곽노현 대법 상고심 확정, 흔들리는 서울 교육
곽노현 대법 상고심 확정, 흔들리는 서울 교육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09.27 15: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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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정책 발목, 대선 맞물려 정치적 편 가르기까지
▲2010년 교육감 선거에서 후보를 매수한 혐의에 대한 대법원의 유죄 원심 확정 판결이 나오기 직전인 27일 아침 곽 교육감이 서울시교육청에 출근하고 있다. [사진=뉴시스]

서울 교육계가 다시 흔들리고 있다. 대법원은 27일 곽노현 전 교육감의 상고심에서 징역 1년형의 원심을 확정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2009년 10월 공정택 전 교육감의 선거법 위반에 대한 대법원에서 유죄 확정으로 지난해 7월 곽 전 교육감이 부임할 때까지 권한대행이 서울 교육정책을 이끌어 왔다.

곽 전 교육감 또한 지난해 9월 검찰이 선거법 위반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4개월 동안 자리를 비웠고 이번 원심 확정으로 재선거일인 12월 19일까지 또 다시 권한대행에게 업무를 넘기게 됐다. 이같은 서울시교육감의 잇따른 중도 낙마로 서울 교육의 파행이 불가피해졌다.

여기다 정부와 여당, 보수단체 등이 지난해부터 제기해 온 교육감 직선제 보완ㆍ폐지론의 불씨가 되살아날 것으로 보인다. 곽 전 교육감 기소과정에서 불거진 개혁 세력과 보수 세력 간 갈등도 더 치열해질 전망이다.

서울시·시의회 공교육 정책도 영향

먼저 서울 교육계는 곽 전 교육감이 추진해온 교육개혁 사업에 제동이 걸릴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곽 전 교육감은 그동안 역점사업인 ‘서울형 혁신학교’, ‘학생인권조례’, ‘문·예·체 교육 활성화’ 등 교육개혁정책에 힘을 실어왔다.

이 과정에서 ‘학생인권조례’, ‘교권조례’ 등을 놓고 교과부에 정면으로 맞서면서 갈등을 빚기도 했다. 곽 전 교육감의 교육개혁정책 공교육의 고질적인 병폐를 차단하고 학생들의 창의성과 자율성에 초점을 맞췄다는 점에서 높은 평가를 받아 왔디.

또 곽 전 교육감이 추진해 온 개혁정책은 서울시의 공교육 방침과 궤를 같이 하면서 무상급식 확대 등에 탄력이 붙기도 했다.

무상급식 논쟁은 지난해 오세훈 전 서울시장의 중도 사퇴를 부른 계기가 되기도 했다. 하지만 곽 교육감의 퇴장으로 서울 공교육이 앞으로 어떤 노선을 걷게 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특히 서울시의회와 보조를 맞춰 온 ‘학생인권조례’, ‘교권조례’ 등의 전망도 불투명해졌다. 전교조 등 개혁성향 단체들은 “정당한 절차를 거쳐 서울시의회에서 제정된 조례를 백지화하는 것은 교육정책의 안정성을 해치는 일”이라고 밝혔다.

반면 교총 등 보수 성향 단체는 “학생인권조례 등 찬반이 극단적으로 갈린 정책은 당연히 원천 무효”라고 맞서고 있다.

직선제 폐기 주장에 개혁 단체 반발

교육감 직선제도 도마에 오를 전망이다. 2010년 서울시교육감 선거 당시 선거비용은 38억5700만 원(이하 중앙선관위. 1인당 제한액 기준)에 달했다.

지난해 9월 곽 교육감이 구속됐을 당시 정부와 여권은 교육감 선거에 이렇게 많은 돈이 들면 부정 선거의 빌미를 제공할 소지가 많다며 공동등록제를 제시한 바 있다.

공동등록제에서는 교육감후보자와 지자체장 후보자가 공동으로 후보자 등록을 하고 선거운동도 같이 하는 방식이다. 하지만 이럴 경우 교육감의 정당 공천 배제 방침에도 불구, ‘교육의 정치적 중립성’ 유지가 어렵다는 지적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특히 지난 선거에서 진보성향 교육감이 당선된 것은 주민직선제 때문으로 평가하는 개혁 진영이 직선제 폐지에 동의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같은 논란을 배경으로 한 개혁 성향의 교육단체와 보수 성향 단체의 갈등은 앞으로 더 심해질 전망이다.

교육계 보·혁 갈등 정치색 띠고 맞대결

더욱이 교육감 재선거가 12월 19일 대통령 선거와 함께 치러지면서 여야 대결구도로 진행될 수밖에 없게 됐다.

또 2010년 6월 지방 선거로 당선된 교육감 중 현재 수사를 받거나 법적 다툼 중인 타 지자체 교육감이 5명에 이르는 등 서울 교육계의 이번 사태가 대선 바람을 타고 전국적으로 확산될 가능성도 있다.

현재 장만채 전남교육감이 수뢰혐의로 1심 판결을 앞두고 있는데다 장휘국 광주교육감과 임혜경 부산교육감은 선거비용 부풀리기와 뇌물수수 의혹으로 검찰수사를 받고 있다.

특히 곽 전 교육감과 같은 개혁 성향의 김상곤 경기교육감과 김승환 전북교육감은 교육과학기술부와의 갈등으로 소송 중이다. 이들 개혁 성향 교육감들은 시국선언 교사 징계, 학생인권조례, 학교폭력 학교생활기록부 기재 등을 두고 교과부와 14건의 소송을 진행하고 있다.

이런 일이 겹치면서 대선 국면과 서울시교육감 재선거가 맞물려 교육계의 논쟁이 색깔론으로 확산될 조짐마저 보이고 있다.

이와 관련, 성기선 가톨릭대 교수(교육학)는 “이번 곽 전 교육감 유죄 확정이 교육계의 이념 싸움으로 이어지면 안 된다”며 “일선 교사나 교육단체들도 ‘라인’을 따라 움직이지 말고 산적한 교육 개혁 과제에 집중해야 한다”고 밝혔다.

성 교수는 또 “어느 특정 인물이 유죄 판결을 받았다는 점을 안타까운 것이 아니라 교육현장과 관련 없는 문제로 교육계가 흔들린다는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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