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과 사회 정의-긴급조치의 위헌결정을 기다리며
법과 사회 정의-긴급조치의 위헌결정을 기다리며
  • 장주영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회장
  • 승인 2012.11.09 14:2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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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신헌법이 공표되고 40년, 유신독재체제가 종식되고 33년이 지났지만 아직도 유신의 망령이 우리 곁을 배회하고 있다.

요즘 대선정국에서 다시금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의 위헌성이 재조명되고 있다. 유신시대의 헌정파괴와 인권유린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진정한 사과, 피해회복이 이루어지지 않는 한 국민통합은 불가능한 일이다.

반성이나 피해회복도 없이 과거를 잊고 미래로 나가가는 말은 가해자의 논리일 뿐이다. 범인이 처벌은커녕 반성도 안 하는데 범죄피해자의 유족들에게 과거는 묻지 말고 앞으로 잘 살아 보자고 하면 좋다고 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지금까지의 과거 청산노력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된 과거청산을 하지 못한 것에 대해 아쉬움을 갖게 된다. 지난 정부시절의 과거사 청산노력의 성과와 한계를 짚어보고, 앞으로 올바르고 철저한 과거청산을 위한 법제도적인 방안을 모색하는 노력을 기울일 일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긴급조치의 사법심사를 원천적으로 배제한 유신헌법조항과 긴급조치의 위헌성을 확인하는 것이 급선무이다. 술 한 잔 마시고 유신을 반대하거나 박정희를 비판해도 형사 처벌되고 영장 없이 체포, 고문하고 가혹한 형을 선고하는 일이 유신헌법과 긴급조치의 이름아래 저질러졌다.

민주국가에서 상상할 수 없는 만행들이 불과 30~40년전에 횡행했다.
대법원은 2010년 긴급조치 제1호가 위헌이라는 선언을 하였다. 그 내용이 유신헌법에 대한 논의 자체를 전면금지하여 유신체제에 대한 국민적 저항을 탄압하고, 민주주의의 본질적 요소인 표현의 자유, 신체의 자유와 헌법상 보장된 청원권을 심각하게 제한했다는 것이다.

긴급조치를 선언할 정도의 국가비상사태도 없었는데 결국 박정희정권을 보위할 목적으로 긴급조치가 발령된 사실이 확인되었다.

대법원이 위헌판결을 한 것은 의미가 크지만 헌법재판소가 3년이 다 되도록 긴급조치의 위헌성 판단을 미루고 있는 것이 실망스럽다. 대법원의 긴급조치 위헌판결이 헌법재판소의 위헌심판권을 침해하였다고 볼멘소리를 할 것이 아니다.

헌법재판소는 자신들이 해야 할 일을 외면하고 있는 현실을 자각해야 한다. 긴급조치의 최종적인 위헌성을 확인하기 위해서는 헌법재판소의 위헌결정이 필요하다.

과거의 잘못된 유산을 청산하고자 하는 것이 단지 과거의 잘못과 상처를 드러내고 책임을 묻는 일에 그치는 것은 아니다. 헌정 유린과 인권 침해를 되풀이하지 않도록 각오를 다지고 건강한 미래를 만들어 가기 위한 필수적인 절차이다.

일본군국주의 시대 위안부와 강제동원의 진실을 외면하는 일본 우익 정치인들이 있는 한 동북아시아지역의 평화가 요원하리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나치의 만행을 잊지 않기 위해 유태인수용소에 새겨진 경구를 기억할 필요가 있다. 

“과거를 기억할 수 없는 이들은 과거를 반복하게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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