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바로 그 사람이었다!’
‘내가 바로 그 사람이었다!’
  • 송송이
  • 승인 2012.11.09 10:51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어느 날 누군가 내게 물었다. 화를 내본 적이 있느냐고. 나는 화를 얼마나 냈었지? 나를 열받게 하는 모든 상황들에서 내가 어떻게 행동했었지?

문득, 과거의 내가 다른 이들에게 엄청나게 거친 말도 썼으며 내 뜻대로 되지 않는다고 심지어 때로는 책을 집어 던진다든지 하는 행동도 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는 내가 직접 그렇게 하는 것을 본 적이없으므로, 나도 그와 마찬가지로 화를 표현하지 않으며 살아온 건 아니었냐고 질문했던 것이었다.

생각해보니, 내가 회사를 막 들어갔을 때 만난 그렇게도 힘들어했던 직장상사가 떠올랐다. 언제나 말을 바꾸고, 기분이 오르락내리락 하며, 때로는 재떨이를 집어 던지기도 하고 자신의 열정에 따라 직원들이 쫓아와주지 않는다고 난리를 쳤던 그 사람을 떠올렸다.

그 때 나는 그런 나쁜 사람이 왜 이 많은 선량한 사람들을 괴롭히는 것일까 의문을 가지며 비행기를 타고 출장을 가시면 그 비행기가 사고가 나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하고 때로는 우리 사무실의 많은 공간을 차지하고 있는 그분의 커다란 화분이 얄미워 몰래 가위로 나뭇잎을 자르기도 했었다.

그런데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모든 사람들이 누군가의 귀여운 아기였다는 것을, 내 마음에 너무나 들지 않고 많은 이를 괴롭히는 그분조차 누군가의 귀여운 아기였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그분이 사실은 나를 발전시키고 성숙시키기 위해 하늘에서 내 옆에 놓아주신 분이었다는 것을, 그야말로 선물이었다는 것을 점점 느껴오고 있었다.

그런데 나의 모습을 다시금 돌아본 지금, 내가 만일 남자였다면, 나는 그 상사보다도 훨씬 더 무시무시한 상사가 되었을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번뜩 들었다. 그래, 나는 나의 열정을 과도하게 강요하며 많은 사람들을 엄청나게 힘들게 했을 것이었다…!

내가 혼자 판단하고 마음속으로 나를 그분보다 조금이라도 우월하게 생각했었다는 것이 너무나 창피하게 느껴지면서, 정말 나도 내 주위의 아름다운 분들이 없었다면, 나를 깨우쳐주는 이 고마운 모든 존재들이 없었다면, 암담하고 사람들을 힘들게 하는 존재로 남았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분을 만난 지 12년이 흐른 지금, 나는 이제서야, 그분이 내게 진정한 선물이었다는 것을 더욱 깊이 느끼는 것이다…! 이렇게 부족하고못난 내가 도대체 무슨 복으로 이런 모든 것을 깨닫고 누리고 있는 것일까?!,

아마도 모든 사람들이, 각자가 주인공이 되는 엄청난 드라마들에 복잡하게 얽혀 있고 나는 이미 여러 드라마에 조연으로 출연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참으로 감사하다. 내게 주어졌던 모든 존재들과 나를 눈물짓게 하고 아프게 했던 그 모든 것들이…!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