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속을 산책하는 화가 배준성
그림 속을 산책하는 화가 배준성
  • 정민희
  • 승인 2012.10.26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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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iver of Lovre museum 루브르 조각 소녀 _ 나무 _ 다이빙, 참새, led pannel and oil on canvas.

회화를 보는 사람들에게는 고정관념이 있다. 대부분 회화는 벽에 정지된 상태로 걸려있고 관람자는 가만히 서서 작품을 감상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이를 탈피하려고 끊임없이 표현의 다양성을 시도하는 작가가 있다. ‘화가의 옷’으로 이름난 배준성이다.

<Museum> 시리즈 중 ‘화가의 옷’ 시리즈는 서양의 유명미술관에서 본 명화가 그 내부공간을 배경으로 걸리고 그것을 작품 속 관객이 보는 장면을 그린다. 그런 이미지를 화폭에 고스란히 담아 한국의 관람객이 그 전체를 다시 바라보는 상황을 만든다.

최근 몇 년간 작가는 3D 책받침 원리와 비슷한, 움직이면서 보면 보는 위치에 따라 다른 이미지가 연속해서 바뀌는 “렌티큘러” 기법을 회화에 활용하고 있다. 유명한 세계미술관 장면이 그려져 있고, 자세히 숨은 그림 찾기를 해보면 액자 속 명화는 보는 각도에 따라 누드가 되었다가 화려한 드레스를 입었다가를 반복하게 된다.

초기 작업에서는 동양여성의 나체 사진 위에 극사실적으로 그려진 서양풍 드레스가 비닐레이어로 덮여 있어 관람자는 비닐을 들춰보며 감상하기도 했다.

이후 작업하고 있는 렌티큘러 기법은 얌전히 서서 관람하기보다 왔다갔다 하며 그림속의 그림이 변해가는 중첩된 이미지를 감상하게 된다. 이미지 속 여인은 명화 속의 우아한 드레스를 입었다 나체의 실루엣이 됐다 여러 이미지를 보여준다.

▲ The Costume of Painter - Vermeer, pearl & flower, lenticular.
배준성은 작가의 시각에서 대상의 이미지를 왜곡시키고 다시 그것을 재조합하는 독특한 시선을 가지고 있다. 통상적인 관념에서 이탈함으로써 그 대상의 고정된 이해나 집착으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것이다. 집중과 산만함의 중첩을 통해 가능해진 작업이다.

그림 속을 산책하듯 거닐며 보아야 하고, 그 때 그 때 움직이는듯 한 여러 작품을 고전의 난해함으로 해석하기보다 변화하는 작품 속으로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 배준성 작품의 특징이다.

배준성은 이번 여름 런던 올림픽 때는 20세기 말 이후 세계 최고의 콜렉터이자 영국 영아티스트 ‘YBA’의 후원자였던 사치갤러리에서 개최된 ‘코리안 아이(Korean Eye)'에 선정됨으로써 명실공히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로 입지를 다지기도 했다.
■ 배준성展. ~11월 7일까지. 갤러리 인. 732-46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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