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현 동대문구 중학생 멘토
이지현 동대문구 중학생 멘토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0.26 11:4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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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립대 세무학과 2학년, 미래의 도시마케터
▲서울시립대 2학년 이지현 양.

대학생은 바쁘다. 취업에 대비한 스펙 쌓기와 생활비 벌기, 그리고 소비 전선의 첨병 역할까지 도맡기도 한다. 하지만 이런 북새통에서 한 걸음 빠져나와 매주 한 번씩 중학교를 찾아 어린 후배들의 멘토를 자처하는 대학생들이 있다.

동대문구 교육비전센터가 진행하는 대학생 학습 멘토링 사업 자원봉사자들이다. 현재 이 사업에는 서울시립대학교 재학생 12명과  한국외국어대학교 재학생 6명이 4개 중학교 98명의 학생을 보살피고 있다.

이지현(서울시립대 세무학과 2) 양도 그런 자원봉사 멘토다. 그는 매주 수요일 저녁 6시부터 9시까지 동대문구 자평중학교로 ‘출근’한다. 그곳에서 꼬박 3시간씩 아이들의 자율학습을 감독하고 모르는 문제를 풀어준다.

가르침보다 배움이 많은 멘토링 봉사
이양은 “지난 1학기 때는 동대문중학교에서 매주 토요일마다 아이들에게 수학을 가르쳤다”며 “2학기에도 멘토링 봉사에 참가하면서 나름 수업계획서까지 마련했는데 학교 방침이 달라 맥이 빠진 건 사실”이라며 웃었다.

그렇다고 자평중학교에서 멘토 봉사를 게을리 하는 것은 아니다. 마치 고등학교와 같은 시스템으로 운영되는 이 학교 분위기에 더욱 긴장하게 된다. 자신이 맡은 중학생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기 위해서다.

그는 “집안에 나이 차가 많이 나는 손위 사촌들밖에 없어 어릴 때부터 누군가의 도움을 받고 싶었다”며 “그렇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도움되는 일을 하는 멘토 역할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대학생 학습 멘토링 사업에 참가하게 된 계기는 대학생활에서 맞닥트린 슬럼프였다. 이양은 “사실 요즘 대학생들은 대부분 암울한 분위기에 빠져있다”며 “거기다 지방에서 올라와 혼자 생활하는 외로움과 앞으로 넘어야 할 진로 문제 등에 겹쳐 우울증에 빠져있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는 부산에서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서울시립대 4년 장학생으로 진학한 재원이다. 우울증에 빠져 있던 올해 초 우연히 학교 공지를 통해 대학생 학습 멘토링 참가자 모집을 보게 됐고 선뜻 지원했다. 마음 속에 남아있던 선생님에 대한 꿈도 작용했다.

결과는 생각지도 못했던 ‘고마움’이었다. 아이들에게 도움을 주고 싶다는 생각에 시작한 일이 오히려 아이들에게서 더 큰 도움을 얻는 일로 탈바꿈해 있었다.

이양은 “멘토링 수업 첫날부터 지각을 했다”며 “그 때 사회적 약속이 얼마나 중요한지, 앞으로 직장생활을 할 때 무엇을 경계하고 스스로를 바로잡아야 하는지 뼈저리게 깨달았다”고 했다.

아이들을 통해 되돌아보는 자신의 모습도 새롭다. 이런 반추를 통해 대학생활까지 더 탄탄한 기반을 닦게 된다. 그는 “아이들에게는 우리 사회가 어떻게, 얼마나 변화하고 있는지가 그대로 투영된다”며 “먼저 몇 년 사이에 바뀐 우리 청소년들의 모습과 환경의 변화에 놀라고 여기서 현재 자신의 위치를 되짚어보게 된다”고 전한다.

서울 발전 이끄는 도시마케터의 꿈
아이들을 보며 걱정되는 부분도 적지 않다. 모두들 공부에만 매달릴 뿐 인성 문제를 뒤로 미루는 듯 보이기 때문이다. 그러면서도 지방보다 치열한 공부에 내몰리는 서울의 중학생들이 안쓰럽기도 하다.

그런 아이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도 한가득이다. 이양은 “고민이 있다면 실컷 털어놓고 앞으로의 진로에 대해서도 깊이 있게 이야기를 나눴으면 좋겠다”며 “앞으로 어떤 일을 하고 싶은지, 그 일을 준비하기 위해 학교생활과 진학 문제는 어떻게 풀어나가야 할지보다 당장 시험공부에만 매달리는 중학생들이 안타깝다”고 한다.

그런 이양의 꿈이 뭘까? 단기 목표는 전공을 살린 회계사 시험 합격이다. 하지만 진짜 꿈은 더 멀리 있다. 그는 ‘도시마케팅’ 전문가의 꿈을 키우고 있다. 도시의 잠재력을 발굴해 알리고 이를 통해 균형 있는 발전을 이끌고자 한다.

이양은 “서울은 무궁무진한 자원을 가진 도시인데 아직 세계에 통할만한 정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며 “뉴욕의 경우 오래 전부터 ‘아이 러브 뉴욕’이란 단일 슬로건을 내세우고 있지만 서울은 오세훈 전 시장 당시 ‘하이 서울’에서 시장이 바뀌자 ‘희망 서울’로 바꾸는 등 일관성이 없다”고 지적했다.

그는 서울을 성장시키는 도시마케터로 기반을 닦은 뒤 부산에 내려가 고향 발전에도 힘을 보태고 싶어 한다. 이런 당찬 대학생의 학습 멘티가 될 수 있는 자평중 아이들이 부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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