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단체연합 릴레이 칼럼- 0~2세 무상보육 재검토, 모두가 네 탓만…
여성단체연합 릴레이 칼럼- 0~2세 무상보육 재검토, 모두가 네 탓만…
  • 박차옥경 한국여성단체연합 사회권 국장
  • 승인 2012.07.13 2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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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일, 기획재정부 제2차관의 ‘0~2세 무상보육을 선별적 복지로 전환’하겠다는 발언이후 온 사회가 들썩거리고 있다. 2012년 예산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국회에서 갑자기 0~2세 무상보육을 결정해 3~4세보다 0~2세가 먼저냐는 논란을 일으키더니, 이제는 4개월만에 철회하겠다니 정부정책에 대한 신뢰도는 바닥으로 떨어졌다.

정부는 그동안 무상보육이 확대되면서 부모들이 아이를 어린이집에 많이 맡긴다고 ‘도덕적 해이’ 운운하면서 부모 탓을 한 바 있다. 관계부처가 수요추계를 잘못했다는 말은 한마디도 없었다. 이제는 지자체 재정이 부족하다며 지자체 탓을 하고 있다.

하지만, 지자체 재정부담 여력은 생각지도 않은 채 덜컥 정책을 도입하면서 지자체는 강력히 반발했고, 도입 초기부터 재정부족 논란은 분분했다. 결국, 도입 4개월 만에 재검토 운운하는 것은 4·11 총선 승리를 위한 술수였다는 소문을 확인해 주는 것이었다.

게다가 보편적 복지를 말하는 시민사회단체를 복지포퓰리즘이라고 매도했던 정부가 복지포퓰리즘이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주었다.

무상보육이 확대되면서 어린이집 이용 수요가 증가한 것은 예상이 가능했다. 집 주변에 아이와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공간이 부족하고, 잠시 아이를 돌봐주는 시간제 보육서비스를 이용할 방법은 요원하다. 볼 일을 보기 위해서는 아이를 안고 양손에 짐을 들고 이동해야 하고, 부모와 아이가 24시간, 365일을 함께 있는 것도 쉬운 일이 아니다. 부모입장에서는 무상으로 아이를 돌봐주겠다니 반가울 수밖에 없다.

만약 정부가 무상보육을 확대하면서 시간제보육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는 공간을 확보해 일정 시간동안 비맞벌이 부모의 어린이집 이용을 보장했다면, 이번과 같은 극단적인 사태는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12시간 이용을 기준으로 하는 무상보육 지원에 실제 이용시간은 적어서 재정효율성 논란도 피해갈 수 있었다.

어린이집을 이용하는 영아는 모두 무상보육 대상이 되지만, 맞벌이 부부에게는 현행과 같이 어린이집 운영시간 만큼 무상으로 지원하고, 비맞벌이 부부에게는 일정시간만 지원하는 정책으로 보육료 지원체계가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여하튼 올해까지 0~2세 무상보육은 예정대로 진행한다고 한다. 이제 2013년 예산을 수립하는 국회에게 공이 넘어가고 있다. 국회에서는 이번 기회에 보육의 의미가 제대로 시행되는, 제대로 된 보육지원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하지만, 충분히 논의해야 하고, 부모와 아동의 상황을 충분히 고려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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