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폭력’ 주홍글씨 새기나?
‘학교폭력’ 주홍글씨 새기나?
  •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 승인 2012.08.31 16: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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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을 위한 교육-1
▲ 김형태 서울시교육의원

대전의 한 초등학교 1학년 학생들이 한 순간의 실수와 일탈로 ‘서면 사과’ 징계를 받았다. 이 ‘학교폭력 전과’가 졸업 후 5년이라는 긴 세월 동안 학생부에 고스란히 꼬리표로 남게 되었다.

사리분별력이 부족한 만 6세 어린이까지 학교폭력범으로 낙인찍어 고2까지 ‘빨간 줄’을 달고 살게 하는 것이 과연 교육기관에서 할 수 있는 교육적인 처사일까?

언제부터인가 교과부에 교육 논리와 영혼이 사라졌다. ‘학생’을 중심에 놓고 교육적인 잣대로 접근해야 함에도 교과부에는 학생과 교육논리는 없고, 경제논리와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행정만 있을 뿐이다.

누가 뭐래도 학교 폭력의 가장 큰 원인은 과도한 경쟁교육 때문이다. 따라서 교과부는 학교 폭력의 가장 큰 원인을 제거하려는 노력과 함께 피해 학생에게는 치유를, 가해 학생에게는 치료의 기회를 주도록 노력해야 한다.

경찰청이 학교 폭력에 대해 엄정하게 대처하겠다는 것은 이해가 된다. 그러나 교과부가 나서 징계와 처벌 위주로 학교 폭력 문제를 해결해보겠다고 하는 것은 교과부답지 못하다.

교과부는 한 술 더 떠 가해 학생에 대한 조치 사항을 ‘주홍글씨’로 새겨 입시와 취업에서 불이익을 주라고 강요한다. ‘학교폭력 기록을 장기 보존하는 것은 인권침해’라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도 무시하고, ‘이중처벌 원칙을 규정한 헌법에 위배돼 먼저 법률적 근거를 마련하라’며 거부하거나 보류하는 교육청에 대해 특별감사에 착수하겠다고 한다.

소년법상 보호처분은 소년의 미래에 어떠한 영향도 끼치지 않는다고 명시하고 있고(32조 6항) 이에 대한 공표, 사건 내용에 대한 조회에 응답하지 않도록 되어 있는 등(70조) 매우 엄격하게 비밀 보호조치를 취하고 있다.

따라서 교과부의 학교 폭력 가해 사실 학생부 기재 방침은 소년법의 취지를 정면으로 위배하고 있는 것이다. 인권위의 권고도 무시하고, 위헌소지가 있음에도 교과부는 왜 이렇게 무리수를 둬가며 반인권적, 초법적인 행동을 감행할까? 과연 이게 한나라의 교육을 책임지고 있는 교과부가 취할 영혼 있는 행정인가?

최근 법원이 학교 폭력 문제를 처벌보다는 교육적으로 선도하자며 ‘통고제도’를 활성화하기로 했다. 이를 활용하면 경찰과 검찰 등 수사기관을 거치지 않고 관할 법원의 소년부를 통해 소년보호재판을 받을 수 있다. 범죄 경력을 남기지 않고 처벌보다 선도와 사회복귀를 우선시한다.

또 법원은 아이들의 피해를 막자며 전문조사관이 사건을 조사하고 전문가를 통한 심리상담, 진단, 치료까지 해준다. 무엇보다 성장기 아이들에게 전과기록이 남지 않도록 해주려는 법원의 노력이 눈물겹다. 대법원장까지 나서 “교육현장과 협의해 처벌이 아닌 화해를 이끌어낼 다양한 방법을 찾아보겠다”고 한다.

교육 논리로 감동을 주는 법원의 영혼 있는 정책과, 교육논리를 저버린 교과부의 영혼 없는 정책이 대비된다. 유엔가입국임에도 유엔아동권리협약을 외면하고, 학생인권에는 관심이 없는 교과부. 어쩌다가 법원보다도 교육 논리가 빈약한 교과부가 되었을까?

정말 누구를 위한 교과부이고, 무엇을 하자는 교과부인지 묻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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