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량진 고시촌 - 조영석
노량진 고시촌 - 조영석
  • 박성우 시인
  • 승인 2012.08.04 07: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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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왕조가 문을 닫은 지 백 년이지만
노량진에는 여전히 지방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서울 사람들의 텃세쯤은 사투리로 밟아두고
저마다 고향의 특산물이 아닌
특산물을 팔아치운 돈 몇 푼을 거머쥔 채
배 대신 기차를 통해 들어와
땅을 사서 뿌리를 박았다.
뜨내기 보부상처럼 봇짐 하나씩을 짊어지고
어디를 걸어도 골목뿐인 길을 돌아다녔다.
출신을 알 수 없는 어깨들과 부딪치며
온몸에 붙은 졸음을 쫓았다.
길이 끝나는 곳에 다다르면
고시원으로 들어가거나 식당 앞에 줄을 섰다.
처마 밑에 모여 시험에 대해 떠도는 소문들을
담배 한 갑으로 나누어 피웠다.
길바닥에는 단풍보다 화려한 전단지들이 뒹굴었다.
다달이 시험은 멈추지 않았고 한번 뿌리가 걸린 사람들은
쉽사리 노량진을 뜨지 못했다.
어느 누가 손에 잡힐 듯한 금의환향을 마다하겠는가.
한번 떠난 사람들은 다시는 돌아오지 않으며
웃음은 모두 증발해버린
비린내 대신 짠내만 가득한 동네
노량진 고시촌

■작품출처 : 조영석(1976~     ),  시집『선명한 유령』

■ 어디 노량진뿐이겠습니까. 서울각지에는 여전히 저마다의 고향을 떠나와 원대한 꿈을 이루고자하는 젊은이들로 붐비고 있지요. 저마다 이루고자 하는 목표점은 달라도 저마다 이루고자 하는 꿈은 달라도 “금의환향”을 위한 몸부림과 치열함만큼은 비슷비슷하겠지요.
누구는 좌절감만 맛본 채 짐을 싸서 떠나기도 할 것이고 누구는 또 보란 듯이 멋지게 성공을 하기도 하겠지만, 그 패기에 대해서만큼은 똑같이 인정해 주어야하겠지요. 성공을 위해 밤낮없이 뛰고 있을 젊은이들에게 응원의 박수를 보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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