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하는 서울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자살하는 서울시민들에게 필요한 것은
  • 서울타임스
  • 승인 2012.09.23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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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가 최근 시내 400여 개 동별 자살 현황 자료를 공개했다. 동별 자살률 집계는 이번이 처음이다.

서울시는 맞춤형 자살대책을 세우기 위해 통계청에 2005~2010년 서울시내 동별 자살현황 자료를 요청했다고 한다. 그동안 서울의 자살률은 25개 자치구를 비교하는데 그쳤다.

이번에 나온 동별 자료를 보면 동대문구 ㅈ동의 6년 연속 자살률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밖에 자치구별 자살률이 높은 곳은 동대문구 4개 동, 중구·용산구 3개동, 강남·서대문·영등포·종로구 2개동 등이 ‘자살 고위험 지역’으로 분류됐다.

이들 동은 대부분 다세대 밀집지역, 영구임대아파트, 쪽방촌이 들어선 빈민 지역이다.반면 강남구의 2개 동은 유흥업소 종사자들이 많이 거주한다. 자살 고위험 지역은 이처럼 사회적·경제적 요인을 안고 있다.

하지만 전국적으로 볼 때 자살률이 가장 높은 지역은 농촌 지역이다. 이들 농촌 지역은 해마다 영농철을 앞둔 이른 봄이면 자살이 속출하기 일쑤다. 많은 농민들이 한 모금만 마셔도 회생이 불가능한 맹독성 제초제 그라목손으로 목숨을 잃는다.

농민들은 새해 농사에 대한 기대와 희망 대신 늘어만 가는 농자금 대출과 추수를 해도 남는 게 없는 농산물 가격에 절망한다. 서울의 빈민 지역이나 유흥가에 깃든 시민들도 이같은 절망이 한가닥 희망까지 잠식했을 것이다.

서울시는 이번 자료를 바탕으로 자살예방 종합대책을 내놓을 예정이라고 한다. 그런 종합대책이 얼마나 실효성이 있을지는 두고 볼 일이다. 시민들의 자살을 예방하기 위해서는 개개인의 희망을 되살려야 한다.

서울시가 세우는 대책에 희망까지 살려내는 묘안이 있을 것 같지는 않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시민운동가로 활동하면서 ‘희망제작연구소’라는 단체를 만들기도 했다. 어쩌면 이번에 내놓은 자살예방종합대책에도 그런 희망을 대입할 수 있을 것이다.

만약 서울시가 정말 효과적인 자살예방대책을 내놓는다면, 그리고 실질적인 효과를 얻는다면 국가적인 성과로 평가받을 수 있다. 자살로 목숨을 끊는 시민 중 대다수가 벗어날 수 없는 가난에 절망한다. 서울시민들 대다수는 지금 어느 때보다 심각한 가난을 체감하고 있다.

‘가난은 나랏님도 어쩔 수 없다‘는 옛말도 있다. 서울시가 이번에 어렵게 통계청 자료까지 입수하는 등 열의를 보인만큼, 나랏님도 어쩌지 못하는 시민들의 가난과 절망을 보듬어 희망까지 되살려주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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