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의 권리와 변론기
시민의 권리와 변론기
  • 권 정 변호사
  • 승인 2012.08.31 10:4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형사처벌만 만능이고, 전부인가?

우리나라 사람들은 항상 어떠한 일이 발생하면 이를 고소·고발, 형사절차를 통해 해결하려는 경향이 높은 것 같다. 사실 형사적 처벌은 국민 인권에 있어서 최소한에 그쳐야 함에도 불구하고, 우리나라 형사법체계는 거의 모든 민사적인 사건들도 형사화 되어 있다.

그 대표적인 예가 바로 명예훼손이다. 사실 명예를 훼손 당한 경우 그 명예를 회복하기 위해서는 형사상의 처벌보다는 민사상의 손해배상을 통해 금전적인 보상을 취하면 충분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형사처벌에 기대어 보복 심리에 가까운 방식으로 고소를 하게 되는 것이 우리나라 현실이다. 사실 명예는 사람의 인격에 대한 사회적 평가이고, 이러한 평가를 떨어뜨리는 모든 행위가 바로 명예훼손인 것이다.

여기서 재미있는 것은 구체적인 사실을 동반하여 상대방을 비난하는 행위가 거의 대부분 명예훼손죄에 해당하고, 그렇지 않더라도 모욕죄에 해당하는 등 사실 약간이라도 상대방을 비난하면 대부분 형사처벌이 되는 사회가 바로 대한민국이다.

명예훼손 국가가 개입할 일인가
그러면, 형사처벌만이 만능이고, 전부인가? 상대방의 비난행위에 국가가 개입하여 일일이 경찰에 불려가고, 그 다음 검찰에 불려가고, 마지막으로 법원까지 불려가는 상황에서 실제 처벌이 되는 명예훼손과 처벌이 되지 않은 명예훼손을 구별하기조차 어렵다.

우리나라의 헌법은 분명히 인권이 충돌되는 경우 비교형량의 원칙 등을 이용하여 최소한의 한도 내에서 인권을 제한할 수 있음을 요구하고 있다.

그렇다면, 개인의 훼손된 명예를 회복하는 것은 민사절차만으로도 거의 상당부분 원상회복이 가능함에도 굳이 형사절차를 통하여 고소하고, 결국 국가가 이러한 개인적인 문제에도 개입하여 형사처벌하는 것은 헌법상 과도한 개입으로 보여진다.

지난 6월 언론인권센터를 통하여 미디어몽구를 만났다. 말로만 듣던 친구를 만나 대범하고 씩씩한 청년으로만 생각했다. 하지만, 미디어몽구는 평범한 한국청년 김정환이었다. 그는 우리 일반인들과 같이 검찰이 자신을 기소해서 법원을 통해 형사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두려움에 빠져있었다.

언론에서 무관심한 부분을 파헤쳐 제대로 된 개인 언론을 구현하려는 미디어몽구에게 굳이 형사처벌이라는 잣대를 들이대야만 할까?

형사판결문 유죄 이유도 써야
나는 형사법원을 믿지 않는다. 왜냐하면, 형사법원의 판사는 무죄보다 유죄를 선호하기 때문이다. 그 이유는 유죄 이유는 안 써도 되지만, 무죄 이유는 반드시 써야 하는 형사판결문의 형식에서도 드러난다.

만일 우리나라 형사법원에 무죄 추정의 원칙이 적용되는 것이라면, 당연히 왜 유죄가 되었는지를 써야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한걸음 더 나아가 민사상의 권리구제로 그 피해에 대한 원상회복이 충분하고, 개인적인 분쟁에 굳이 국가가 개입할 필요가 없는 죄목은 과감히 폐지해야 한다. 그 중 대표적인 것이 바로 명예훼손이다.

미디어몽구여!
당신이 한 일은 국민이 바라는 바임을 잊지 말고, 이번 일을 계기로 더욱더 힘든 우리사회에 빛이 되어 주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그리고 항소심 법원에서도 역시 동일하게 무죄판결이 나오기를 다시 한번 기도해본다. 오늘 우리 사회에 한줄기 새로운 희망을 보게 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