 별 이견이 없어 보인다.

■ 한강 르네상스·디자인서울 사업 제동
오 전 시장은 당시 한나라당 의원이 압도적으로 다수였던 7대 시의회와 임기를 같이했다. 같은 당 의원들의 지원을 받으며 역점 사업을 펼쳤다. 오 전 시장은 ‘한강 르네상스’, ‘디자인서울’을 역점 사업으로 추진했다. 의회의 협조도 잘 얻어냈다. 그러나 8대 시의회가 구성되면서 오 전 시장의 역점 사업은 삐그덕 거리기 시작했다.

시의회가 ‘한강 르네상스’, ‘디자인 서울’ 사업을 대표적인 토건·전시성 사업으로 지목하고 관련 예산을 삭감하는 등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오 전 시장의 역점 사업은 친환경 무상급식과 대비돼 더 표적이 됐다.

대표적인 예로 시의회는 양화대교 교각확장공사 사업비를 전액 삭감했다. 양화대교 교각 확장은 ‘한강 르네상스’ 사업의 일환인 서해뱃길 사업의 하나로 규모가 있는 배가 다닐 수 있게 교각 사이를 넓히는 공사다.

■ 학생인권조례·교권조례 논란의 중심…중앙 정부와 대립
8대 시의회는 친환경 무상급식에 이어 학생인권조레와 교권조례로 또 다시 이슈의 중심에 서게 된다. 주민발의 된 학생인권조례를 놓고 진보진영과 보수진영은 찬반 양쪽으로 나뉘어 격하게 대립했다. 진보진영은 시의회에서 농성을 하며 의결을 요구했다.

또 인권의 보편성을 주장했고 보수진영은 학교 현장 혼란을 야기한다며 반대했다. 논란의 가운데에 다시 시의회가 섰다. 진보 성향의 교육의원의 많은 시의회는 수정된 학생인권조례를 통과 시켰다. 그러자 이번에 교육과학기술부가 반대를 하면 재의를 요구했다.

시의회는 재의결했고 교과부는 결국 대법원에 제소했다. 이런 과정은 교권조례에서도 재현됐다. 교권조례를 놓고 보혁 갈등이 있었고 시의회는 이번에도 수정된 안을 통과 시켰다. 그러자 이번에도 교과부가 상위법령 위반 등을 지적하며 재의 요구했고 시의회는 역시 재의했다.

결국 교권조례도 대법원에 제소됐다. 교과부가 학생인권조례와 교권조례를 문제 삼은 곽노현 교육감을 견제하기 위한 것이라도 지적도 있으나 시의회가 조례를 가결하지 않았으면 문제가 달랐을 것이다.

또 행정안전부와도 대립했다. 시의회는 시의원의 보좌인력 필요성을 강조하면 유급 보좌관제를 둘 수 있게 조례를 제정했다. 그러자 행정안전부가 판례와 법규정을 들어 반대했다.

시의회 민주당은 법에도 저촉되지 않고 오래된 판례를 들어 반대한다며 비판했다. 무엇보다 한나라당 의원이 다수일 때는 문제 삼지 않더니 민주당이 다수당이 되니 문제 삼는다고 불만을 터트렸다. 시의회를 중앙정부가 견제한 셈이다.

■ 지방의회 위상 올린 의정활동
오 전 시장의 사업에 제동을 거는 활동 등을 하면서 시의회는 자연스레 많은 활동을 하게 됐다. 예결산 활동을 더 챙기고 친환경 무상급식 조례, 학생인권조례, 교권조례 제정 등은 대표적인 전반기 의정 활동의 결과물이다. 북한산콘도 인·허가 과정 등의 의혹을 파헤치는 특위 활동도 시의회의 권한을 적극 활용했다는 평가다.

의원 발의 조례수만을 놓고 보면 차이는 확연하다. 7대 의회는 4년 동안 총 276건의 조례를 발의했다. 위원회 발의 건수는 48건이었다. 반면 2년 동안 활동한 8대 시의회는 의원 발의 264건, 위원회 발의 31건이다. 7대의 활동의 절반 동안 7대 전체의 발의 건수에 육박하는 조례를 발의했다.

단순히 조례 발의 건수 만을 놓고 말하긴 어렵지만 8대 시의회가 일하는 의회의 모습을 보여줬다는 평가는 크게 틀리지 않아 보인다.

■ 1당 다수당의 문제, 성평등 관점 미흡
그러나 여전히 8대 시의회도 많은 문제점을 안고 있다. 후반기 의장 선출을 놓고 벌어진 민주당의 갈등은 견제 없는 1당 다수당 문제의 한 단면을 보여줬다. 시민보다는 ‘자릿싸움’을 하는 양상으로 보여질 수 있는 이번 갈등은 민주당으로선 오점이라고 할 수 있다.

또 상임위원장 자리를 놓고 벌인 갈등은 절대 다수의 다수당에 대한 견제의 필요성을 환기 시키게 했다. 여전히 성평등주의적 관점이 아쉬웠다는 지적이다. 전반기에도 마찬가지였지만 후반기 원 구성을 하면서 여성의원을 정책적으로 배려하지 않았다.

상임위원장은 단 2명에 불과했고 부의장이나 대표의원 등에도 여성의원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 민주당의 한 여성의원은 “시의회가 (성평등 조례를 발의한)시청을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는 지적도 했다.

“지역구 챙기기 예산 지양해야, 박 시장 지속적 견제 필요”

8대 전반기 평가에 있어선 민주당과 새누리당의 반응은 극명하게 엇갈린다. 양준욱 전 부의장은(민주통합당) “의회가 왜 필요한지를 보여준 전반기였다”며 “‘한강르네상스’니 ‘디자인 서울’이니 하며 전시행정으로 시 살림을 어렵게 한 시정을 시의회가 나서서 바로 잡았다”고 평가했다.

이어 “외형이 아니라 내실, 전시행정이 아니라 시민을 위한 행정이 무엇인지를 알게 해준 의회였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반면 소수당이 돼 버린 새누리당은 반응은 정반대였다. 새누리당 이종필 의원은 “정말 최악이었다. 민주통합당의 독주에 밀려 시민들의 뜻을 제대로 반영한 의정활동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민주당에 끌려 다녔다는 것이다. 시민단체의 평가도 긍정적이다. 손종필 용산연대 대표는 “초기에 집행부 견제 잘 했다.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무상급식 논란은 의회가 선도적으로 잘 대처했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손 대표는 이어 “그러나 여전히 지역구 챙기기성 예산이 있어 지양해야 한다. 박원순 시장 같은 당이라도 지속적으로 비판·감시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한편 후반기 임기는 13일부터 2014년 6월 30일까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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