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함께 돌자 서울 한바퀴⑤ 남산-⑵
다함께 돌자 서울 한바퀴⑤ 남산-⑵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1.02 16:3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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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의 중심, 남산 둘레길에서 ‘떠나는 가을’을 붙잡다
     
 
▲ 서울N타워 전망대에서 내려다 본 남산의 단풍.

강남과 강북이 나뉘기 전, 서울의 중심은 남산이었다.
남산의 북쪽은 경복궁과 창덕궁 등이 있었고 동쪽은 동대문, 서쪽은 서대문, 남쪽이 남대문이었다. 남산 팔각정과 N서울타워는 따라서 명실상부한 서울의 꼭지점이 된다.
또 남산을 중심으로 크게 동심원을 그리면 북쪽은 북한산, 남쪽은 관악산이 걸린다. 명실상부한 서울의 중앙을 지키는 산인셈이다. 따라서 남산은 서울을 상징하는 고전적인 ‘랜드마크’였다.

○어린시절 ‘남산구경’의 끔찍한 기억

지방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사람들은 친척 아저씨에게 붙들려 본의 아닌 ‘남산구경’에 울음보를 터트리기도 했다. 아이의 양쪽 귀를 양 손으로 힘껏 누르고 그대로 번쩍 들어 올리는 장난을 ‘남산구경’이라고 했다. 아이는 아픔에 눈을 질끈 감기마련이고 캄캄한 어둠 속으로 별이 둥둥 떠다니는 끔찍한 경험을 하게 된다. 말로만 듣던 서울과 남산을 이런 식으로 구경했던 아이들도 이제 쉽게 남산 둘레길을 걸으며 서울을 굽어볼 수 있게 됐다.

▲ 남측순환로에서 본 남산 전경.

○남산둘레길 따라 여유만만 가을 나들이
 

▲ 식물원 산책길.
‘서울시는 4일 남산 일대에 산책로 1천m 가량을 추가로 개설하기로 했다. 서울시의 이같은 조치는 서울시가 그동안 남산의 수목 보호를 위해 남산 주변을 철책으로 둘러놓고 있어 남산에 쉴 곳이 없다는 시민들의 여론에 따른 것이다. 서울시는 이에따라 8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남산공전~팔각정 등 3곳에 폭 8m의 산책로 1천여m를 개설하고 요소마다 지하수를 개발한 옹달샘과 벤치시설 등을 갖추고 가로등도 설치하기로 했다, 서울시는 지난 69년부터 남산식물원~남산팔각정, 장충동~팔각정 산책로만 허용한 후 모두 폐쇄했었다. (경향신문 1977. 7. 4)’

▲ 팔각정.
옛 신문에 소개된 남산 산책로 관련 기사다. 그로부터 30여년이 흐른 지금 남산은 N서울타워를 중심으로 북측순환로와 남측순환로를 조성, 남산둘레길을 완성했다. 남산둘레길은 멀리서 N서울타워만 보거나 남산1~3호 터널을 통해 도심을 드나드는 시민들이라도 한 번 쯤 꼭 걸어볼만한 길이다.
더욱이 최근 남산은 가벼운 산책을 하기 가장 좋은 계절을 맞았다. 봄철 남산일대는 벚꽃이 장관을 이루고 가을이면 불타는 단풍이 산책에 나선 시민을 맞는다. 더욱이 남산둘레길은 전면 차량통행 금지구역이나 2차선 중 편도만 차량운행을 허용, 시민들의 도보 접근성이 좋아졌다.

 

 

 

 

 

○도심 단풍구경 메카 남산 북측순환로

▲ 북측순환로.
북측순환로는 ‘웰빙조깅메카길’이다. 지난 2011년부터 차량통행을 전면 통제해 산책이나 조깅에 나선 시민들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다.
북측순환로는 장충단공원에서부터 시작된다. 남산의 허리를 감싸고 돌아가는 이 길은 요즘 단풍이 절정을 이룬다. 서울시는 지난 24일 이 길은 서울의 단풍길 중 첫째로 꼽고 11월 중순까지 낙엽을 쓸지 않기로 했다.
지금 이 길을 찾으면 서울 도심에 내린 만추(晩秋)를 만끽할 수 있다. 자동차를 타고 남산터널만 오가는 시민들은 절대 즐길수 없는 풍경이다.
▲ 와룡묘.
낙엽을 밟으며 남산1호터널 위를 지나 산모퉁이를 돌아가면 한 쪽에 와룡묘가 있다. 와룡묘는 삼국지에 등장하는 유비의 책략가 제갈공명을 기리는 사당이다. 와룡은 제갈공명의 호다. 굽이굽이 이어지는 길은 모퉁이를 돌 때마다 시시각각 변하는 서울의 모습을 보여준다. 멀리 한강이 은빛으로 빛나다가 또 한 굽이 돌아서면 도심의 빌딩이 시야를 가득 메운다.
장충체육회를 지나면 갈림길이다. 석호정국궁활궁터를 거쳐 1.3km를 크게 돌아가는 길이 있고 데크로 된 계단도 있다. 계단을따라 오르면 금세 N서울타워에 닿는다.

