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주언의 세상 톱아보기> 박근혜가 넘어야 할 산
<김주언의 세상 톱아보기> 박근혜가 넘어야 할 산
  • 김주언 전 기자협회장
  • 승인 2012.08.24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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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누리당 대통령 후보로 확정된 박근혜 의원은 벌써부터 대통령인 것처럼 보인다. 특히 보수언론들은 박 후보에 대한 찬송 기사로 넘쳐났다. 그는 전당대회에서 84.0%라는 압도적 지지를 얻었다.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추대되었던 체육관 선거를 방불케 한다. 새누리당의 역대 대선경선 최고 득표율은 2002년 이회창 후보가 얻은 68.1%였다. 박 후보의 득표율은 이를 뛰어넘었다.

선거인단 투표는 역대 최저 투표율인 41.2%에 불과했다. 2002년 투표율 51.3%와 2007년의 70.8%에 크게 못 미쳤다. 그러나 20~40대 젊은 층과 수도권에서의 박 후보에 대한 지지도는 압도적이지 않다. 지역별 투표율에서 이러한 현상은 두드러진다. 대선에서 지역별 투표율은 득표에 막대한 영향을 끼쳐 당락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서울은 선거인단 4만1817명 가운데 1만6934명이 참여, 40.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 17개 시·도 중 9위에 머물렀다. 인천(35.8%)과 경기(35.1%)도 평균 투표율 보다 크게 떨어졌다. 앞으로 대선에서 표의 향방이 결정되는 수도권 지역에서 박근혜에 대한 지지율이 어떻게 나올까를 짐작할 수 있다. 

20~30대 젊은 층의 박 후보 지지율은 잠재적 대선주자인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에게 크게 뒤지고 있다는 여론조사는 많다. 최근에는 여론주도층인 40대에서도 안 원장은 물론 문재인 민주통합당의원에게도 뒤지는 여론조사가 나왔다.

여론조사기관 리서치앤리서치(R&R)가 40대 스마트폰 사용자 700명을 대상으로 양자대결 여론조사를 실시한 결과 박 후보는 41.0%, 안 원장은 53.1%로 격차는 12.1%포인트에 달했다. 박 후보와 문 의원의 양자대결에서도 박 후보는 46.0%에 그쳐, 47.0%를 얻은 문 의원에게 뒤졌다. 

박 후보가 이처럼 고전하는 것은 수도권 40대로부터 지지를 얻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에서 안 원장의 지지율은 62.3%로 박 후보(34.1%)보다 28.2%포인트나 높았다. 경기·인천에서도 안 원장은 57.3%, 박 후보는 38.1%의 지지를 얻었다. 40대는 박 후보를 ‘미래 인물’이 아니라 과거와 연계된 인물로 여기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보수언론들은 박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기에 여념이 없다. 동아일보는 ‘불안의 시대엔 안정된 지도자 필요’라는 제목을 달았다. 조선일보는 노골적으로 ‘대통령의 딸, 대통령 후보’라는 문구를 넣었다. 특히 ‘위기, 불안의 시대 준비된 지도자가 필요’라는 제목으로 위기를 이끌 지도자는 박근혜 뿐이라는 등식을 강조했다.

지상파 방송들도 이와 비슷한 태도를 보였다. 박 후보에 대한 검증은 별로 없었다. 여론조사에서도 나타났듯이 박 후보의 대세론이 흔들리는 데에는 ‘최대 장점이자 단점’인 아버지 박정희 전 대통령이 있다.

5·16쿠데타와 유신독재에 대한 역사인식은 물론, ‘장물장학회’로 불리는 정수장학회 문제와 장준하 선생 타살 의혹 등은 박정희의 유산이다. 박 후보는 5·16 쿠데타에 대해서 아직도 오락가락하는 태도를 보였다. ‘최선의 선택’이라는 그의 발언은 국민의 눈높이에는 아직 미치지 못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여기에 새누리당의 공천헌금 파문도 넘어야 할 산이다. 

박 후보의 가족과 주변도 파괴력 높은 뇌관이다. 남동생 박지만씨와 여동생 박근령씨, 올케인 서향희 변호사 등을 둘러싼 문제점은 어느 것 하나 말끔하게 풀어내기 어렵다.

박지만씨가 보유하고 있는 1000억 원대의 재산은 고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으로부터 물려받은 것이다. 서향희 변호사는 비리로 영업이 정지된 삼화저축은행의 고문 변호사를 지내 논란을 빚었다. ‘만사형통’이 아닌 ‘만사올통’(모든 일은 올케로 통한다)의 주역이다. 

박 후보에게는 아직도 ‘유신공주’이라는 별명이 따라다닌다. 유신독재 시절 퍼스트 레이디 역할을 해온 그의 행적 때문이다. 그래서 민주주의와 헌정주의, 법치주의를 존중하지 않는 것처럼 보인다.

역대 최고의 지지율로 상징되는 박근혜 사당화(私黨化) 논란도 민주주의보다는 권위주의에 경도돼 있다는 방증으로 분석된다. 인혁당 사건이나 정수장학회에 대한 그의 태도 역시 법치주의와는 거리가 멀다. ‘법의 지배’가 아닌 ‘법에 의한 지배’에 가깝다.

박근혜 후보는 앞으로 혹독한 국민적 검증을 거쳐야 한다. 검증 과정에서 ‘대세론’이 얼마나 더 유지될 지도 미지수이다. 이번 대선은 대한민국의 역사에서 커다란 전환점이라는 데 많은 사람들이 동의한다. ‘불통이미지’로 상징되는 박 후보의 권위주의적 리더십으로는 ‘2013 체제’로 불리는 새로운 세상을 만들어내기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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