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氣>가 뭐길래
기<氣>가 뭐길래
  • 권길중 참스승 다솜운동 회장
  • 승인 2012.10.26 1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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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저녁식사를 함께하고 있을 때의 일이었다. 계산대 부근에서 큰 소리가 났기 때문에 식당 안에 있던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그곳으로 집중되었다.

소란의 내용인즉 동행한 부모보다 먼저 식사를 마친 한 어린이가 계산대 옆에 있는 사탕바구니에 담겨 있던 사탕을 모두 제 주머니에 넣음으로써 작은 사단이 일어난 것이다.

이 장면을 본 식당 주인이 “아가 사탕을 한꺼번에 그렇게 많이 가져가는 것이 아니란다. 다른 손님들도 잡수실 수 있도록 좀 남겨두면 좋겠지?” 라고 너무도 당연한 가르침을 주었다. 그랬더니 그 어린이의 아버지가 화를 내며 “그까짓 사탕이 얼마치나 되는데 우리 아이의 기를 죽이느냐? 이 집에 있는 사탕을 몽땅 다 내놔라. 까짓 것 내가 다 사버리겠다.”며 큰 소리로 고함을 치면서 호기를 부린 것이다.

식당 주인이 그 돈 많은(?) 젊은 아버지에게 “잘 몰라 뵈어 죄송하다.”고 사과함으로써 이 작은 소요는 이내 끝났지만, 이를 지켜보던 우리들의 화제는 누가 먼저랄 것도 없이 자연스럽게 교육에 관한 것으로 옮겨졌다. 그리고 내가 교직에 오랫동안 몸담고 있었음을 알고 있는 친구들의 화살이 나에게 집중되기도 했다.

나는 그 젊은 아버지가 절규하듯 외쳐댄 그 ‘기(氣)’ 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별로 아는 것이 없다, 그렇지만 자라나는 아이들이 무한정한 풍요 속에서 절제나 결핍을 모르고 자라는 것보다는 때에 맞는 예절과 자신을 죽임으로써 다른 이들을 즐겁게 할 줄 아는 삶을 배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많은 분들이 타고 있는 지하철 안에서나 공중목욕탕 안에서 세상 만난 것처럼 날뛰어도 그런 아이를 제재하는 부모를 보기가 어렵게 된 것은 모두 자기 아이들의 기를 살려주기 위한 것일 게다.  

그리고 아이가 무엇인가 필요한 것을 얻기 위해서 호소할 겨를도 없이 언제나 먼저 달려와 주는 헬리콥터형 부모의 보호보다는 자기 자신이 감당할 몫을 스스로 해 나갈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자율하는 능력과 창의적인 사고력을 훨씬 더 많이 발전시킨다는 정도는 오랫동안 학생 교육현장에서 숨 쉬고 살면서 터득한 상식이다.

우리는 아이들의 욕구를 조건 없이 충족시켜 주는 것이 일등 부모가 되는 것이라는 착각 속에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항상 곁에서 지켜주면서 보호해 주며, 원하는 것은 그것이 무엇이든 지체 없이 대령한다. 그렇지만 아이들이 자신에게 다가 온 작고 큰 시련들을 해결한 경험이 성공을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라는 연구보고가 꽤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우리나라 아이들은 초등학교 취학 후에 고등학교까지는 항상 자기가 살고 있는 마을의 학교로 배정받는다. 그래서 나의 집, 그리고 사는 모습이 비슷한 우리 동네 사람밖에는 경험할 수 없는 경험의 편협성 속에서 살게 된다.

그 결과 나처럼 행동하지 않는 아이, 나와 생각이 다른 아이, 나와 취미와 습관이 같지 않은 아이, 나와 공부하는 방법이 다른 아이, 나와 신체 구조가 같지 않은 아이, 심지어 가정경제 수준이 나와 같지 않은 아이를 단지 ‘나와 같지 않다’는 이유만으로 따돌려서 어른들을 걱정시키기도 한다. 논리가 비약되고 있는지 모르지만 이혼율이 급증하고 있는 것도 성장기의 경험이 편협한데서 그 원인을 찾을 수도 있을 것이란 생각이 든다.

그러면 경험을 확대시키는 방법은 무엇일까? 이미 7․30 교육개혁에서 과제로 제시한바 있는 교환학습, 체험학습, 봉사활동 교육이 그 좋은 방안이라고 생각한다. 그 중에 봉사활동 교육은 단순히 남을 이해하는 수준을 넘어서 나의 경제적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 나의 건강한 힘을 필요로 하는 사람, 나의 지식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을 찾아가서 적극적으로 돕는 사랑의 행위이기 때문에 내가 누군가를 돕고 있다는데서 오는 자신감을 선물로 얻게 된다.

내가 살고 있는 지역사회의 발전을 위해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무엇인가를 찾아 스스로 그 일을 해보는 경험을 통해서 더 넓은 내가 있음을, 그리고 내가 사랑해 주어야할 더 많은 가족이 있음을 익히게 된다.

남을 돕는데서 오는 기쁨과 충만함, 이것이야말로 우리 아이들이 살려 가야할 기(氣)라고 생각한다. 우리 아이들의 기를 마음껏 살려주고 싶으신 모든 부모님들은 공부하는 시간을 놓칠까 두려워 친교를 위한 모임을 기피하지 말고, 그 모임에서 아이들이 서로 사랑하는 소중한 경험, 필요할 때 스스로 친구의 도움이 되어주는 경험이야말로 인간 본성을 자극하는 교육이 될 것이다. 그래서 참된 기를 살리는 길이 됨을 인식해야 할 것이다.

모든 부모들이여, 우리 아이들의 진짜 기를 살려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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