○남측 포토아일랜드에서 관악산보며 ‘야호’

▲ 남산 포토아일랜드에서 바라본 서울 도심의 일몰 모습.
북측순환로를 따라 N서울타워까지 올랐으면 반대로 이어진 남측순환로도 걸어볼만 하다.
N서울타워 주차장에서 10분쯤 내려오면 전망이 탁 트인 남측포토아일랜드가 나온다. 남산 둘레길에서 조망이 가장 탁월한 곳이다. 산 아래 후암동 주택가의 오밀조밀한 집과 골목이 펼쳐지고 남쪽 멀리 바라보면 한강 너머 관악산이 손에 잡힐 듯 보인다.
날씨가 좋은날 망원경이 있다면 관악산 연주대의 등산객들까지 볼 수 있다. 조선 건국 당시 정도전과 무학대사가 걱정했다던 관악산의 화기(火氣)를 실감할 수 있다.
남측포토아일랜드를 지나서도 길은 완만한 내리막길이다. 남산야외식물원을 지나면 ‘남산 고유 소나무 군락지’가 나온다. 애국가에 나오는 바로 그 소나무다. 그리 크지 않지만 굴곡진 인고의 세월을 이겨낸 끈기를 전한다. 솔숲을 뒤로 하고 10분쯤 걸어가면 국립극장 갈림길이다. 여기서 3호선 동대입구역으로 내려설 수 있다.
남측순환로는 반대편 서울역에서 남산도서관으로 오를 수도 있다. 남산도서관을 거쳐 N서울타워까지 오른 뒤 북측순환로로 내려가는 길을 찾는 시민들도 많다.
남측순환로는 2차선 중 1개 차선에 우레탄을 깔아 보행자만 통행하도록 했다. 차량은 전기자동차인 남산순환버스만 허용, 무공해 산책을 즐길 수 있다.

○서울 연인들 필수 데이트코스 ‘케이블카’

▲ 케이블카.
발품을 팔지 않고 쉽게 N서울타워까지 오르는 방법도 있다. 지하철 4호선 명동역 3번 출구에서 도보로 7분 거리에 있는 남산케이블카를 이용하는 방법이다. 1962년 처음 설치된 남산 케이블카는 지난 2008년 12월 24년만에 알루미늄 재질의 신형으로 교체됐다. 과거 무거워보이던 철재 케이블카보다 외양도 산뜻해지고 창문도 넓어졌다. 한 번에 탈 수 있는 인원도 48명으로 크게 늘었다. 운행시간은 오전 10시부터 밤 11시까지. 주말에는 상황에 맞춰 탄력적으로 운행한다. 주말 밤에는 워낙 이용 시민이 많기 때문이다.
케이블카를 운영하는 한국삭도공업주식회사(남산케이블카) 측은 사람이 많이 몰리는 오후를 피해 오전에 이용해줄 것을 당부한다. 하지만 케이블카를 타고 서울의 야경을 한 눈에 볼 수 있는 야간 탑승의 기회를 버리긴 아깝다.
▲ 이블카 타는 엘리베이터.
남산케이블카는 서울의 연인들이 통과의례처럼 함께 타보는 명물이기도 하다. 케이블카로 남산에 올라 간이 매점에서 맥주 한잔씩 마시고 일부는 사랑의 자물쇠를 구입해 남산에 걸어놓는 ‘의식(儀式)’까지 치른다. 남산 사랑의 자물쇠는 이제 전국적으로 알려진 명물이 됐다. 
케이블카 이용 요금은 성인 왕복 8000원. 편도 6000원. 소인 5000원, 3500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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