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업 시간에 질문이 없는 학생들
수업 시간에 질문이 없는 학생들
  • 권길중 참스승 다솜운동 회장
  • 승인 2012.09.28 11: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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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언제나 그렇듯 걸음을 바쁘게 옮기고 있는데 앞선 애기와 엄마의 행보가 좁은 보도를 막으며 걷고 있었다. 애기가 엄마에게 무엇인가 질문하는 말이 들렸다.

 “엄마, 이건 뭐야?” 하고 물으며 손가락으로 가린킨 것은 길가에 서 있는 전선주였다. 엄마는 너무 쉬운 것을 묻는다고 생각한 듯 걸음을 계속하며 대수롭지 않게 답했다. “응, 그건 전봇대야.” 애기는 잡고 있던 엄마 손을 빼며 다시 물었다.

“엄마, 전봇대는 무언데?” 엄마는 걸음을 멈추고 손바닥을 펴서 애기 턱 밑에 대고 턱을 끌어올리며 “저 위에 줄이 보이지? 저 줄이 전깃줄인데, 전봇대는 전깃줄을 받쳐주기 위해서 세워 논 거야. 알았어?” 하고 자상하게 답해주곤 가던 길을 계속 옮기려 했다.

그러나 애기는 아직도 궁금한 게 있는 양 다시 손을 빼고 “엄마, 전깃줄은 또 뭐야?” 하고 물었다. 엄마는 잠시 급하게 지고 있는 노을을 한 번 보고는 침을 삼키더니 조금 짜증 섞인 소리로 “엄마 좀 봐. 엄마가 방에서 스위치를 누르면 전기가 들어오지? 전깃줄은 바로 그 전기가 타고 오는 줄이야. 이제 알겠어?” 라고 답하고는 아이를 끌어당길 것 같은 자세를 취했다.

아이는 엄마의 그런 모습과는 관계없이 “엄마, 그 전기가 어떻게 타고 오는 건데?”하고 진지한 표정으로 물었다.

이 질문은 이제까지의 질문과 달리 엄마가 쉽게 답할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나는 큰 호기심을 가지고 관찰하였다. 그런데 그 엄마는 주먹을 쥐어 아이의 머리를 슬쩍 쥐어박으면서 “야, 이제 그만 좀 물어라! 이건 한 번 묻기 시작하면 끝을 몰라서 문제야.” 라고 말하는 것이었다.

그리고는 마치 화난 사람처럼 애기의 손을 당기면서 길을 재촉했다. 뜻밖에 모자의 대화를 다 듣게 된 나는 긴 한숨을 쉬고 그 자리를 떠났다. 무척 마음이 아팠다. 오늘 본 이 모자의 대화는 우리나라 모든 엄마와 애기들의 일반적 대화일 것이기 때문이다.

심리적으로 보통 세, 네 살 애기들이 일생 중 지적 호기심이 가장 왕성하다고 말한다. 그래서 이 시기의 아이들은 엄마에게 궁금한 것을 쉼 없이 묻곤 한다.

이 때 엄마가 애기의 질문이 쉽다고 생각해서 모든 것을 가르쳐 주다가 질문이 귀찮아지거나 조금 어려워지면 “더 이상 묻지말라”고 제지하게 된다. 그렇게 되면 아이의 지적 호기심과 성취동기가 약해지게 된다.

백과사전을 뒤지고 인터넷의 도움을 받아 모든 걸 가르쳐주는 엄마라면 그 애기는 모든 것을 엄마에게 의존하면서 더 이상 알고 싶은 것이 없게 될 것이다.

똑똑하고 조숙한 아이처럼 보여서 어른들을 기쁘게 해줄 수는 있겠지만.그 애기는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알기 위한 노력은 중단할 수 있는 위험이 있다. 그 때문에 선생님의 수업시간에 질문을 유도해도 침묵이 흐르게 된 원인이 될 수도 있다.

나는 이 시기에 해당하는 애기들이 쉼 없이 질문을 하면 적당한 곳에서 되물어 줄 것을 제안한다. 노벨상 수상자의 25%를 차지하는 유대인들의 교육방법이 바로 지적 호기심을 해방하고 끊임없이 질문하는 학습습관에서 유래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부모의 성급함과 체면 때문에 내 아이가 자신을 잃고 모든 것을 부모에게 의존하며 사는 의존적 아이로 만들고 있지 않는지, 우리네 모든 부모들은 잠시 반성해 봐야 할 시기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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