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유로운 초등학교 1학년
여유로운 초등학교 1학년
  • 송송이 한국무역협회 수석연구원 ·혼인강좌 강사
  • 승인 2012.10.26 15:4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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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더 일찍 일어나 글을 쓰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평화로운 마음으로 아이를 깨우리라.
아이와 약속한대로 7시 30분, 나는 사랑스런 딸에게 가서 다리와 팔을 주무르며 노래를 불렀다. “사랑스런 정원이,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일어나세요~” 마구 그냥 지어서 부르는 동요라고 할 수 있겠다.

눈을 감고 기지개를 켜며 몸을 이리 돌리고 저리 돌리고 편안하게 엄마의 손에 몸을 맡긴 채 웃고 있는 딸.
딸의 아기일 때 모습을 재미있게 이야기해 주었다. 아이들은 자기의 아기 때 모습을 이야기해주면 참 재밌어 하는 듯하다.

점점 눈이 떠지고 동그래지며 급기야 깔깔깔 웃는다. 드디어 기상이다! 엄마에게 폴짝 안겨 화장실까지 간다. 이제 23킬로가 넘는 무게지만 아기 때부터 안아왔기에 엄마는 충분히 그렇게 매달고 다닐 수 있다.

지각하지 않고 엄마와 여유롭게 나온 딸은 기분이 무척 좋다. 전날 밤, 드디어 한 달 간 다니다 말다하며 고민했던 수영을 안 하기로 한 것이 기뻤는지, 현관문 앞에도 아주 예쁜 그림들을 여러개 직접 그려 붙여 놓았다.

무지개가 그려진 그림을 가리키며, 저 안에 작은 문으로 들어가면, 집이 나온다고 한다. 그게 바로 하늘나라인데, 우리는 어차피 하늘에서 왔으니 하늘나라가 집이라고 한다. 아이의 마음 속에 내가 어려서 동화처럼 들려주었던 하늘에 관한 이야기가 깊이 뿌리내려 있는 것 같아 깜짝 놀라기도 하고 감동스럽기도 했다.

귀에 물이 들어가서 귀가 안 들릴까봐, 물속에 풍덩 뛰어들다 머리가 벽에 부딪힐까봐.
아무리 단짝 친구가 같이 다니고 그 친구가 수영을 잘 하는 다른 친구를 사귈 수 있다고 해도 자기는 수영을 안 가겠다며 딸은 버텼다.

충분히 고려할 시간 없이 결정해 버렸는데 막상 한 달 하고보니 이런 건 자기가 선택할 게 아니었다고 논리적으로 이야기하는 딸에게, 게다가 신체활동이 필요하다면 수영 대신 1주일에 한 번만 하는 휘타구를 다니겠다고 스스로 대안까지 제시하는 딸에게, 우리 부부는 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자신은 바쁘지 않고 “여유롭게” 책을 더 많이 읽으며 지내고 싶단다. 아이구… 지금도 피아노 밖에 안 하는데! 무엇이든지 하다가 중도에 포기하는 것이 마음에 걸리기도 했지만, 1학년에게는 수영이 아직 필수과목이 아니고, 이를 닦거나 숙제처럼 꼭 해야만 하는 것이 아직은 아니므로 딸이 좀 더 키가 자라고 좀 더 무서워하지 않을 때까지 미루어 두기로 결정했다.

하긴 나도 물을 무서워해 아직까지 수영을 배우지 못했고 아이들이 아무리 떠들어도 휩쓸리지 않고 책을 읽고 집중했었으니 딸은 그런 나의 모습을 닮았을지도 모른다. 내년쯤 딸과 함께 시간을 내어 수영을 배워야겠다.

나도 무서워하는 것에 도전하리라. 나의 결심을 이야기하니 정원이는 너무나 기쁘게 말한다.
"엄마, 내가 잘 알려줄게요! 수영은 이렇게 하면 되요!"
벌써부터 엄마를 가르쳐주려고 하는 친절한 딸. 사랑스럽다!

그래, 다른 아이들처럼 방과 후에 수 많은 것들을 배우지 않지만, 네가 원한대로, "여유롭게" 지내려므나. 그렇게 쫓기지 않고 여유로운 행복한 초등학생이기를 엄마는 간절히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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