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화문 현판 한석봉체로 쓸까 훈민정음체로 쓸까
광화문 현판 한석봉체로 쓸까 훈민정음체로 쓸까
  • 이인우 기자
  • 승인 2012.11.10 10: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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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화문 현판을 한글로 써야 할까 한자로 써야 할까.
내년부터 22년만에 한글날을 공휴일로 지정한다는 정부 발표가 나온 7일 광화문 현판 글씨를 어떻게 쓸 것인가를 논의하는 토론회가 열렸다.

이날 종로구 국립고궁박물관에서 열린 ‘광화문 현판 글씨 관련 의견수렴 제2차 토론회’에서는 한자 및 한글단체가 추천하는 광화문 현판글씨가 공개됐다.

현재 광화문에 걸려 있는 현판은 고종 중건 당시 훈련대장 임태영(1791∼1868)가 쓴 임시 현판이다. 친필 현판은 6·25 때 불타 없어져 2010년 280억 원의 공사비를 들여 광화문을 복원하면서 유리 원판 사진을 바탕으로 복원했다.

하지만 복원 후에도 현판에 금이 가 논란을 빚었고 이제 한글 현판을 사용하는 게 시대적 조류에 맞다는 한글 단체의 주장이 나왔다.

한글 현판을 주장하는 한글 단체와 한자 현판을 주장하는 한자 관련 단체들의 의견이 엇갈리자 정부는 토론회를 마련하고 논의 결과에 따르기로 했다.

이번 토론회에서 한자 현판을 주장하는 사단법인 한국서도협회 김영기 회장은 “원형을 찾아 제작한 임태영의 글씨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안이 바람직하다. 복원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면 더 좋은 획으로 보완하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굳이 바꿔야 한다면 조선 최고의 명필로 알려진 한석봉(1543~1605)의 글씨나 창덕궁 주합루의 현판을 쓴 정조대왕(1752~1800)의 한자 글씨를 집자(集字)해 사용하는 게 좋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한글학회 부설 한글서체연구 허경무 원장은 “한글 현판이 자주국가의 상징이고 우리의 미래이자 정체성”이라고 반박했다. 허 원장은 훈민정음 해례본과 훈민정음 언해본의 글씨를 집자한 한글 현판을 추천했다. 훈민정음 해례본은 굵기가 같은 직선의 획과 동그라미, 둥근 점으로 이뤄져 현대 디자인에서도 주목하는 서체다.

언해본은 한자 서체와 같은 자유로운 붓글씨체로 다양한 표현력이 돋보인다.
한자 관련 단체와 한글 단체의 주장은 모두 설득력이 있어 어느 편을 택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조선 건국과 함께 세워진 광화문의 옛 정체성을 살릴 것인가, 아니면 우리나라 고유 문자로 자주성을 살릴 것이냐의 문제가 엇갈린다.

문화재청은 이날 토론 결과 등을 종합해 12월 문화재위원회 심의를 거쳐 광화문 현판 글씨를 최종적으로 결정할 예정이다. 문화재청의 결정이 내려진 뒤 제작과 설치는 2013년 상반기에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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