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개관한 서울도서관이 훈훈한 가을 풍경을 만들고 있다. 옛 서울시청 청사를 개조해 시민들에게 돌려준 서울도서관은 개관 5일만에 5000여 명의 회원등록을 받는 등 인기를 끌고 있다.
또 매일 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의 행렬이 그치지 않아 ‘책읽기 좋은 계절’을 실감하게 한다. 서울도서관은 개관 직후부터 시내 23개 시립도서관과 72개 구립도서관, 그리고 764개에 이르는 작은 도서관의 맏형 역할을 하게 됐다.
크고 작은 서울 도서관들의 맏형
서울도서관은 특히 서울을 상징하는 서울광장과 덕수궁 인근에 자리 잡고 있어 ‘책 읽는 서울’의 이미지를 알리는 역할도 돋보인다. 그동안 서울의 도서관들은 다운타운에 세워진 해외 유명도서관과 비교돼 왔다. 서울도서관이 서울 중심에 문을 열면서 이같은 비교대상에서 벗어나는 효과도 덤으로 얻었다.
서울도서관은 칸막이를 친 열람실을 따로 두지 않았다. 시민들이 도서관을 자기 공부 공간으로 사용하며 자리를 차지하는 일을 막기 위해서다. 대신 20여만 권의 도서와 자료를 시민들이 마음대로 찾아보고 대출할 수 있도록 배려했다.
평일 서울도서관을 찾는 시민들은 시내에 ‘마실’ 나온 노인들로부터 백팩을 짊어진 뿔테 안경의 청년, 전업주부로 보이는 중년 여성 등 매우 다양하다. 이들은 저마다 필요한 책이나 자료를 찾아 자유롭게 도서관을 드나들었다.
서울도서관은 들어갈 때 회원증이나 신분증을 맡기는 다른 도서관과 달리 신분확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도 된다. 회원카드는 책이나 자료를 대출할 때만 필요하다.
30일 도서관을 찾은 강규남(48·여·강남구 논현동) 씨는 “입구에서 아무런 절차 없이 도서관에 들어갈 수 있어 너무 편하다”며 “일단 둘러본 뒤 회원으로 가입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백팩 맨 청년부터 노인까지 연일 북적
시민들은 2층 홀에 설치된 키오스크(kiosk·터치 스크린 방식의 정보전달 시스템)을 통해 층별 시설과 소장도서 확인, 위치 검색 등을 진행할 수 있다.
자신이 찾는 도서나 자료의 위치를 확인한 뒤 자유롭게 꺼내 읽어보는 열린 도서관이다. 대출을 위해 필요한 회원가입 절차는 홈페이지(lib.seoul.go.kr)에서 이루어진다. 회원 가입을 마친 뒤 2층 북카페 옆 도우미 센터에서 카드를 발급 받으면 서울도서관 회원이 된다. 회원 자격은 서울시민이거나 서울에 소재하는 학교 재학생으로 제한된다. 서울시민으로서 차별적 혜택을 누리는 셈이다. 서울시는 앞으로 모바일 회원카드도 발급할 계획이다.
도서 대출은 1회 3권까지 가능하다. 회당 대출 기간은 14일이지만 1회 연장을 통해 7일까지 추가로 대출할 수 있다. 대출 중인 도서는 1권 당 3명까지 예약할 수 있고 선착순으로 배정된다.
시민들은 내부 계단을 통해 일반자료실1ㆍ2, 북카페, 디지털 자료실 등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북카페는 정기간행물 코너와 도우미 센터, 옆 자판기 코너를 갖추고 있다.
알게 모르게 편리한 배려 곳곳에
각 층마다 설치된 사물함도 누구나 자유롭게 사용할 수 있다. 사물함 손잡이가 ‘open’에 놓여 있으면 바로 열어 자신의 물건을 넣고 원하는 번호를 설정한 후 손잡이를 ‘close’에 돌려놓으면 잠긴다.
장애인들에 대한 세심한 배려도 눈에 띈다. 1층의 ‘장애인 자료실’에 점자책과 수화로 책을 읽어주는 영상자료실, 약시 장애인을 위한 도서화면확대기, 촉각도서 등을 갖췄다. 여기다 자원봉사자가 시각장애인에게 책을 읽어주는 대면자료실까지 마련했다.
서울시의 정체성을 가장 뚜렷하게 보여주는 공간은 3층이다. 이곳에는 서울시가 발행한 3만여 점의 통계 자료와 서울의 문화재 자료 문서 등을 배치했다. 이들 자료는 서울시청이 조사하고 엮어낸 자료로 다른 도서관에서는 구하기 어렵다. 서울기록문화관에서는 서울시 변천사를 여러 디스플레이를 통해 알아볼 수 있다.
3층 한 쪽에는 옛 서울시장 집무실과 회의실을 그대로 복원, 이곳이 서울시청이었음을 알려준다. 옛 시장실을 둘러보려면 홈페이지로 예약해야 한다.
4층은 주한 대사관저의 협조를 얻어 입수한 해외 각국의 도서가 비치돼 있다. 그동안 구하기 어려웠던 해외 자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