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만드는 서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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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박선희 중앙대 사회학과 4학년
  • 승인 2012.07.27 12: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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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이는 비싼 등록금, 살리는 반값 등록금
▲ 박선희 중앙대 사회학과 4학년

최근 반값등록금 논쟁이 쟁점화되고 있다. 민주통합당에서는 반값등록금 문제로만 특위를 구성하고, 릴레이 일인시위에 나서는 등 적극적인 모습이다. 포퓰리즘이라는 비판도 있지만 당사자로선 그마저 반갑다. 비싼 등록금 부담에 목숨마저 위태로운 친구들 중 적어도 한명은 살릴 수 있지 않을까 해서다.

벌써 잊혀 졌지만 지난해 7월 서울시립대의 한 학생이 휴학하고 학비를 벌다 안타깝게 사고로 숨진 일이 있었다. 학자금 대출 1000만 원과 새 학기 등록금의 압박에 캠퍼스 대신 일터로 내몰린 그의 사정은 많은 이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었다. 문제는 사고로 죽는 일만 있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목숨을 버리는 일도 늘고 있다는 것이다.

사실 비싼 등록금 때문에 자살까지 한다는 건 뉴스에나 나오는 일인 줄 알았다. “죽고 싶어.”라는 친구의 전화를 받기 전까진. 매일 아르바이트를 하지만 대출이자 때문에 쓸 돈은 늘 부족하고, 학자금 대출로 늘어나는 빚을 보니 암담하다고, 주변을 보니 취업도 요연한 게 “내가 왜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고 우는 친구에게 아무 말도 할 수 없었다.

사실 나도 그랬다. 용기가 없어 죽지 못했고, 죽고 싶다 생각하지 않았을 뿐이었다. 고시원 총무로 일하며 자는 시간까지 신경이 곤두서야 했을 때 죽을 것만 같았다.

아르바이트와 학업병행이 어렵다고 해서 먼저 돈을 벌어 대학 가기도 힘든 노릇이다. 고졸 평균 초봉을 고려했을 때 한 달에 최대 100만 원까지 저축한다고 해도 4년치 등록금과 생활비를 벌려면 6~7년을 일해야 한다. 대학을 졸업하면 서른이 넘는다.

신입사원 채용에 나이도 고려 대상이 되니 대졸 신입사원이 되는 길이 요원해진다. 그렇다고 아예 안 가자니 대졸자와 평균임금, 사회생활에서의 차별이 너무 심하다.

혹자는 부모가 알아서 할 일이라 하는데 과연 1년에 1000만 원을 아무 부담 없이 낼 수 있는 부모가 얼마나 될까? 등록금만이면 부담이 덜하다. 타 지역 대학으로 가면 매달 주거비와 생활비 70~80만 원은 우습다. 자식이 둘이라면 부담은 두 배가 된다. 학자금 대출도 이자가 비싸고, 취업이 된다는 보장이 없으니 까딱 잘못 하다간 신용불량자가 되기 십상이다. 4년치를 다 빚지면 또 그 빚은 언제 갚을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결국 문제는 비싼 등록금의 굴레다. 반값만 됐으면 학비 벌기 위해 휴학하고 위험수당 받아가며 일하지 않았을 것이고, 돈 벌어 대학가도 채용에 불이익 없는 나이에 졸업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보다 더 많은 부모가 자식의 울타리가 되어 학비를 보태줄 수 있을 것이다.

지난 24일 박재완 기획재정부 장관은 대학 안가는 20%와의 형평성을 위해 반값등록금 재정지원이 어렵다고 밝혔다. 그러나 박 장관은 반값등록금이 되도 대학에 안가는 사람이 20%일지, 오히려 비싼 등록금 때문에 형평성이 어긋나고 있는 건 아닌지 생각해야 한다.

2009년 말 기준으로 각 사립대학이 축적 중인 적립금 10조 원과 4대강 사업에 들인 돈 22조 원이면 반값등록금을 6년 할 수 있다는 사실 또한 기억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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