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청소년, '주5일 수업 더 힘들어요'
서울 청소년, '주5일 수업 더 힘들어요'
  • 조현정 기자
  • 승인 2012.08.17 0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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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사교육만 늘어, 학교 주말반 성과 없다
▲사진은 기사와 관련 없음.

올해 주 5일 수업제가 전면 시행된 가운데 고교생 10명 중 4명의 공부시간이 주 5일 수업제 이전보다 늘었다는 조사결과가 나왔다.

지난 13일 한양대학교 교육대학원 김소현(31·여)씨가 '주 5일 수업제 도입에 따른 청소년들의 여가시간 활용 현황'을 주제로 쓴 석사논문에 따르면 조사대상 고교생 395명 가운데 39%(154명)는 주 5일제 시행 전보다 가장 늘어난 활동으로 개인 공부나 학원 등 과외를 꼽았다.

취미생활이 가장 늘었다고 답한 비율은 27%였고 가족·친구와의 교류(13%), 관람 활동(10%), 스포츠(5%) 등의 순이었다. 토요일에 학원이나 과외 등 사교육을 받는 학생이 46%(182명)였으며 조사대상의 14%(56명)는 사교육 시간이 주 5일제 시행 전보다 늘었다고 응답했다.

또한 조사대상의 69.1%(273명)가 스스로 학업을 보충하는 시간을 갖는 등 학생들은 사교육 여부와 무관하게 주 5일제로 생긴 토요일 여가를 공부에 할애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서울의 주 5일 수업제 운영 학교인 양천구 ㅇㅇ초등학교 6학년 김민주(13)양은 '학교를 안가는 토요일에는 주로 무엇을 하냐'라는 질문에 "평소와 똑같이 아침 일찍 일어나 수학, 영어학원에 간다"고 대답했다.

대다수 학생들은 "방과 후 학원 수업도 힘든데 주 5일 수업제 시행으로 학교에서 새로 생겨난 7교시 때문에 더 힘들어졌다"고 말했다. 또 "토요일이 학원때문에 더 바쁘다. 주 5일 수업제가 싫다"고 말한 학생도 있었다.

이처럼 주말에도 여러 학원을 다니면서 사교육을 받고 있는 학생들이 점점 늘어나고 있는 추세이다. 초·중·고생을 대상으로 한 주 5일 수업제가 지난 3월 1일 전면 자율시행 이후 한 달이 넘었다.

주 5일 수업제는 학생이 각자의 적성과 소질을 살리면서 자아실현을 위해 학교의 수업일수를 주 6일에서 5일로 줄여 실시하는 학교 운영 방식이다. 하지만 줄어든 수업일수 만큼 학생들이 보다 다양한 체험활동의 기회를 얻을 수 있느냐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이다.

놀토에 아이들이 학교에 가지 않고도 '꼭' 들러야만 하는 장소는 야외 학습장이 아닌 학원이 돼 버렸다. 학교별로 주말을 대비해 다양한 교육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지만 사교육 확장으로 아이들의 학습 부담이 가중되는 게 현실이다.

실제로 많은 학원들이 매주 토요일 열리는 수업 프로그램을 만들고 수강생을 모집한다. 이로 인해 학원들은 때아닌 성황을 누리고 있다. 주 5일 수업제 시행은 학원가에 '주말반'이라는 또 다른 수익 프로그램을 가져다 주는 것이다.

강남구에 위치한 초등생 전문 수학학원도 주 5일 수업제가 시행되면서 '주말반'을 운영, 현재 약 25명 정도의 학생이 수강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전체 수강생이 500~600명에 달하는 대형 학원들도 주 5일 수업제 시행 이후 기존에 없던 주말반을 운영한다. 심지어 주말 내내 합숙을 하며 수업을 하는 불법 기숙학원도 등장했다.

지난달 10일 실시된 강남교육지원청 단속에서 학원 내 강의실을 숙소로 개조해 학생들을 금요일 밤부터 2박3일간 관리하며 교습을 해온 주말기숙학원이 적발되기도 했다.

교육과학기술부는 이를 막기 위해 시·도교육청과 합동으로 집중 지도와단속을 펼치고 있지만 이들 학원이 워낙 교묘하게 위장해 단속도 쉽지 않다.

한편 주 5일 수업제 시행으로 힘든 것은 학생들 뿐만이 아니다. 강남구 일대 학원가에서 만난 한 학부모는  "주 5일 수업제가 좋은 취지의 제도인 것은 맞지만 사교육 걱정만 더 늘어나 고민"이라며 "평일에 못하는 공부를 주말에 하게 하려고 학원을 보내는데 공부하는 아이도 보는 부모도 힘들긴 마찬가지"라고 설명했다.

이에 서울의 한 고등학교 담임인 한(28세·여) 모 교사는 "가정이나 사회에서 다양한 체험활동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주 5일제의 취지를 다시 한번 생각해 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하며 "교육의 개념 인식을 바꾸고 인성교육이나 예체능 등 경험교육으로 늘렸으면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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