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멈춘 분재와 같은 자녀교육
성장 멈춘 분재와 같은 자녀교육
  • 권길중 참스승 다솜운동 회장
  • 승인 2012.09.15 12: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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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길중의 참교육 이야기

한 아들이 직장에 취업해 출근한지 두 달도 채 안된 어느 날, 퇴근을 맞이하는 자기 어머니를 안고 “엄마, 아빠 저를 이렇게 반듯하게 잘 길러주셔서 정말 감사합니다.”라고 말했다고 한다.

이 말은 세상의 모든 부모들이 자녀들에게 꼭 듣고 싶어 하는 말이다. 그런데 이 말은 대학 졸업을 앞두고 입사원서를 냈던 모든 회사로부터 차례로 합격 통지를 받아서 정말 뛸 듯이 기뻤던 순간에도 들을 수 없었던 귀한 말이었다고 한다.

더구나, 그 아들은 고3 때 학교와 담임선생님, 거기에 아버지까지 가세하여 권고한 최고의 명문 대학 진학을 거절했었다.

그 이유를 캐묻는 어머니에게 “엄마, 고등학교 삼년동안 공부하는 어려움보다는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를 모르고 사는 아이들과 함께 어울리고 생활하는 것이 훨씬 더 힘들고 어려웠어요”라며 “우리나라 최고의 강사들에게 고액과외를 하는 친구들 사이에서 학원차도 못타고 매일 학교 도서관에 남아 자율학습을 해야 한다는 것이 얼마나 참기 힘든 일이었는지 몰라요”라고 털어놓았다는 것이다.

또 “그런데 그 대학에 진학하면 또 돈이 최고인줄 아는 그 아이들 사이에서 살아야 하는 어려움이 계속될 거예요. 하지만 그래도 아빠가 꼭 그 대학을 가라고 말씀하시면 따르겠습니다.” 라고 부모의 가슴을 울렸다고 한다.

청년의 부모들은 퇴근 후 감사인사를 하게 된 이유가 궁금해서 마주 앉아 귀를 세웠다. 아들은 초·중학교에 다닐 때 다른 부모들처럼 과외를 시켜주지 않는 자기의 부모가 내심 원망스러웠다고 했다. 그런데 대학에 가서보니 자기 스스로 공부한 것만이 자기의 것임을 알게 되었다.

교수가 제시한 과제를 해결할 때도 자기는 별로 어려움을 느끼지 않았지만 과외가 습관이 된 친구들은 무척 어려워하는 것을 매번 보게 되었다는 것이다. 회사에 출근한 뒤에도 상사들이 주는 프로젝트를 해결하는 것이 자기는 그렇게 어렵지 않았지만 많은 입사 동기들은 선배 사원들을 찾아다니면서 핀잔을 듣더라는 것이다.

급기야, 그날은 팀장에게 불려가서 부모님들로부터 좋은 교육을 받은 것 같다고 칭찬을 들었다고 설명했다. 청년의 부모는 아들을 양육할 때 남들처럼 제대로 해주지 못한다는 자책으로 무척 괴로웠을 것이다.

그러나 모든 것을 풍족하게 해주는 것만이 좋은 양육이 아니다. 아이들이 어떤 결핍을 느끼지 못할 때 자신이 좀 더 나아지려는 욕구인 ‘성취동기’가 약해서 공부를 잘하지 못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더구나 자기 아이가 다른 이들에게 인정받기를 바라는 조바심 때문에 스스로 생각하고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기회를 박탈하는 부모들을 자주 보게 된다.

초등학교 때는 심한 경우 아이는 놀고 엄마가 아이의 숙제를 하는 모습도 자주 볼 수 있다. 중고등학교에 가서는 학교에서 공부하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학원을 보내거나 과외를 시킴으로써, 아이가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할 수 있는 기회를 찾을 수가 없게 만든다.

이렇게 의존적 방법으로 공부하는 아이는 왜 공부해야 하는지 모른다. 자기 자신의 미래를 개척하기 위해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엄마를 위해서 공부하는 것이란 생각에 거꾸로 유세를 부리기도 한다.

아이가 좀 힘들어한다고 모든 것을 다 사주고, 몇 개의 학원이든 고액 과외든 필요하다는 모든 것을 다 해주는 것은 아이가 더 이상 자랄 수 없도록 막는 것과 같은 것이다. 분재는 수백 년을 살아도 그 키를 키울 수 없다. 계속 뿌리를 자르기 때문이다. 우리도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아이들을 분재처럼 키우고 있지 않는지 되돌아 볼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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