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태일과 전 새마음운동 총재의 엇갈린 길
전태일과 전 새마음운동 총재의 엇갈린 길
  • 서울타임스
  • 승인 2012.08.31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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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새누리당 대선 후보가 보폭을 넓히고 있다.
박 후보는 지난 27일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대통합’을 내세우며 종로의 전태일 재단을 찾았다. 하지만 전태일 열사의 유족과 쌍용차 해고 노동자들의 거센 반발로 재단에 들어서지 못했다

박 후보는 이에 그치지 않고 청계6가 전태일 다리로 이동, 전태일 동상에 헌화하려 했으나 이 또한 저지됐다.

박 후보는 대선 후보로 선출된 직후 노무현 전 대통령 묘소 참배와 권양숙·이희호 여사 방문 등을 거듭해 왔다.

이런 행보의 바닥에는 과거 반대편에 서 있던 진영까지 끌어안는 포용력을 보여주겠다는 계산이 깔려있는 듯하다. 이는 또 화합과 대통합이란 미명으로 포장된다. 결국 이런 행보가 국민들에게 각인된다면 국민 화합을 이끄는 미래의 지도자라는 이미지를 만들 수도 있다.

하지만 그 전에 짚고 넘어가야 할 게 있다. 전태일 열사의 유족들은 박 후보가 전태일 재단 방문 목적으로 내세운 ‘산업화 세력과 민주화 세력의 대통합’에 대해 “진정성이 보이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유족들은 진정성은 지도자가 갖춰야 할 가장 중요한 덕목이다. 하지만 박 후보는 지금까지 ‘수첩공주’라는 별명까지 얻을 만큼, 철저히 계산된 언행으로 일관해 왔다.

후보가 된 뒤 홍대 거리를 찾아 반값등록금 실현을 약속할 때도 방송사의 녹음기를 치워달라고 요구했다는 후문이다. 대권을 넘보는 정치인이 자신의 즉흥적인 발언에 그만큼 자신이 없어한다는 점을 드러낸 것이다.

그 정도로 계산된 행보에서 진정성을 찾기란 나무에서 물고기를 구하는 일과 같다. 1970년대 말 고등학생이었던 세대는 박 후보의 새마음운동본부 총재 시절을 기억한다. 새마을 운동에서 이름을 딴 새마음운동본부라는 단체는 육영수 여사 피격 이후 대외적인 영부인 역할을 했던 박 후보를 내세워 유신 체제를 공고히 하는데 앞장섰다.

하지만 박 후보의 행보에 진정성이 전혀없지는 않을 것이다. 아직도 5·16 군사 쿠테타에 대한 역사적 평가를 부정하고 있다. 그가 5·16 군사 쿠테타를 역사의 필연이라고 정당화하는 한, 순서와 절차를 무시하는 화합과 통합의 정치는 진정성 없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21세기를 이끌어가야 할 국가 지도자 후보로서 정녕 진정성 있는 의식과 태도를 보여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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