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소한 일들의 대단한 위력’
‘사소한 일들의 대단한 위력’
  • 우선희
  • 승인 2012.08.18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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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희의 청년에게 전하는 편지
▲ 우선희(서울기독대학 강사)

입추를 지난 이 즈음에, 부모의 품을 벗어나 독립해야할 즈음에 있는 대학생들과 동년배의 청년들은, 유난히 뜨거운 이 여름이 더 덥고 힘들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어려운 경제 속에, 학비는 물론이고 용돈이라도 자립하려는 아르바이트도 쉽지가 않기 때문입니다. 풀기 어려운 취업의 문제는 가장 큰 마음의 짐일지도 모릅니다.

세상을 둘러보면, 내 또래 모두가 경쟁자 같은데, 이 경쟁자들의 ‘스펙’이 너무나 대단해서, 경제활동의 현장에 들어가기도 전에 기가 죽고, 패배한 마음이 들기도 합니다. 모두 맞습니다. 정답도 없으면서 그렇습니다.

한편, 대단한 스펙을 쌓았다는 소수 엘리트 청년들도, 이 상실감은 마찬가지입니다. 내가 원하는 것과, 나를 원하는 것이 그리 쉽게 맞아 떨어지지 않지요. 그래서 ‘차별화’ 전략을 염두에 두어야 하고, 보다 매력적인 사람이 되기 위해, 이것도 해 보고 저것도 둘러봅니다.

그러나 기초적이면서도 본질적인 것을 방치한 채로, 엉뚱한 것에 공을 들이는 실수를 종종 저지릅니다. 바로 생활 속의 ‘생활 기초 역량’ 입니다. 그냥 좋은 시민이라면 마땅히 자연스러운 것들을, 대수롭지 않게 방기한 현상이기도 합니다.

젊은 인턴에서부터 대표직에 이르기까지, 단계마다의 이력서에 나타나는 경력과 스펙은 비슷해서, 이름만 바꾸면 그 사람이 그 사람이 되는 경우가 허다합니다. 그래서 인사에 관련된 일을 하는 사람들은, 이력서 이면의 숨은 자질을 찾으려고 하게 됩니다.

그 중의 하나가, 평소에 쌓아 둔 사소한 태도와 예절입니다. 이것은 별 것 아니기도 하지만, 오랜 시간을 두고 경화된 인성의 일부가 되어, 조직의 역량과 사기에도 영향을 끼칩니다.

말의 자신감 속에는 존중과 겸손이 배어있는지, 표정에는 과장된 쇼맨십, 혹은 튀어서 한 번에 대박을 바라는 것은 아닌지, 복도에서 부닥치면 밀고 나가는지 아니면 미안한 마음으로 멈출 줄 아는 교양을 가지고 있는지….

사소한 것이지만 이런 것들이 모여서 조직 내의 다른 사람을 도모하는 리더십의 기초가 됩니다. 그 조직은 물론 고객을 생기발랄하게 해 주는 에너지가 되기도 합니다.

이런 것들은 내게 유의한 영향을 미칠 사람들이 무의식적으로 관찰하고 평가하는 항목입니다. 각인되어 누적된 결과가 평판으로 이어집니다. 우리가 공을 들이는 이력서 한 줄의 스펙보다 먼저 고려되기도 하고 위력이 강하기도 합니다.

우리가 어떤 기업의 고객 센터나, 특정한 업무의 담당자에게 전화를 해 보면, 그 사람이 정성을 가지고 업무를 대하는지에서부터 나에 대한 그 사람의 마음까지 다 보이게 됩니다. 이것은 다시 그 직원의 지위와 보상에도 피드백 됩니다.

집에서는 왕자나 공주인 동시에, 세상의 경쟁에 내몰려서 늘 이기도록 부추겨온 젊은이들은, 남을 이기기에 앞서 자신을 조정하는 태도와 연습이 필요합니다. 하잘 것 없어 보이는 것에 정성을 기울이며, 중요한 의미를 찾아낼 수 있는 젊은이라면, 어디서건 환영 받을 것입니다. 여러분께 행운을 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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