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의 집 한 채-‘모르면 죄가 된다’
서울의 집 한 채-‘모르면 죄가 된다’
  • 이주원 (주)두꺼비하우징 대표
  • 승인 2012.11.02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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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고된 ‘재앙’이라고 부르고 싶다. 현재까지는 그렇다. 뉴타운사업은 도시를 근본적으로 개조하는 대변혁이다. 이런 대변혁을 짧은 시간 내에 밀어붙이려는 개발세력의 욕망 앞에 영세가옥주와 주택 및 상가세입자 등의 주거약자들은 주거권과 생존권을 지키고자 맞섰다. 

그러나 개발세력의 거대한 힘 앞에서 주거약자들의 저항은 작은 몸짓에 불과했다. 주민들의 저항은 작은 몸짓일 뿐이다. 허나 개발동맹세력은 작은 몸짓하나 용납할 수 없었나보다. 작은 저항을 큰 공권력으로 누른 결과 용산에서 대참사가 일어났다. 주민들은 깨달았다. 작은 몸짓으로는 바꿔낼 수 없다고. 큰 몸짓이 돼야 한다고.

작은 몸짓이 큰 몸짓으로 성장하려면 ‘앎’이 있어야 한다. 사업의 수익성을 따지기 이전에 뉴타운사업이 무엇인지 알아야 한다. 현행 개발제도 아래서 원주민 재정착율을 논하는 것은 의미 없는 일이다. 상식적으로 생각해보자. 구도심을 새로 개발하면 개발된 아파트의 가격은 비쌀 수밖에 없다.

그럼 이 비싼 아파트를 구매할 수 있는 경제력을 가진 주민들을 제외하고는 능력이 안 되는 주민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는 것이 당연한 이치다.

자! 아시겠습니까? 본래 이 사업은 경제적 능력이 안 되는 주민들을 위한 사업이 아니라는 것을. 능력이 안 되는 주민들은 결국 밀리고 밀려 저쪽 어딘가에 있는 도시의 외곽으로 이사해야 한다는 사실을…. 뉴타운 지역 주민들 사이에 회람되는 이야기가 있다.

“모르는 것은 죄다.”
주민들에게 있어 뉴타운사업의 제도, 정책, 절차 등을 모르는 것은 죄다. 나중에 속았다고 후회한들 그 누구도 책임지지 않는다. 뉴타운사업 동의서에 속아서 찍었던, 몰라서 찍었던, 도장을 찍은 당사자인 ‘내가’ 책임을 져야 한다. 모르는 게 죄다.

아직도 뉴타운의 장밋빛 꿈속에서 벗어나지 못한 주민들은 개발은 좋은 거라고 한다. 주민설명회 현장에서나 개별적인 상담에서 재개발 사업의 위험성도 일러드리지만 그래도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나중에 후회하시는 주민 분들도 많이 보았다.

많은 주민들은 이런 이야기를 듣고도 ‘설마 그럴리가’라는 생각을 한다. 바로 그 설마가 사람을 잡았다. 응암동, 왕십리 등의 사례를 보면 충분히 알 수 있다.

뉴타운 지역을 방문하여 주민들을 만나면서 중요한 한 가지를 알게 되었다. 그건 많은 주민들이 이 사업에 대한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한다는 사실이다. 올바른 정보를 제공받지 못하는데, 올바른 판단을 할 수 있겠는가? 지금 뉴타운사업 현장을 가보면 왜곡된 정보만이 유통되고 있을 뿐이다.

알아야 한다. 모르는 게 죄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뉴타운 지역 주민들에게 공공과 시민사회가 ‘올바른 정보’를 제공하면 된다. 이것이 갈등과 분쟁으로 점철된 이 사업의 난맥을 풀어가는 첫 번째 단추이기 때문이다.

정확하게 알고 판단한다면 그리고 주민들이 자발적으로 선택할 수 있게만 한다면 ‘예고된 재앙’을 대비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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