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초등학교 10곳 중 4곳 ‘운동회가 뭐예요?’
서울 초등학교 10곳 중 4곳 ‘운동회가 뭐예요?’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0.2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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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초등학교의 40%가 운동회를 열지 않는 것으로 나타났다. 사진은 행정안전부 국가기록원이 공개한 1976년 경희국민학교 운동회의 짝체조 모습. [사진=행안부 제공]

강남의 C초등학교 4학년인 최은선 양은 TV에서 운동회 장면이 나오면 신기하다. 최 양은 입학 후 한 번도 학교 운동회를 해본 일이 없다.

최 양의 어머니 조병숙 씨는 이런 딸을 볼 때마다 안타깝다.
조씨는 “아이들의 추억과 꿈을 위해 학교에서 1년에 한 번만이라도 운동회를 열었으면 좋겠지만 인근 주민들의 민원 때문에 엄두를 내지 못한다고 한다”며 혀를 찼다.

서울의 많은 초등학교가 가을운동회를 열지 못하고 있다. 대부분 지역 민원을 의식해서다. 운동회 대신 학년별 체육대회를 열어 아쉬움을 달래는 학교도 많다.

이 때문에 서울의 많은 초등학생들이 부모세대가 간직한 봄 가을 운동회의 공굴리기와 박 터트리기, 부모와 손잡고 달리기 등을 경험하지 못하고 있다. 어린 시절을 추억할만한 큰 행사를 고스란히 빼앗긴 셈이다.
지난 23일 교육과학기술부에 따르면 서울은 591개 초등학교 중 224개 학교가 운동회를 열지 않았다. 10개 학교 중 4개 학교가 조용한 봄 가을을 보낸 셈이다.

반면 전국적으로는 5882개 초등학교 가운데 487개 학교가 운동회 갖지 않았다. 서울 이외의 지역에서는 대부분의 초등학교가 운동회를 열고 있다는 얘기다.

서울의 초등학교들은 주민들의 민원 외에도 학교 운동장이 작거나 아예 없는 등 운동회를 열 여건도 부족하다. 운동장이 있더라도 전교생이 한꺼번에 참가하고 부모들까지 나올 만큼 크지 않기 때문이다.

또 방과 후 사립학원에 나가는 학생과 학부모들이 운동회를 반기지 않는 것도 운동회의 퇴장을 재촉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국내 학교들은 입시 위주 교육 때문에 다른 나라에 비해 체육 활동이 크게 부족하고, 비만 학생이 꾸준히 늘고 있다. 유은혜 의원(민주통합당·국회 교육과학기술위원회)은 “초등학생들이 사교육에 의존하는 비중이 높아지면서 오랜 시간을 들여 운동회를 준비하는 것을 부담스럽게 여기는 경향이 있다”며 “학생들의 신체 활동이 부족한 상황에서 운동회를 줄이면 학생들의 체력 저하를 더 부추길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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