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장과 청년유니온의 만남이 헛되지 않길
서울시장과 청년유니온의 만남이 헛되지 않길
  • 서울타임스
  • 승인 2012.08.24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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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원순 서울시장이 21일 청년유니온 관계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다.

청년유니온은 지난 3월 서울시로부터 노동조합설립 신고필증을 받은 신생 노동단체다. 이 단체는 2010년 청년 노동자를 위한 세대별 노동조합으로 출범했으나 2년 동안 4차례의 조합설립신고필증 교부 거부와 두 차례의 긴 행정소송을 벌여왔다.

청년유니온 입장에서 사실상 탄압을 받아온 셈이다. 서울시는 이 단체에 신고필증 교부라는 선물을 안긴 뒤 시장 면담까지 마련했다.

비록 40여 분만에 끝난 짧은 만남이었지만 신생 세대별 노동조합으로서는 그동안 서울시가 일구어온 변화를 충분히 느꼈을 법 하다. 간담회에서 청년유니온은 그동안 직접 하지 못했던 청원을 한꺼번에 꺼내들었다.

특히 “공기업과 공공기관은 매년 3% 이상의 청년을 고용하게 돼 있지만 지난해 서울시는 1.5%에 그쳤다”는 지적은 아프게 받아들여야 할 대목이다.

또 아르바이트를 하는 청년 중 4대보험 가입 비율이 15.8%에 그치고 있다는 현황 제시도 다시 한 번 귀 기울여야 한다.

이날 청년유니온의 절박한 호소는 대한민국 일반 시민들이 겪고 있는 희망 없는 삶을 그대로 반영한다. 최근 현대경제연구원은 성인 1011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 결과를 내놓았다. 설문에 따르면 “향후 중산층이나 고소득층으로 올라가기가 어려워질 것”이라는 응답이 98.1%나 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중 20대 청년층의 96.3%도 계층 상승 가능성에 대해 어려울 것이라고 답했다. 

한국은 그동안 일부 외국에 비해 계층 이동이 활발했다. 하지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부익부빈익빈 현상이 계층 이동에도 그대로 접목되고 있다. 

청년들이 희망을 잃고 자포자기할 수밖에 없는 사회로 전락하는 셈이다. 이런 가운데 서울시장이 청년 노동자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의 고민을 공유하겠다는 자세는 매우 바람직하다. 

하지만 이날 나온 청년 노동자들의 호소를 그냥 듣는데 그친다면 만나지 않은 것만 못할 수도 있다. 당장 서울시가 해결할 사안이 아니더라도 시가 나서서 중앙정부에 정책을 건의하고 정치권에도 필요한 조치를 요구해야 한다. 서울시가 직접 할 일이 있다면 당장 시행하는 편이 좋다. 전국 최초로 단행한 서울시립대 반값 등록금 실행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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