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종식 강서구 희망나무 목공소 반장
윤종식 강서구 희망나무 목공소 반장
  • 조현정 기자
  • 승인 2012.09.23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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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사목 다듬어 시민들에게 돌려주는 현대판 대목장
▲윤종식 희망나무목공소 반장.

통나무를 가득 실은 트럭이 강서구 개화산 입구 야적장에 도착한다. 트럭 안에는 봉제산, 우장산, 증미산 등에 방치된 지난해와 올해 태풍 피해목과 가로수 고사목들이 가득하다. 이런 죽은 나무는 왜 개화산 자락으로 실어 오는 걸까.

트럭이 쏟아놓은 고사목을 반기는 사람들이 몰려 나온다 희망나무목공소에서 일하는 기술인력 5명이다. 이들은 윤종식(54) 반장의 지휘 아래 일사분란하게 움직인다. 윤 반장은 전문적인 건축 목수, 옛날로 치면 대목장이다.

그는 강서구의 일자리창출사업 공개지원을 통해 희망나무 목공소와 함께 한지 1년이 넘었다. 윤 반장은 이곳에서 폐목으로 방치된 나무를 가공해 강서구뿐만 아니라 서울 곳곳을 장식하는 목재 시설물을 만든다.

불과 1년만에 강서구 일원에 그에 대한 칭찬이 자자하다. 하지만 윤 반장은 손을 내젓는다.

“그저 자부심을 갖고 열심히 일할뿐입니다. 죽어가는 나무를 살리다보니 주민들께서 좋게 보아주시는 것 같아 오히려 내가 고맙습니다.”

희망나무 목공소는 지난해 9월 개화산 산16-6번지 약 250㎡의 부지에 둥지를 틀었다. 전기톱과 대패, 각끌기, 환거기, 사포기 등 여느 목공소와 다를 바 없는 시설과 장비를 갖추고 있다. 강서구가 썩어가는 통나무들을 재활용해 자연친화적인 공원시설물로 제작, 설치하기 위해 만든 시설이다.

윤 반장은 옛날 장인들이 그랬듯 자신의 기술로 여러 사람을 편하게 해주는 일에 자부심이 가득하다.

그는 “강서 둘레길을 가다가 내가 설치한 시설물에서 여러 사람이 편하게 쉬는 모습을 보면 더 열심히 만들어야 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올해 초 개방한 강서둘레길에는 정자, 파고라, 목교, 휀스 등 상당수의 공원 시설물이 주민들을 반긴다. 모두 윤 반장과 목수들이 직접 제작한 것들이다. 이뿐만 아니라 강서구 각 동 주민센터, 겸재정선기념관, 노인복지관, 경찰서 등에 파고라, 야외탁자, 벤치형 의자 등도 설치했다.

얼마 전에는 서울시에서 시설물 요청이 들어와 용산의 효창공원에 시설물 지원에도 나섰다. 윤 반장과 자리를 함께 한 강서구청 관계자는 “워낙 희망나무목공소가 만든 목재 시설물이 좋다보니 이제는 주민들이 구청으로 전화를 해 개인적인 시설물 설치도 문의한다”고 전했다.

하지만 희망나무목공소는 아직 공공시설 제작에 주력할뿐 개인적인 부탁은 들어주지 않는다. 윤 반장은 “앞으로 여건이 된다면 주민들의 가정에 필요한 탁자나 의자를 만들어 설치할 계획도 있다”고 했다.

주민들이 감탄한 윤 반장 팀의 솜씨는 올해 개방한 강서둘레길에 잘 나타나 있다. 1·2단계 구간 6.8km에 이르는 둘레길에 정자 2곳, 평의자 45개, 원형의자 50개, 목교 3곳, 목계단 70단, 샛길 펜스 50m, 원주목 포장 30㎡분량의 시설물을 자체 제작, 설치했다.

산림 내 재해예방 시설물인 배수로, 흙막이 공사도 척척 해냈다. 이밖에도 어린이공원 등에 필요한 시설물도 이들의 손을 거쳐 탄생했다.

윤 반장은 “공공시설물을 내 가구처럼 깨끗하게 사용해주시길 바랄뿐”이라며 “자연 그대로의 친환경 시설물로 오가는 주민들에게 좋은 모습으로 보여드리고 싶지만 담뱃불로 인한 훼손 등으로 더럽혀진 것을 보면 안타깝다”고 털어놓았다.

여러 사람이 같이 편하게 쉴 수 있는 공간인 만큼 깨끗하게 사용해주길 바란다는 당부다. 앞으로 희망나무 목공소는 평의자, 벤치 등 편의 시설물을 사회복지시설과 각급 학교에 무상으로 제공할 계획이다.

윤 반장은 “희망나무목공소에서 먼저 산림자원을 효율적으로 재활용해 우리 주변을 자연친화적으로 가꾸어 갈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인터뷰를 마치고 돌아오는 길 뒤쪽에서 기다렸다는 듯이 전기톱과 대패, 각끌기, 환거기, 사포기 등의 우렁찬 소리가 울려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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