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 - 이승훈
아버지 - 이승훈
  • 박성우 시인·우석대교수
  • 승인 2012.11.09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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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저녁 사당역 부근 길가 의자에 앉아 고교 친구 남헌이 기다릴 때 한 남자가 등을 보이고 서서 지나가는 차들을 바라본다. 뒷모습이 돌아가신 아버지 같다. 의자에서 벌떡 일어나 다가간다. 아버지가 아니다. 해가 지고 바람 부는 겨울 저녁 사당역.

작품출처 : 이승훈(1942~     ),  계간『시로 여는 세상』2012년 가을호.

■ 별 생각 없이 거울을 보다가 깜짝 놀랄 때가 있어요. 거울에 비쳐지는 내 얼굴에 어렸을 적 보았던 아버지의 얼굴이 고스란히 들어있는 것을 보고 말이지요. 그럴 땐 정말이지 나이를 먹고 있다는 게 실감나기도 하지요. 문득문득 아버지가 그리워지기도 하지요.
“해가 지고 바람 부는 겨울 저녁 사당역”에 가면 아버지를 만날 수 있을까요? 물론, 만날 수 없겠지요. 하지만 아버지와 뒷모습이 닮은 아버지들은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겠지요. 아버지들의 뒷모습은 어딘지 모르게 닮아있으니까요. 날이 추운 겨울이 아니어도 아버지들의 뒷모습은 고만고만하게 움츠려져 있고 어깨도 엇비슷하게 쳐져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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