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자리’ 청소년공부방 이현희 교사
‘우리자리’ 청소년공부방 이현희 교사
  • 조현정 기자
  • 승인 2012.07.20 11: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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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 곳 없는 아이들이 머물다 가는, 잔소리하지 않는 분식집을 열 계획이에요”
▲ 우리자리 청소년 공부방 교육 모습.

서울 관악구 신림동에 위치한 '우리자리' 청소년 공부방은 1996년부터 관악구청으로부터 민간 위탁 받아 운영 중인 곳이다.

신림동은 30년 빈민운동의 역사에서 난곡으로 기억되는 곳으로 2006년 대단지 아파트 완공으로 원주민과 이주민의 사회문화 양상이 급격히 변모되고 있다. 이 공부방은 방과 후 보호가 절실한 가정의 어린이, 청소년들과 함께 ‘가난, 생명, 공동체’ 교육과정을 개발, 실행하고 있다. 스스로 배우고 익혀서 각자의 소질과 개성을 계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다.

선생님이 강요하지 않으며 자유롭게 공부하고 놀면서 요즘 아이들과는 다르게 하늘이 보이는 옥상에 올라가 다같이 새참을 먹기도 하는 훈훈한 교육 현장의 모습을 갖고 있다.

이 곳에서 1998년부터 공부방 독서캠프 지원 활동을 시작으로 학생들에게 든든한 멘토역할을 하고 있는 이현희 선생님을 만났다.

-우리자리 청소년 공부방은 어떤 곳인가
“위탁운영 초기에는 이 지역이나 학교에 방과후 문화프로그램 자체가 없어 공부방에서는 초등학생의 방과 후 보호와 문화프로그램 운영, 저녁에는 대학생 자원교사들이 청소년의 야간자율학습을 도왔다. 학생들이 자신이 사는 삶의 양식으로 모두가 이롭게 살아가는 것을 탐색하고 배우는 터전이 돼가고 있는 곳이다. ”
구청에서는 공간과 1인 실무자 인건비를 보조하고 프로그램운영과 제반 운영비는 공부방에서 후원을 통해 마련한다. 특히 16년 세월 속에서 청소년시기를 공부방에서 보낸 아이들, 자원교사를 했던 대학생들이 자원교사와 후원인이 돼 물심양면의 공부방 파트너가 됐다고 한다.

-지역 주민들은 공부방을 어떻해 생각하나
“주택에 둘러 싸여 있어 때때로 시끄럽다고 걱정을 듣기도 하지만 공부방 텃밭에 심은 열무로 김치를 담궈 주기도 하신다. 공부방을 그냥 애들 많은 집처럼 생각하시는 것 같다.(웃음)”

-어떤 학생들이 찾아오고 학생수는 얼마나 되나
“공부방 초기에는 방과후 보호가 필요한 어린이, 청소년들이 다녔다. 2010년부터 중·고생 중심의 프로그램으로 운영 방침을 바꿔 현재는 중고생들이 다니고 있다. 지금 다니는 청소년들은 대학 진학을 뚜렷한 목표로 하지 않은 청소년들이라고 해야할 것 같다. 공부방에서는 의식주를 제 손으로 하는 제 앞가림 교육을 주로 가르치는데 이런 교육에 동의해 매일 다니는 ‘마중물회원’(현재 9명), 프로그램별로 결합하는 ‘공동체회원’이 있다.”

-공부방을 다니지 않는 어린 아이들도 자주 들나드는 것 같다
"동네 꼬마가 이웃집 언니, 형들과 함께 놀러오기도 하고 옆집의 택배를 대신 받아주기도 하고 기타를 배우고 싶은데 공간이 없는 아이들에게는 공간을 빌려주기도 한다."

-학생들에게 어떤 교육을 하나
“공부방의 교육철학인 ‘가난, 생명, 공동체’는 2006년에 공식화했고 해마다 하나의 주제를 심화해 순환식으로 탐구한다. 지역사회 교육공동체 이루기, 공부방 교육 운동, 제 앞가림을 할 수 있도록 하는 프로그램(밥상공동체, 자가발전, 자치회의, 청소 및 시설관리), 청소년 북카페 ‘우동집’ 운영, 지역축제 등이 있다.”

-기억에 남는 일화가 있다면
“공부방의 모든 공간은 신발을 신고 다니는 형태라서 학생들은 하루 종일 의자에 앉게 된다. 그래서 마음 편히 뒹굴만한 공간을 만들자고 청소년들이 중심이 되서 하루찻집을 진행했다. 1층에 10평 정도의 공간에 난방공사를 하고 장판을 깔았는데 그때 처음으로 청소년들이 진정한 공부방의 파트너란 생각이 들었다. 그때 함께했던 아이들이 지금은 교사가 되었고 공부방의 청소년북카페도 이들이 청년이 되어서 내놓은 제안으로 시작하게 된 것이다.”

-사회복지 대해 고민이 있다면
“사회복지사, 아동교육 등을 전공한 청소년들이 공부방 활동에 매력을 느끼고 있음을 보게된다. 그래서 공부방 활동가를 해 볼 생각이 없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청소년시기를 공부방에서 보낸 만큼 누구보다 공부방의 교육에 물들어 있고 후배들에게 신뢰를 받는 선배들이기에 탐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학자금대출, 집안 경제 사정, 자기의 씀씀이 등을 생각하면 현재 공부방의 보수 수준으로는 지출을 맞출 수 없다고 미안해 한다. 처음에는 '자기가 하고 싶은 일을 돈 때문에 할 수 없다니 아무리 자본주의에 대항하는 교육을 하려고 해도 역시나 어렵구나’라는 생각에 좌절하기도 하지만 현실을 반영해달라는 것 뿐이다. 그래서 현실을 반영해 보수를 줄 수 있을만큼 후원조직이 만들어지를 바란다.”

-앞으로 계획은
“학교 앞에 분식집을 열 계획이다. 학교나 학원에 가기 전, 학교 끝나면 갈 곳 없을 때, 무작정 집을 나왔는데 갈 곳 없을 때, 거리를 떠돌다 배가 고플 때, 아이들이 편하게 머물다 가도 잔소리 하지 않는 분식집, 돈은 있는 사람이 내거나 있는 만큼 내도 되는 분식집을 하는 것이 목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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