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머문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우린 머문 자리가 아름다운 사람들입니다”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2.07.27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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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북구청 미화원들의 땀으로 쓴 ‘업무일지’

“…공중화장실을 사용하는 여러분! 내 말 좀 들어보세요. 여러분 댁의 화장실도 이렇게 사용합니까? 술 마시고 바닥에 토하고 소변을 아무데나 갈기고 부인에게도 인간 이하의 취급을 합니까? 나도 따뜻한 가정이 있고 사랑하는 가족이 있습니다. 집에 가면 나도 여왕처럼 대접받습니다. 집이나 직장에서는 고상한 척하고 술 한 잔 마시면 개처럼 행동하십니까? 선진 문화인답게 밖에서도 집에서 하는 것처럼 그렇게 행동하십시오.…” -성북도 김귀남

“7남매 중에 막내로 태어나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일찍부터 학업을 포기하고 생업에 몸을 담게 되었다. 성년이 된 후에는 큰 누나의 중매로 지금의 아내와 결혼해 아들과 딸을 낳았고 서울로 상경하게 되었는데 가진 것 없이 시작한 서울에서의 생활을 정말 힘들 나날의 연속이었다. 전화케이블공사에서부터 낮에는 막노동, 밤에는 빌라경비를 했으며 지금의 환경미화원 일을 시작하기까지 아내가 파출부 일을 하면서 주말에는 큰 애를 업고 떡 장사를 하였으며 밤에는 부업으로 생계를 꾸려나갔다. (중략) 그 동안 힘들게 산 나날들도 이제는 다 보상받고 사는 기분이며 요즘에는 손자, 손녀, 외손자, 외손녀 녀석들 재롱에 하루하루가 행복이고 기쁨이다. 이 환경미화원이란 일을 시작해서 지금까지 우리 아이들이 근면성실하게 사는 모습도 어찌 보면 나와 내 아내가 아직도 수레의 끈을 놓지 않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 생각해 본다” -종암동 박경균

성북구청 미화원들의 일과 가족 이야기
성북구청 환경미화원들의 땀과 눈물, 웃음, 추억을 담아낸 책이 나왔다. 책 제목은 ‘머물다간 자리가 아름다우면 머문 사람도 아름답습니다’로 성북구청이 최근 펴냈다. 이 책에는 성북구청 미화원 150여 명의 일과 삶, 가족, 그리고 성북구에 대한 생각이 60편의 글과 설문에 빼곡이 담겨있다.

성북구 미화원들이 일을 하면서 느꼈던 감정, 직업에 대한 생각, 가족에 대한 사랑과 미안함,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는 사람들에 대한 거침없는 요구 등 일과 가족에 대해 그리고 쓰레기에 대한 단상을 담았다.

책은 ‘행복한 미화원1_기억에 남는 이야기’, ‘행복한 미화원2_나의 가족 이야기’, ‘행복한 미화원3_내가 구청장이라면’, ‘행복한 미화원4_나도 한 마디’로 구성돼 있다. 중간 중간에 미화원들의 생각을 볼 수 있는 설문조사 결과도 볼 수 있다. 이 책은 미화원 자신들이 쓴, 자신들이 이야기이다. 힘든 일을 하는 아버지를 이해해준 가족에 대한 애틋함이 글 곳곳에서 묻어난다.

청소행정과 직원들이 원고 취합
‘머물다 간 자리가~’ 책은 김영배 성북구청과 문홍선 부구청장의 의지로 만들어졌다. 김 구청장은 미화원들이 고생을 많이 하는데 일하면서 느꼈던 생각을 담아보자고 제안해 진행됐다. 여기에 문 부구청장도 힘을 실었다.

그러나 처음에 어려움도 많았다. 글 쓰는 일에 익숙치 않았고 또 얼굴을 드러내고 싶지 않아 하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의 이야기를 쓰면서 자신감이 생겼고 차츰 작업을 하면서 긍정적으로 바뀌었다. 구청 청소행정과 서강덕 과장은 “처음에 부담스러워 했는데 나중에 긍정적으로 바뀌었다”고 말했다.

책이 나오기까지 6개 월, 여기엔 미화원들이 노력도 있었지만 숨은 일꾼은 따로 있었다. 바로 청소행정팀 공무원들이었다. 미화원들이 직접 쓴 글을 성북구청 청소행정과 공무원들이 교정을 보고 사진을 모으고 편집을 하는 수고를 아끼지 않았다. 특히 이 작업에서 전 청소행정과 김성영 팀장(지금은 주택과 근무)이 무척 고생을 하고 노력을 아끼지 않았다고 서강덕 과장은 귀뜸했다. 성북구청은 책의 반응이 좋아 내년에 2호를 출간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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