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시비비(是是非非)
시시비비(是是非非)
  • 정용해 희망행정 네트워크 정책위원장
  • 승인 2012.07.27 13: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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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장 선출 문제로 ‘적전분열(敵前分裂)’하는 구의회
▲ 정용해 희망행정 네트워크 정책위원장.

하반기 구의회의장 선출을 놓고 온갖 잡음을 일으키거나, 서로 싸움질을 해대느라고 구의회를 공전시키고 있는 자치구의회가 한 두 곳이 아니다.

매번 되풀이 되어온 구의회의장 선출과 관련된 잡음은 그 종류만 놓고 보아도 압권이 아닐 수 없다. 합숙, 금품수수, 줄 세우기, 자리 나누어 먹기, 약속 각서 써주고 무시하기, 심지어 성 로비까지 정말 입에 올리기조차 부끄럽다. 도대체 구의회의장이 어떤 자리이기에 이렇게 잡음이 나고 온갖 탈법과 불법이 난무할 수밖에 없을까?

우선 구의회 의장은 의회 본회의 사회권을 갖고 본회의를 주관하는 등 의회 전반의 운영권을 갖게 되며, 의장 전용 공간인 의장실이 주어진다. 그리고 임기 동안 의장을 보좌하는 6급과 7급 상당의 직원과 2000CC급 전용차량과 기사도 별도로 배정된다. 또한 의장은 의회 사무국 직원들의 인사권을 행사할 수 있으며 의회의 예산 등 의회의 모든 결재권이 주어지게 된다.

그러나 이보다 더 매력적인 부분은 의정비에 버금가는 월 350여 만 원의 업무추진비 등 물질적 혜택 (부의장 월 200여 만 원, 상임위원장 월 120여 만 원)의 업무추진비가 제공된다. 또한 구청장과 맞먹는 의전을 받으며 각종 지역 행사에서 자치구의회를 대표해 합법적인 축하를 해줄 수 있으며, 정치적으로도 의장이 되면 곧바로 구청장 후보군에 이름이 오르내릴 정도로 신분이 수직 상승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구의원에 당선되면 누구나 의장이 되고 싶은 욕구를 가지게 되어 있다. 여기에 현재 구의회의장 선출방식이 교황 선출방식을 적용하고 있어 이러한 부작용을 더욱 크게 만들고 있다.

물론 구의원들의 근본적인 자질 문제도 빼놓을 수 없는 문제이기도 하다. 그러나 지금의 교황 선출방식은 후보등록 없이 성원들 중 1인에게 투표하는 방식이어서 밀실에서 사전 매수와 담합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의장을 선출하기 어려운 구조로 되어 있다.

더욱이 지금의 시점은 구의회의 폐지가 논의되고 있는 시점이어서 구의회의장 선출 놓고 3벌어지는 온갖 잡음은 구의원들의 자질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게 하고 있다. 그렇지 않아도 자질론, 효용성 부족 등을 이유로 폐지 논란이 일고 있는데도 이런 상황을 전혀 의식조차 않고 있으니 적전분열 (敵前分裂)도 이런 적전분열이 없는 것이다.

구의회 폐지는 본질적으로 국민의 참정권과 민주주의에 관한 문제이다. 즉 국민의 기본권과 즉결되는 매우 중차대한 문제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당사자에 해당되는 구의원들이 보이고 있는 이러한 행태는 규탄되어 마땅한 일이 아닐 수 없다.

구의원들은 스스로 자성의 모습을 보여야 한다. 제도적으로는 구의회의장 선출 방식을 후보등록제로 바꾸고 정견 발표의 시간을 마련하는 등의 방법을 강구하고 내용적으로는 민주주의 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는 자질을 보여주는 것이 중요한 시기라는 점을 강조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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