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다리를 꼬거나 팔짱을 낀 채로는 절대 관람할 수 없는 성격의 작품입니다.”
한 블로거가 오는 22일 개봉하는 영화 <남영동 1985>를 미리 보고 올린 글이다.
<남영동 1985>는 고 김근태 민주통합당 상임고문의 수기를 바탕으로 만든 영화다.
박원상 성기노출에도 15세 이상 관람가
<부러진 화살>의 정지영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피고문자로 나온 배우 박원상의 성기 노출 신 때문에 개봉 전 화제에 올랐지만 15세 이상 관람가 판정을 받았다.
이 영화에 대해 영상물등급위원회(영등위)는 7개로 분류되는 등급기준에서 선정성과 약물에 보통 기준을 책정했고, 주제, 폭력성, 공포 대사, 모방위험의 수준을 다소 높음으로 판단했다.
영등위 측은 “영화 속 배우의 성기노출 장면이 선정적으로 그려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보통 수준을 책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해당 장면은 잔혹했던 고문 당시의 ‘벌거벗겨진’ 고 김근태 상임고문의 심리를 묘사하기 위한 정지영 감독의 의도로 편집하지 않았다.
등급기준 판정과 별개로 이 영화는 개봉 후 한 달도 지나지 않은 12월 19일 치를 18대 대통령선거에 적지 않은 영향을 줄 전망이다. 영화에서 그려지는 고 김근태 상임고문은 지난해 12월 남영동 대공분실에서의 고문 후유증으로 숨을 거뒀다. 김 상임위원의 미망인 인재근 여사는 지난 4·11 총선에 출마, 민주통합당 의원이 됐다.
대선 정국에서 이 영화가 장안의 화제를 모은다면 여권으로서는 악재 중의 악재가 될 수밖에 없다. ‘팔짱을 낀 채로 절대 볼 수 없는 작품’이라는 블로거의 말처럼, <남영동 1985>는 관객의 각성을 불러일으킨다.
가해자였던 1980년대 정권과 지금의 여권의 관계를 따질 필요 없이 고 김 상임위원과 그의 미망인이 대선에서 정권탈환을 내세운 만큼 민심이 흔들릴 개연성이 높다.
영화는 민주화 운동을 했다는 이유로 남영동 대공분실 취조실로 잡혀 온 김종태(박원상 분)를 비추는 불빛과 함께 시작한다.
시대적 아픔 투사한 스크린에 관객 흡입
공안 형사들의 무력에 제압되는 한 사람의 무력함은 살이 타고 피가 터지는 참혹한 고문 장면으로 이어진다. 시민들이 막연히 생각했던 고문 현장이 대형 스크린에 고스란히 투사된다. 동시에 관객들은 시대의 어둠에서 눈 돌린 시민으로서의 강박과 죄의식을 더듬게 된다.
결국 관객들은 정 감독이 유도하는 분노와 저항의지를 갖게 되고 무거운 정적 속에 엔딩 크레디트를 응시하게 된다.
여기다 영화의 후반부에는 노무현 전 대통령(배장수 분)이 등장한다. 노 전 대통령은 2004년 김종태가 국무회의에 참석, 국가보안법 철폐를 논하는 과정에서 “직접 당해보신 분으로서, 국가 보안법을 철폐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묻는다.
정지영 감독은 한 개인이 받았던 고문을 부각하기 보단 역사 속에 묻혀버린, 1970~80년대 공공연히 자행됐던 고문의 실체를 드러내고 싶은 마음이 컸다고 한다.
감독의 의도가 무엇이든 <남영동 1985>는 대선국면과 맞물려 예기치 않은 파장을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앞서 지난달 18일 개봉한 독립 다큐멘터리 <MB의 추억>도 꾸준한 인기를 얻고 있다. 이재환 감독의 이 영화는 지난 주말 누적관객 9000명을 돌파하며 선전하고 있다
이 영화는 17대 대선 출마 당시 이명박 대통령의 언행을 집요하게 추적하며 5년이 지난 현재와 대비시킨다. 개봉 후 ‘유권자를 각성시키는 영화’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관객의 줄이 이어지고 있다. 특히 젊은 층의 관람이 많아지면서 이번 대선의 투표율까지 끌어올릴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