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 소통 정책의 이상(理想)과 한계
시민 소통 정책의 이상(理想)과 한계
  • 서울타임스
  • 승인 2012.10.12 1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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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광장과 서울시 신청사에서 13일 박원순 서울시장의 시정을 상징하는 두 가지 행사가 동시에 열린다.
하나는 서울광장의 마을박람회다. 마을찻집과 마을텃밭, 물물교환가게와 마을극장 등 마을공동체를 느껴볼 수 있는 160개 부스가 설치된다.

다른 하나는 신청사 1층 로비에서 박 시장을 비롯한 시 간부들이 시민과 마주앉아 정책을 논의하는 ‘시민정책 아이디어마켓’이다. 서울시는 이날 상담 결과 중 시 정책으로 채택되는 아이디어를 낸 시민에게 문화상품권을 지급하고 2012년 하반기 희망서울 창의상 ‘시민제안’ 부문 후보로 추천한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서울시는 100명으로 구성된 시민참여단으로부터 서울 시민이 바라는 20년 후 서울의 미래상을 담은 ‘시민 제안서’를 전달받았다.

제안서를 바탕으로 내년 상반기까지 서울도시기본계획 '2030 서울플랜'의 세부계획을 수립한다고 한다. 이뿐만이 아니다. 서울시는 주요 사안별로 현장을 돌며 시민들의 의견을 듣는 ‘청책투어’를 진행하고 있다.

시민과의 소통을 시정 방침으로 내세운 박 시장의 의도를 살린 행사들이다. 이같은 공식적인 시민 대상 행사 외에도 박 시장은 SNS를 통해 끊임없이 시민들의 얘기를 듣는다.

시민들의 의견을 최대한 많이 듣고 그 안에서 서울의 정책을 이끌어낸다는 점은 높이 평가할만하다. 이를 통해 시민의 참여 의식이 높아지고 시정 방향도 시민들의 눈높이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그게 전부는 아니란 지적도 나오고 있다. 시민들의 의견을 많이 듣는다 해도 서울시가 결정하는 정책의 스펙트럼에는 한계가 있다. 1000만 서울 시민들의 요구를 일일이 다 반영할 수도 없고, 제안이 채택되지 않은 시민들을 모두 납득시킬 수도 없다.

결국 시민들의 의견 청취 따로 정책 결정 따로라는 이율배반이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럴 경우 서울시의 수많은 소통 프로그램 또한 의사결정과 정책 추진의 합리화를 위한 요식행위에 그칠 수도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또 하나, 서울시가 시민들의 능동적인 참여를 유도한 뒤 정책 추진의 결과에 대한 책임까지 시민들에게 돌리지 않을까도 한 번쯤 짚어볼 때가 됐다.

지방자치단체의 구성원, 즉 시민들 모두가 시민운동가는 아니다. 능동적인 참여를 통해 자신의 의사를 개진하는 훈련이 충분하지 않은 계층이 많다. 서울시가 공을 들이고 있는 마을공동체 사업도 올해 서울시가 책정한 인센티브와 내년 사업 전망에 대한 불협화음이 노출되고 있다.

그동안 서울시의 지원 없이 독자적인 마을 사업을 벌여온 선도적 시민단체는 서울시의 일방적인 정책 결정과 예산 배정을 반기지 않는다. 서울시가 추진하는 대시민 사업은 결국 시 당국의 관료들이 집행하고 결정한다. 최근 몇몇 사례에서 행정 관료와 박 시장의 시정 방침 사이에 미묘한 간극이 드러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무작정 시민들의 참여를 통해 정책을 결정한다면 시민과 함께 한다는 이상론에 금이 갈 수도 있다.

박 시장은 한 달 후 취임 1주년을 맞는다. 이제 한번 쯤 지난 1년 동안 달려온 길을 돌아보고 더욱 신중하게 새로운 서울 만들기에 나서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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