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본동-정끝별
노량진 본동-정끝별
  • 박성우
  • 승인 2012.07.13 15: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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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거장에 서 한사코
곤비한 굴껍질 바라보고만 있는
나 여기 있네 그때 나는 첫 물가
강 건너 두고 온 집이 멀리
발 아래 차네 교차로의 혼잡과 눈
바람마저 불러모으는 당신 안의 적막
방문해 본 적 없이
노량진 본동에서 저물기만 하는
나는 여기에서 지금 뒷걸음으로
고개를 돌리네 나를 둘러싼 당신
정거장 양 섶 깃 처럼 서서
나를 주고 나를 받네 노량진 본동
민물 비린내 길 끝 바람에 닿네
강도 도시를 뱉고
탓할 수 없네 우리 밖의 사랑

■작품출처 : 정끝별(1964~  ),  시집『자작나무 내 인생』

■ 본동에서 풍기는 “민물 비린내”가 시의 행간에 흠씬 배어있습니다. 적막한 사랑인 듯, 저물어가는 사랑인 듯, 고개 돌리고 있는 사랑인 듯 촉촉하게 젖어있습니다. 그 누구도 탓할 수 없는 “우리 밖의 사랑”처럼 말이지요.
동작구 북동쪽에 있는 노량진 본동은 원래 ‘노량진의 원마을’ 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지요. 본동은 그러니까 동이 커지거나 사람이 늘어 행정구역상 여러 동으로 갈라지는 경우에 그중 본래 처음 동이 자리 잡은 곳을 말하는 것인데, 노량진 본동은 조선시대 때부터 ‘본동’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그러니까 요샛말 식으로 하면 ‘원조 본동’쯤 되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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