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사성어로 읽는 서울
고사성어로 읽는 서울
  • 김흥순 객원논설위원·흙문화재단 대표
  • 승인 2012.10.26 13: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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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의 환경위기와 하인리히 법칙-勿助勿忘

서울시가 지하철역 37곳이 라돈 위험 구역으로 지정된 가운데 서울시가 대책 마련에 나섰다. 서울시내 터널에서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의 농도가 대기 공기질 평균보다 최대 30배까지 높게 나타나는 등 서울시 시설물들이 위험하다는 수준으로 나타나 시급한 조치가 요구된다.

스리마일섬, 체르노빌, 후쿠시마 원전, 구미 불산 사고등을 볼 때 철저하게 다루어야 할 문제다. 10월21일 서울시는 최근 스크린도어 설치 후 지하철 안 라돈 농도가 평균 53% 증가했다는 연구 결과에 따라 지하철역의 라돈 농도 측정과 환기를 강화하겠다는 방침을 밝혔다.

인체에 영향을 줄만한 수준은 아니지만 시민 불안 해소 차원에서 결정한 일이라는 설명이다. 특별관리구역으로 지정된 역은 1~4호선의 서울메트로 17곳, 5~8호선 도시철도공사 40곳이다.

라돈은 무색, 무취의 방사성 가스 형태로 발생, 주로 터널 구간 암반에서 지하수에 녹아 배출되며 공기중으로 확산된다. 오랜 기간 노출되면 폐암이나 위암을 일으키는 발암물질이다.

또, 서울시가 관리하는 남산 3호 터널과 홍지문 터널에서 발암물질인 '벤조피렌'이 검출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 공기질 평균인 0.35ng/m3 보다 30배 높았다. 국정감사를 위해 서울시 보건환경연구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서울시 터널 공기질 측정 결과’ 자료에 따르면 1급 발암물질인 벤조피렌과 미세먼지(PM10)의 농도가 높은 것으로 나타난 것이다.

1952년 12월 5일 9일의 영국의 런던에 농무가 끼고, 가정에서는 동기의 추위를 견디기 위해 석탄을 난방에 대량 소비하여 쓴데, 역전층도 가담해서 무풍이기 때문에 석탄으로부터의 부유입자물질이나 아황산가스가 고농도가 되어 호흡 곤란, 티아노이제환자가 다발해 1주간의 과잉사망수가 4000인에 이르렀던 흑색의 런던 스모그를 생각해 볼 일이다.

이런 환경오염은 인간이 보다 편한 삶을 살기 위해 인위적으로 자연을 바꾸는데서 시작된다. 맹자(孟子)에 조장(助長)이란 말이 나온다. 벼를 빨리 자라게 하기 위해 모를 심자마자 뽑아 올린 한 농부의 어리석은 짓을 꾸짓는 얘기다. 억지로 키운 모는 곧 말라 죽었다.

맹자는 여기서 조장하지 말라는 뜻으로 ‘물조’(勿助)를 얘기한다. 그렇다고 무엇이든 아예 생각하지 않으면 만사를 그르친다고 경고한다. 바로 ‘물망’(勿忘)이다.물망은 하인리히 법칙(Heinrich’s Law)과 일맥상통한다. 대형사고가 발생하기 전에 그와 관련된 수많은 경미한 사고와 징후들이 반드시 존재한다는 것이 하인리히 법칙이다. 

업무 성격상 수많은 사고 통계를 접했던 하인리히는 1931년 펴낸 <산업재해 예방 : 과학적 접근 Industrial Accident Prevention : A Scientific Approach>이라는 책에서 경고하고 있다.

산업재해 사례 분석을 통해 하나의 통계적 법칙을 발견하였다. 그것은 바로 산업재해가 발생하여 중상자가 1명 나오면 그 전에 같은 원인으로 발생한 경상자가 29명, 같은 원인으로 부상을 당할 뻔한 잠재적 부상자가 300명 있었다는 사실이었다.

하인리히 법칙은 1:29:300법칙이라고도 부른다. 즉 큰 재해와 작은 재해 그리고 사소한 사고의 발생 비율이 1:29:300이라는 것이다.

큰 사고는 우연히 또는 어느 순간 갑작스럽게 발생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전에 반드시 경미한 사고들이 반복되는 과정 속에서 발생한다는 것을 실증적으로 밝힌 것으로, 큰 사고가 일어나기 전 일정 기간 동안 여러 번의 경고성 징후와 전조들이 있다는 사실을 입증하였다.

다시 말하면 큰 재해는 항상 사소한 것들을 방치할 때 발생한다는 것이다. 사소한 문제가 발생하였을 때 이를 면밀히 살펴 그 원인을 파악하고 잘못된 점을 시정하면 대형사고나 실패를 방지할 수 있지만, 징후가 있음에도 이를 무시하고 방치하면 돌이킬 수 없는 대형사고로 번질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한다.
맹자의 물조물망(勿助勿忘)을 다시 생각해보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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