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혈 캠페인 나선 '숙대 6인방'
헌혈 캠페인 나선 '숙대 6인방'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1.02 14:3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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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혈은 가장 아름다운 이웃과의 나눔이에요”
▲헌혈 캠페인 '불낙 프로젝트'를 진행하는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1학년 이유미 양(왼쪽)과 김나형 양.

이메일로 낯선 보도자료가 들어왔다. 제목은 “헌혈, 즐거운 나눔” 불낙 프로젝트였다. 불낙은 ‘Blood+樂’의 줄임말이다. 발신인에 숙명여대 홍보광고학과 12학번 이름이 붙었다.

그동안 접촉했던 취재원과 거리가 멀었다. 알고 보니 보도자료를 보낸 쪽도 이메일 수신자가 낯설긴 마찬가지였다.

“인터넷을 샅샅이 뒤졌죠.”

‘랜덤 살포’였다. 홍보광고학과 1학년다운 어설픈 스킬이다. 하지만 패기와 열정은 칭찬해줄만 했다. 그들은 보도자료를 통해 ‘헌혈에 대한 사회인식의 개선’을 알리고자 했다. 직접 홍보물을 만들어 서울시민들이 많이 모이는 청계천 일대에서 캠페인을 벌이겠다고도 했다.

주모자는 이유미 양과 김나형 양. 아직 ‘고삐리’의 누에고치에서 빠져나오지 못한 앳된 대학 1년생들이다. 하지만 하고자 하는 일과 꿈은 벌써 우화(羽化)를 마치고 훨훨  날고 있다.

새내기 꿈을 펼치기 위한 첫 날갯짓
이양과 김양을 함께 만났다. 이들 말고 4명의 숙대생들이 자신들의 보도자료에 ‘낚인’ 기자와의 인터뷰를 기대하며 들떠 있단다. 이양은 “수요일 청계천에서 헌혈 홍보 캠페인을 할 계획이었는데 비가 온다는 예보에 따라 주말로 연기했다”고 했다.

뜻을 같이한 같은 학과 동기 6명이 1만 원씩 갹출하고 부모님의 도움도 얻어 명함홍보물 400장과 함께 돌릴 사탕도 준비해 뒀다고 한다.

헌혈 캠페인에 나서게 된 동기는 뭘까.

이양은 “특별한 계기가 있는 건 아니고 고등학생일 때부터 헌혈에 관심이 많았다”며 “대학에 올라와 우리나라 헌혈 인구가 적어 해외에서 혈액까지 수입한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 이유라면 이유”라고 털어놓았다.

그 전부터 헌혈에 관심을 갖게 된 동기도 분명 있었다. 그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 할머니가 삼촌에게 신장을 이식했다고 한다”며 “어릴 때부터 할머니에게 그런 말씀을 들었기 때문에 장기기증이나 조혈모세포 기증, 헌혈이 아름다운 일이란 생각을 갖게 됐다”고 했다.

장기기증 등은 지금 당장 할 수 없지만 헌혈은 얼마든 할 수 있기 때문에 고등학교에 다닐 때부터 지금까지 일곱 번 헌혈에 나섰다. 그 중 2번은 준비부터 끝날 때까지 1시간쯤 걸리는 혈장헌혈이었다.

첫 헌혈의 긴장 이겨낸 뒤의 보람
이양과 뜻을 같이 한 김양은 고2때 처음 헌혈을 하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쓰러진 일도 있었다. 김양은 “주사바늘을 통해 적지 않은 양의 피가 몸에서 빠져나가는 게 무서웠다”며 “하지만 고3때 다시 도전, 무사히 헌혈을 마쳤고 작은 성취감을 느꼈다”고 했다.

그 뒤부터 겁도 전혀 나지 않는다고 한다. 오히려 열렬한 헌혈 전도사가 됐다. 야구 마니아인 김양은 프로야구 올스타전에 나선 선수가 헌혈캠페인 광고에 나온 것을 보고 더 큰 관심을 갖게 됐다.

이번에 캠페인을 같이 하기로 한 친구 중에 난생 처음 헌혈을 해본 동기도 있다고 한다. 김양은 “전에는 주사바늘이 너무 무서워 헌혈할 엄두를 내지 못하던 친구가 막상 한 번 해본 뒤 ‘겁쟁이 탈출’이란 글을 페이스북에 올리며 자랑하고 있다”며 뿌듯해 했다.

이들 숙대 헌혈 6인방은 이번 캠페인을 앞두고 치밀한 준비부터 했다고 한다. 이 과정에서 우리나라 헌혈 인구 중 40% 이상이 10대라는 사실도 알아냈다. 이양과 김양은 “대부분의 헌혈이 자원봉사 점수를 얻으려는 고등학생들에 의존하기 때문”이라며 “이 때문에 이번 캠페인의 주요 대상을 가족으로 잡았다”고 입을 모았다.

시민 무관심 바꾸기 위한 작은 노력
이들은 또 각자의 페이스북과 블로그 등을 통해 헌혈에 대한 사전조사도 진행했다. 300여명이 조사에 참여, 나름 신뢰할 수 있는 자료를 확보했다.

이양은 “아직 한 번도 헌혈을 하지 않은 응답자 중 38%가 무섭거나 관심이 없다고 했다”며 “나머지는 헤모글로빈 부족에 따른 빈혈이나 투약 중인 사람, 장기간 외국 여행 경험자들이었다”고 했다.

따라서 우리나라 헌혈인구가 적은 까닭은 막연한 두려움이나 무관심이라고 결론 내리고 직접 캠페인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캠페인의 1차 목표는 헌혈에 대한 시민들의 잘못된 선입견을 바로잡는 일이다. 거리 캠페인을 벌이며 진행할 퀴즈도 준비했다. 페이스북(www.facebook.com/bullak12)과 블로그(http://blog.naver.com/bullak_12)를 통한 SNS 홍보도 벌이고 있다.이들은 주말 청계천으로 산책 나온 시민들에게 소리 높여 헌혈의 아름다움을 전할 생각이다.

이번 캠페인이 전부가 아니다. 이양과 김양은 “앞으로 어린이집 등을 찾아 아이들에게 헌혈이 얼마나 자연스럽게 남을 돕는 일인지 알리는 일을 하겠다”며 “어렸을 때 들었던 이야기를 통해 성장한 뒤에도 스스럼없이 헌혈에 나설 것이란 기대 때문”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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