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북 주민인권학교 다니는 박미르 (서울 안암초) 학생
성북 주민인권학교 다니는 박미르 (서울 안암초) 학생
  • 이원배 기자
  • 승인 2012.09.28 13: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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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 인권 교육 시간 꼭 필요해요”
▲ 성북 주민인권학교에 다니는 박미르 학생 가족. 왼쪽이 어머니 김문숙 씨, 오른쪽이 아버지 박경석 씨

사회복지 일을 하고 싶었던 박미르 학생은 사회복지 관련 공부를 하다가 사람들의 삶이 인권과 연관 된다는 것을 어렴풋하게 느끼고 작년부터 인권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그러던 와중에 성북구에서 여는 주민인권학교가 있다는 소식을 알게 됐고 부모님을 ‘설득’해 주민인권학교를 신청해 수강하고 있다.

많은 경우 부모님이 강연 소식을 듣고 아이들을 설득해 강연을 듣게 하는 데 비해 박미르 학생의 경우는 반대였다. “제 꿈이 외교관인데 외교관에겐 인권이 중요한 것 같아 부모님을 졸라서 듣게 됐어요.” 이렇게 해서 미르 학생과 부모님 3명이 한꺼번에 신청을 해서 수강을 하고 있다.

미르 학생의 아버지 박경석 씨는 직장이 멀어 처음엔 저어했지만 지금은 지각 할까봐 직장을 마치자마자 달려오는 ‘모범’ 수강생이 됐다.

그런데 아무래도 초등학교 6학년이면 인권 강의가 어렵지 않을까? 미르 학생은 “사회에 관심이 많아서 공감도 잘 되고 생각보다 어려운 건 없다. 약간의 기호와 단어를 빼고는 재미있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성적으로 차별 안 했으면
주민인권학교를 들으면서 미르 학생의 어머니 김문숙 씨의 생각도 많이 달라졌다. 김 씨는 “강의를 듣기 전엔 성범죄자 거세 주장에 찬성할 정도였는데 조효제 교수가 강의 중 ‘인권 앞에는 형용사가 없다’란 말을 하면서 인권은 모든 인간에게 주어진 권리라는 말을 듣고 생각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김 씨는 이어 범죄를 저지른 개인도 문제지만 범죄자가 생기는 사회 문제를 변화시켜야 한다는 부분에서 많이 공감했다고 한다.

인권학교를 다니면서 변화는 미르 학생에게도 왔다. 무엇보다 피부색을 이유로 사람을 차별하지 않기로 한 것이다. 미르 학생은 “예전엔 백인에겐 말을 잘 건넸지만 흑인이 오면 무서워 도망갔는데 이제 그러지 않을 것”이라고 다짐했다. 미르 학생의 다짐은 ‘인권 옹호관’ 역할로 확대됐다.

미르 학생의 반에는 다문화가정 자녀가 있는데 가끔 놀리는 친구들이 있다. 그때마다 피부색으로 놀리거나 차별하면 안 된다는 것을 친구에게 말하기도 한다.

미르 학생은 차별 얘기가 나오자 “가끔 학교에서 성적으로 차별하기도 하는 데 그런 건 없어졌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학교의 인권교육이 부족한데 아이들에게 더 많은 인권교육을 했으면 좋겠다”며 인권학교 수강생답게 학생 인권교육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인권학교 강의가 끝나면 집에 오면서 강의 내용을 부모와 함께 대화하며 의견을 나눈다는 미르 학생.
학생의 어머니는 “예전에는 개그콘서트 얘기를 많이 했는데 요즘엔 강의 내용과 인권에 관한 대화를 많이 하게 됐다.

아이 말에 더 귀 기울이게 됐다”며 변화를 설명하며 웃었다. 인터뷰를 마칠 즈음 학생의 아버지가 도착해 가족은 바삐 인권학교 강의실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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