딸의 친구 가족과 함께 어린이대공원에 다녀왔다. 어른들에겐 북새통에 정신 사납고 힘든 하루였겠지만, 아이들은 너무나 재미있고 신나는 하루였나 보다. 저녁에 나란히 이부자리에 누워 기쁜 마음으로 짧은 저녁기도를 한다.
곧이어 이어지는 큰 아이의 해맑은 질문. "엄마, 행복한 거 세 가지씩 말하고 잠들기로 했잖아요. 엄마는 뭐가 가장 행복했어요?" 아, 이걸 기억하고 있다니. 매일 하지 않았는데도....! "응, 엄마는, 정원이랑 재인이랑 아빠랑 같이 걸어서 대공원에 가서 참 행복했구, 신나는 사물놀이를 정원이랑 재인이랑 같이 재미있게 봐서 행복했구, 지우네 가족이랑 같이 이야기를 많이 하면서 더 잘 알 수 있어서 행복했어."
정원이도 신나게 자기가 행복했던 것을 손가락을 꼽으며 단순하게 이야기한다. "친구 지우를 만나서, 같이 음식 먹어서, 같이 아이스크림 먹어서 행복했어요."그러더니, 계속되는 추가 행복꺼리가 쏟아진다. "아, 맞다, 엄마랑 같이 사물놀이 본 거도 행복했구~ 재인이가 머리를 잘 깎아서도 행복했구~~~"
손가락으로 꼽으면서 말하는 것이 열여섯 가지가 넘는다. 감동스러워 하고 있는데 재인이가 옆에서 자기도 행복했던 점을 말하려고 한다. "응~ 나는~ 같이 놀아서 행복했어요~" 우리가 서로 행복한 걸 이야기하는 사이, 네살 아들도 자기가 행복한 것을 찾아 이야기한다. 감동이 밀려온다.
나는 다시 딸에게 물었다. "그럼, 오늘 정원이가 잘 한 일은 뭘까? 엄마는 이렇게 세 가지 잘 한 거 같아. 아침에 추울 줄 알고 아빠가 머플러 가져오라고 해서 가지고 나갔는데 더웠잖아~ 하지만 엄마가 언젠가 머플러가 필요할 거라고 생각하고 그냥 꿋꿋이 머플러 하고 있었어.
짐이 많아서 넣을 곳도 없어서. 둘째는, 짐이 많고 무거웠지만 불평하지 않고 기쁘게 걸었어. 셋째는, 정원이 그림일기장 새로 산 거!
정원이는 세 가지 무엇을 잘 한 거 같아?"
잠시 생각하더니 딸은 웃으며 이야기한다. "음~ 아침에 엄마에게 솔직하게 내가 원하는 거 말했어요. 그리고 힘들지만 짜증내지 않고 끝까지 잘 걸었어요. 응 그리구~ 약속을 지키고 딱 하나만 만화(꼬꼬맘) 보고 더 보여 달라고 울지 않았어요." 어이구..... 스스로 잘한 일도 이미 다 알고 있는 여덟살 아이! 이제 다 큰 것 같다. 그러더니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스스로 덧붙인다.
"그리고 참, 엄마에게 미안한 거 하나 있어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엄마에게 울고 짜증낸 거. " 다 알고 있다. 아이들도. 고마운 것, 잘 한 것, 미안한 것까지...!
참으로 감사하다. 아이들이 점점 스스로 감사함을 찾아가며 성장하고 있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