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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에서 최고로 바쁜 대한민국 여대생들
2012년 09월 23일 (일) 13:47:32 배은혜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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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은혜 활동가.

그래, 꼭 10여 년 전의 일인 것 같다. 당시엔 정치전공 여대생이라는 이름으로 여기저기 많이 기웃거렸었고, 한 여성단체의 청년모임을 시작으로 시민사회와의 본격적인 인연이 시작되었다.

재·보궐선거까지 합하면 선거가 없는 해가 없을 지경이었으니, 정치란 키워드는 늘 현재진행형의 관심사였고, 여성정치세력화란 과제는 지금과 마찬가지로 향후 50년간은 유효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에서 시민사회와 함께한 내 대학생 시절은 다양한 프로그램에 참가로부터 기획까지로 채워졌는데 그 중 하나가 ‘직업으로서 정치, 비젼 있다’라는 일관된 메시지를 전달했던 ‘여대생 정치캠프’였다.

10여 년 전에는 여대생 신분의 프로그램 참가자로 함께 했던 여대생 정치캠프를 지금은 사업담당자 되어 진행하고 있다. 사업을 시작하기도 전에 오묘한 기분에 사로잡혔던 것도 이 때문이었으리라

서울시 여성발전기금 지원을 받아 진행 중인 “여대생, ‘정치’를 품다. 변화를 만들다”라는 본 사업은 총선시기 대학 캠퍼스 캠페인, 정치아카데미, 숙박 정치캠프로 구성되었는데, 그도 그럴 것이 총선과 대선이 한 해에 치러지는 시기적 상황에 고무된 지점도 없지 않았다.

총선 때 인연을 맺은 친구들을 아카데미를 통해 붐업시키고, 숙박 정치캠프를 통해 여대생 대선정책을 도출해 대선시기 여대생 정책요구안을 발표하는 것이 이 프로그램의 본래 계획이었다.

숙박 정치캠프만을 앞두고 있는 지금, 몇 번의 좌절을 겪으면서 그것은 그야말로 야무진 계획이었음을 확인하게 되었다. 10여 년 전, 참가자로 함께할 때에는 이제 막 외환위기가 왔던 시기로 그래도 아직은 등록금 1000만 원 시대는 아니었고, 캠퍼스의 낭만도 여전히 살아있었고 나보다는 우리 사회의 문제에 대한 고민과 성찰이 남아있던 시기였다.

서툰 한글파일로 엉성하게 만든 참가자모집 공고에도 수시간 만에 참가자가 마감되고, 그렇게 찾아온 친구들은 성토대회를 불사할 정도로 열정적으로 토론하고 결과물을 만들어내고 자연스럽게 네트워킹까지 가능했다.

그러나 2012년의 여대생들은 달랐다. 팬시한 디자인의 그럴듯한 웹자보를 만들어 온갖 대학생들이 이용하는 인터넷 사이트와 까페, 주요대학 게시판에 게재하고 주요대학 총학생회와 총여학생회와도 컨택해 봤지만, 반응은 싸늘했다.

참가신청을 한 친구들마저도 행사 며칠을 앞두고 취소하거나 당일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빈번했다. 사업담당자로서 유수한 강사진을 섭외하고, 여러 전문가들과의 회의를 통해 참신하고 재밌는 방식의 프로그램 기획을 준비했건만 정작 여대생들이 모여주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나오는 친구들이 있고, 그 친구들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적어도 이 친구들에게는 좋은 기회와 자극이 되고 있다고 스스로 다독일 수 밖에 없었다. 도대체 지난 10여 년 동안 대한민국 사회에 무슨 일이 벌어졌던 것일까. 악플보다 무서운 것이 무플인 시대가 아닌가.

정치혐오는 최소한 관심이라도 있다는 것이지만, 정치무관심은 대책이 없다. 대한민국의 여대생, 아니 청년들은 지금 이 순간 어디에서 무엇을 고민하면서 시간을 보내고 있는 것일까.

학비를 마련하느라 알바에 매여 있고, 좋은 학점을 받기위해 온갖 팀플 과제와 리포트에 매여 있고, 취업하기에 좋은 스펙을 쌓기 위해 다양한 스터디와 인턴십을 뛰고 있다. 그러느라고 ‘여대생 정치캠프’에는 관심을 가질 여유가 없다.

아쉬웠던 점으로 참가자 모집에 어려움이 있었다고 이 사업의 평가는 간략하게 정리되겠지만, 이 씁쓸함은 어떻게 정리해야 할까.



배은혜 한국여성단체연합 활동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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