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이동 북한산자락에서 열린 ‘특별한 여름방학’
우이동 북한산자락에서 열린 ‘특별한 여름방학’
  • 최소영(언론인권센터 간사)
  • 승인 2012.08.11 11: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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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인권센터 2012년 미디어인권 캠프 ‘청소년 저널리즘 스쿨’
▲ 언론인권센터의 ‘2012 청소년 저널리즘 스쿨에 참가한 중고생들이 연합뉴스 임기창 기자(사진 가운데)와 함께 활짝 웃고 있다.

북한산 인수봉의 흰 암벽이 뜨거운 햇살을 받아 더 하얗게 빛났던 지난 5일, 31명의 청소년들이 울음보를 터트렸다.

이들을 둘러싼 10여 명의 어른들도 덩달아 눈시울을 훔쳤다. 강북구 우이동의 북한산 우이능선 끝자락에 있는 원불교봉도청소년수련원에서 벌어진 일이다.

햇살보다 뜨거운 중고생 31명의 눈물

이곳에서는 3일부터 2박3일간 언론인권센터의 2012 여름방학 미디어인권 캠프 ‘청소년 저널리즘 스쿨’이 열렸다.

마지막 날 점심 식사까지 마치고 마침내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중고생들이 울음바다를 만들었다. 이 아이들과 함께 캠프를 진행한 언론인권센터 관계자들도 결국 모두 부둥켜 안고 눈물을 흘렸다. 불과 3일 전 처음 만난 이들을 이렇게 만든 까닭은 무엇일까.

올해 ‘청소년 저널리즘 스쿨’ 참가자들은 서울뿐만 아니라 멀리 강원도 삼척부터 전남 순천, 담양, 부산, 울산 등에서 달려온 아이들이었다. 모두 지역이 다르고 다니는 학교 환경도 천차만별이었다.

하지만 누구보다 맑고 투명한 마음에 담긴 저널리즘에 대한 호기심이라는 공통분모가 아이들을 금세 하나로 엮어놓았다. 그리고 ‘소통’을 화두로 하는 저널리즘의 속성을 하나 둘 배우면서 상대에 대한 이해를 자연스럽게 체득해 나갔다.

여기다 지금까지 자기 혼자 가슴 깊이 묻어두었던 ‘나(自我)’와 기성세대가 보는 ‘또 다른 나(청소년의 사회적 위치)’, 일방적으로 자신들의 정체성을 재단하고 규정하는 어른들에 대한 자각도 얻게 됐다.

이런 자각은 미디어에 대한 진지한 강의와 그룹 활동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체득했다. 불과 사흘이란 시간 동안 키는 크지 않았지만 생각의 크기는 한 뼘 이상 훌쩍 자란 셈이다. 강의는 첫날부터 숨가쁘게 진행됐다.

실제와 다른 미디어속 청소년 모습 성토

먼저 미디어는 무엇인가, 미디어와 인권, 광고읽기 시간이 이어졌다. 광고읽기는 아이들의 폭발적인 관심을 이끌어냈다. 저마다 스타마케팅의 문제점과 소비자를 현혹시키는 광고에 대한 지적을 내놓아 강사진을 놀라게 했다.

저녁까지 이어진 강의는 연합뉴스 임기창 기자가 기자의 하루를 실감나게 풀어놓는 시간. 아이들은 기자의 역할, 기자의 덕목, 기자가 되려면 어떤 공부를 해야 하는지 쉴새없는 질문을 던졌다. 둘째 날은 미디어 이용자로서의 권리와 책임, 저작권 등을 공부한 뒤 어떤 메시지를 어떻게 대중에게 전달하는 게 좋을지에 대한 기획회의 시간을 가졌다.

여기다 35도를 훌쩍 넘는 날씨에도 밖으로 나가 각자 만든 콘티에 따라 연기와 촬영을 진행한 뒤 팀별로 편집작업을 진행하기도 했다. 간단한 방송 실무 진행 후 ‘울지마 톤즈’의 구수환 KBS 피디로부터 언론인의 공동체에 대한 봉사와 역할 등을 전수했다.

마지막 날 열린 ‘청소년 미디어 포럼’에서는 미디어속의 청소년과 실제 자신들의 모습이 얼마나 다른지에 대한 날카로운 지적이 터져 나왔다. 별다른 고민 없이 대상을 정형화하거나 관습화하는 미디어의 왜곡에 대한 성토의 자리였다.

캠프에 참가한 박상아(철원여고 2) 양은 “만난 지 몇 시간 만에 엄청 친해져서 이박 삼일 내내 정이 드는 바람에 헤어질 때 너무 아쉽고 슬펐다”며 “앞으로 이런 캠프가 또 생긴다면 꼭 다시 참가하고 싶고 이번에 맺은 인연들을 계속 이어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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